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김부장, 영남대로를 가다④ 문경새재 옛길박물관 ~ 한양 숭례문(종착지)
[연재]김부장, 영남대로를 가다④ 문경새재 옛길박물관 ~ 한양 숭례문(종착지)
  • 서성희
  • 승인 2012.12.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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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 도립공원 안에 있는 옛길 박물관.

 

문경새재에는 임진왜란 후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지어진 세 개의 관문이 있다. 새재의 정상에 오르고 난 후 옛길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 제3관문인 조령관, 제2관문인 조곡관, 제1관문인 주흘관을 차례로 거쳐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이 길에서는 현재 KBS에서 방영 중인 <대왕의 꿈>이라는 사극을 촬영하고 있었다. 삼국을 통일한 태종무열왕의 이야기라는데, 문경새재가 사극 촬영의 메카라는 게 허언은 아닌 듯하다.

문경새재의 입구로 나오다 보면 옛길박물관을 볼 수 있다. 옛길박물관은 문경시에 속하는 조선팔도 고갯길의 대명사 '문경새재'와 우리나라 최고(最古) 고갯길인 '하늘재', 그리고 한국의 차마고도라고도 일컬어지는 '토끼비리' 등 옛길에서 펼쳐졌던 각종 문화상을 담아내고 있는 박물관이다. 옛길박물관 담당자는 "길이라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길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가 만나고 교류하는 지점"이라며 "영남대로는 넓게 보면 실크로드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는 문화적 교류의 장이다"고 설명했다. 길이 다양한 인간의 삶을 아우르는 중요한 통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영남대로의 가장 높은 고갯길인 문경새재를 넘으면 충주에 다다른다. 충주에는 수안보라는 유명한 온천이 있다. 태조 이성계를 비롯한 왕들과 여러 선비들도 이 온천을 찾았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도 수안보를 많이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충주에서는 '왕의 온천'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수안보를 홍보하고 있었다. 이 문구를 보고는 문득 우리나라 사람들이 왕이나 대통령, 또는 재벌회장이나 유명 연예인 등에 대해 무한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이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사회임에도 왕이 간 곳, 대통령이 좋아하는 것, 재벌회장이나 유명 연예인들이 쓰는 물건 등이라면 앞뒤 재지도 않고 달려드는 것을 종종 봤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전근대적인 인식이 남아 있는 듯하다.

수안보온천을 지나 '말죽거리'에 닿으면 한양의 지척에 이른 것이다. 말죽거리라고 하면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가 먼저 생각날 테지만 사실 이는 양재역을 다르게 이르는 말이다. 말죽거리라는 이름에도 다양한 유래가 있다. 양재역 근처 마을 이름이 '역말'이었는데, 역과 가깝다보니 말에게 죽을 먹이는 집이 많았다. 그래서 지나가는 길손들이 말죽거리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 다른 유래도 있다. '이괄의 난' 때 인조가 난을 피해 몽진하던 중 양재역에 이르렀다. 당시 인조는 기갈을 견디지 못했는데, 이에 한 선비가 팥죽을 쑤어서 바쳤다. 인조는 말 위에서 그 팥죽을 먹고 다시 움직였다고 한다. 여기서 말죽거리라는 지명이 유래했다고 하는데, 이는 속설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우리나라 지명 중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우리말 지명보다 한자나 영어 지명에 더 익숙한 것 같아 아쉽다. 새 것을 좇는다는게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옛것을 빨리 잊는 세태는 안타까운 부분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격언처럼 모든 새로운 것은 옛것을 기반으로 한다. 말죽거리를 거닐며 옛것이 새것으로 대체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양에 진정으로 도착했다고 말하려면 숭례문을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한양의 상징인 숭례문은 안타깝게도 지난 2008년 화재로 소실되고 말았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에도 굳건했던 숭례문의 화재에 많은 이들이 개탄했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격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현재 숭례문은 복원을 위해 네모난 구조물 안에 가려져 있었다. 비록 볼 수는 없었지만 숭례문은 우리에게 '안일함은 일을 그르치는 최대의 실수'라는 것을 몸으로 깨닫게 해줬다. 내년 초에 복원이 완료된다고 하는데, 더 멋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길 바란다.

숭례문을 지나면 동래에서 시작한 짧고도 긴 여정이 끝난다. 과거를 보러온 선비들은 경복궁으로, 상인들은 시전이나 난전으로, 일반 백성들은 저마다의 목적지로 향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대학생들도 영남대로를 걸었던 선조들과 같이 '사회'라는 길을 걸어가게 될 테다. 순간순간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목적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모든 이들이 목적지를 잃지 않고 순탄하게 자신만의 '영남대로'를 걸어 나가기를 응원하며, 영남대로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김 부장, 영남대로를 가다’는 1100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관심 가져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김무엽 기자
hakbomyk@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100호 2012년 1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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