[기획]사주야, 내 직업이 뭐니?
[기획]사주야, 내 직업이 뭐니?
  • 서성희
  • 승인 2012.11.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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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뭘 하고 살게 될지 모르겠어요. 하도 답답해서 사주를 봤더니 제 성격이랑 적성에 관해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믿자니 그렇고, 안 믿자니 찜찜하고 그래요." -양주희(영어영문학 4) 학생.

지난 8월 취업포털 '커리어'가 대학교 4학년 200여 명을 대상으로 진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가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84%가 진로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거나,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진로 결정이 힘든 이유로는 절반 이상의 응답자(51%)가 '나의 적성과 재능을 잘 몰라서'라고 답했다.

자신의 적성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고자 할 때 사람들은 적성검사에 나서거나 상담사를 찾는다. 하지만 직업 선택 방법에 있어 빠지지 않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사주'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역술인에게 미래를 물으며 직업을 점쳐왔다. 물론 사주풀이를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사주가 무엇이며, 또 어떤 원리로 직업과 적성을 점지해 주는지 알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사주에 대한 사전적 의미부터 알아보자. 표준국어대사전에 사주는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의 네 간지(干支). 또는 이에 근거하여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점'이라고 설명돼 있다. 사주를 사람의 출생시점으로 미래를 점치는 단순 미신이라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주를 연구하는 교수나 역술인들은 단순히 네 간지를 조합하는 미신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의 이치라고 말한다. 즉 사주는 인간학이며 우주학이라는 것이다. 인간을 연구하고 우주의 이치를 파악한 뒤 육십갑자로 형상화해 연월일시라는 네 개의 기둥으로 표현하는 것이 사주이고, 이 사주를 해석하는 것이 사주명리학이다.

사주를 자연과 우주의 이치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라 보는 이들은 다시 두 부류로 나뉜다. 사주를 학문으로서 연구하고 발전시키려는 학문적 관점과, 사주풀이를 일상생활과 접목시켜 생활의 영역으로 보는 생활적 관점이다. 학문적 관점에 따르면 사주는 고대 중국의 음양설과 오행설에서 비롯해 당나라 때 체계화·통계화된 학문이다. 이들은 사주를 미래를 예견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보다 현대적 학문으로 발전시키고 현대사회와 융합하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반면 사주를 인생 설계에 활용해야 한다는 생활적 관점도 있다. 학문적 관점을 취하는 이들이 철학을 연구하는 교수인데 반해, 생활적 관점을 취하는 이들은 전문 역술인이 대다수다.


▲곽만연(윤리문화학) 교수.


사주에도

취사선택이 필요,

역술인은 상담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우리 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곽만연(윤리문화학) 교수에게 사주란 무엇인지 물었다. 곽 교수는 "사주는 인터넷과 같다"고 짧게 답한 후 "수많은 정보가 존재하는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하듯, 사주분석을 통해 주어지는 정보도 취사선택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곽 교수에게 사주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묻자 "과거의 환경을 바탕으로 쓰인 명리학의 현대화를 연구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사주에 꽃이 있다거나 '도화(桃花)'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사주에 子(자), 午(오), 卯(묘), 酉(유)가 한 개 이상 있으면 도화가 있다고 본다. 많으면 많을수록 도화가 강해진다. 도화를 가진 사람은 이성에게 인기가 많다. 과거에는 여성에게 도화가 있으면 '딴따라'가 된다거나 화류계에 종사한다며 흉살이라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연예인에게 필요한 살로 꼽힌다. 곽 교수는 이러한 해석의 차이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번에는 사주의 생활적 관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창암명리학회의 창암 이일수 선생에게 사주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사람들은 예로부터 자연의 이치에 대해 연구해왔는데 거기서 파생된 것이 동양의학과 사주명리학"이라며 "자연 이치에 대한 연구가 사람의 신체에 주목한 것이 동양의학이고, 운명에 주목한 것이 사주이며, 그 사주를 해석하는 학문이 명리학이다"고 말했다. 자연의 이치는 광대하기에 축약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고, 축약 과정에서 단순화, 상징화되면서 해석이 필요해졌다. 그 해석을 연구하는 것이 바로 사주명리학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주를 통한 적성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우선 사주를 보기 위해서는 '만세력'을 통해 자기 사주를 구성하고 있는 육십갑자가 무엇인지 알아야한다. 만세력은 태어난 연월일시에 해당되는 육십갑자를 정리해 둔 일종의 달력이다. 각 육십갑자는 '음양(陰陽)' 중 하나와 '오행(목·화·토·금·수)' 중 하나를 구성 요소로 취한다. 사주명리학에서는 이런 요소를 가진 육십갑자가 어떤 형국으로 서로 얽혀있는지를 통해 직업과 적성을 판단한다.

 
▲1992년 6월 12일 23시 55분에 태어난 사람의 사주.

