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까짓 거 뭐 있습니까."
무심한 듯 던진 이 한마디로 동아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바로 한국공학한림원과 특허청이 주최한 '2010 캠퍼스 특허전략 유니버시아드 공모전'의 특허선행기술조사 부문에서 카이스트, 한양대, 경희대 등 쟁쟁한 대학의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당당히 특허청장상을 수상한 박시범(기계공학과 석사과정 1년) 학생이다.
1%의 재능과 99%의 노력
"더운데 올라오시느라 수고 하셨어요." 친절하게 음료수를 건네며 실험실로 기자를 안내한 박시범 학생의 장난기 많아 보이는 얼굴과 말투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을 즐겁게 만들었다.
"이 공모전에 서울 대부분의 대학이 참여하는데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부산대만 참여한다는 것이 묘하게도 화가 났다"며 말문을 연 그는 지난해 대회에서도 특허전략수립 부문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인재다.
그는 강정호(기계공학) 교수의 추천으로 이번 대회의 선행기술조사 부문에 참가해 포스코가 출제한 '자기 세정 강판 선행기술조사'에 대한 기술 분석 및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해 수상자가 됐다. '자기 세정(Self-Cleaning)'이란 비가 오면 빗물이 표면의 오염물질과 함께 고르게 흘러내려 건물 외벽 등에 사용된 강판이 오염원을 스스로 세정하는 기능을 말한다. 문제를 출제 및 심사한 기업들은 수상자들에게 채용 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서류 심사를 무난히 통과한 그는 2차 발표 심사를 준비하는 데 많은 애를 먹었다. 연습 벌레로 유명해 하루에 6~7시간씩 150회 이상 혼자 중얼거리며 발표 연습을 했다고.
그는 매주 교수님과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 소스를 얻는다며 매순간 '초딩적 발상'을 강조했다. "평소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그냥 스쳐 지나가는 법이 없다. 모든 사물이 생각의 전환이 되는 것"이라며 역발상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이번 문제가 만약 전공 분야였다면 장관상은 끄덕 없었을 것"이라고능청을 떨었다.
즐기면서 하는 자, 누가 따라오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그는 "최근 학생들이 오직 '취업'만을 위해 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매순간 도전을 즐기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모전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전해줄 팁을 묻자 첫째는 '논리적인 해결 방법 모색에 대한 집요함'이며 둘째는 '교수님에 대한 집요함'이라고 답했다. "해당 문제와 관련된 담당 교수님의 자문이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열쇠다. 교수님이 귀찮아하실 정도로 매일 찾아가 도움을 요청 했다"며 "뻔뻔해져야 공모전에서 이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올해 특허전략수립 부문에도 3인 1조로 참가해 다시 한 번 수상에 도전할 예정이라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과 꿈을 묻자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것이 목표인데 하고 싶은 것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계획'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그에게선 열정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역시 '유능한 자는 노력하는 자를,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은가 보다.
도윤정 기자
hakboyj@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81호(2010년 9월 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