간단한 예를 통해 분석방법을 알아보자. 1989년생들은 '기사(己巳)'년 생이다. 巳(사)는 양(陽)이며 화(火)다. 그래서 불같이 '화르륵' 하고 타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성격에 작용하면 성급하고 욱하는 성질이 있다고 보며, 행동에 작용하면 무엇이든지 빨리빨리 행동하고 처리한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물론 다른 사주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분석해야겠으나 위의 해석대로라면 1989년생들은 응급의, 외상전문의와 같이 일분일초를 다투는 직업이나 속도가 생명인 언론이나 통신 쪽에 어울린다.

다른 예로, 역마살이 있는 사람은 진득하게 앉아 있지 못해 대기업 취업이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는 관점의 차이다. 역마가 있는 사람은 돌아다녀야 일이 풀린다. 따라서 활동적인 부서인 마케팅이나 영업에서는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사주에 寅(인), 申(신), 巳(사), 亥(해)가 두 개 이상 있으면 역마살의 작용을 받는다고 본다.

이처럼 사주분석은 추상화된 내용의 해석에서 시작한다. 곽만연 교수는 "전자공학과 여학생이 상담하러 온 적 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이 여학생은 의대를 목표로 공부했지만, 수능 성적이 그에 미치지 못해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입학 후 열심히 공부했지만 학과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를 고민하던 차에 곽 교수를 찾아온 것이다. 곽 교수가 그 여학생의 사주를 분석해보니 사주에 '번갯불'이 있었다. 번갯불은 무엇이라 해석할 수 있을까. 번갯불 하면 떠오르는 것이 '번쩍번쩍'이다. 그럼 이것과 관련된 직종이 무엇인지 찾는 게 다음 단계다. 곽 교수는 전기전자가 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고 그 여학생에게 "사주에 전자공학이 맞으니 계속 학업을 이어가라"고 권했다. 결국 그 학생은 삼성전자에 특채로 취직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앞의 일화를 통해 사주가 운명을 결정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 사주는 결심을 돕고 마음을 정리하도록 돕는 보조 수단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 여학생이 자퇴하고 의대에 진학했다면 그 번갯불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암 이일수 선생

명리학은 미신 아냐,

예로부터 내려오는

일종의 '통계',

맹신만은 금물

 

이일수 선생은 "자연의 이치는 틀림없다. 적성의 측면에서 설명하자면 사주는 사람이 어떤 직업을 택했을 때 그 직업이 그 사람의 행복을 충족시켜줄지 경제적 능력에 이점을 줄지에 대한 판단까지 정확하게 도출해 낼 수 있다"고 사주의 정확도를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주와 적성검사는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이 선생의 말은 적성검사가 특정 성향의 가진 사람들이 고르는 답의 통계이고, 사주명리학 역시 특정 사주의 사람들이 일정한 성향을 띠는 통계라는 점에서 둘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과학이 제시하는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주와 명리학을 미신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일수 선생 역시 사주에 대한 맹신만은 경계했다. 그는 "역술인은 모든 직업의 특성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자신이 아는 범주 내에서 추천을 하는 것이므로 왜곡이 발생해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운명(運命)이라는 단어가 뭐냐. 명은 자기 자신이다. 운은 운전이다. 운명이란 자신을 운전한다는 말이다. 음주운전을 택한 자는 그에 합당한 결과에 이르는 것이고, 정속주행한 자는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의 말은 결국 팔자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렸음을 의미한다. 밥그릇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꼭 밥그릇으로 쓰이지 않는 것과 같다. 막걸리를 따르면 술잔이 되는 것이고, 흙을 붓고 꽃을 심으면 화분이 되는 것처럼.

 

▲광복동에서 성업중인 사주천막들.

 

사주를 연구하거나 업으로 삼는 이들은 사주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면서도 사주 자체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사주라는 것이 미래를 예측한다는 데 그 목적이 있기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비판적인 관점을 취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 대학 학생상담센터에서 적성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백지영 상담원은 사주에 대하여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사주는 신빙성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사주 같은 것을 보게 되면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점을 찾아 무조건적으로 믿는 '바넘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즉 사주를 통한 적성 찾기는 옳지 않다는 이야기다.

 

족집게 같은

역술인의 사주풀이

'바넘효과'일 수도

 

우리 대학 리더스 클럽은 지난해 역술인을 초빙해 모의면접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역술인들이 학생들의 사주를 본 후 취업과 관련된 예견을 하고, 그 학생들이 실제로 취업한 현황을 비교해보는 실험이었다. 3개월 후 예견과 실제결과를 비교해 보니 사주의 적중률은 5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지원실 박형태 담당자는 "사주보다 이미지가 취업과 더 관련 있다"며 "이미지 탐구가 우선시 되어야 하므로, 주변인을 이용해 자신의 이미지를 탐색하라"고 권했다.

사주와 적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사주풀이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한다면 진로와 적성에 대한 확신이 서지만, 그렇지 않다면 실의와 절망에 빠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야구해설자 하일성은 말했다. "야구, 몰라요." 야구도 모르는데 인생은 어찌 알겠는가. 기자도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인생, 몰라요."

글 = 김강민, 정민지, 정혜원, 손솔잎 인턴기자
일러스트레이션 = 권화진 기자

동아대학보 제1099호 2012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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