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 이성미
  • 승인 2011.06.14 1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 대학교의 인문학 강좌 수강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실용교과목에 치중하면서 많은 인문학 교과목이 외면 당하고 있다. 이 같은 학문적 편식은 보이는 현상에만 몰두하고 숨겨진 본질에는 아무 관심도 보지 못하는 기형적 인간을 낳게 한다. 인문학은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경험적 접근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인문학은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현상을 분석하기보다는 그 안에 숨겨진 본질을 탐구하고 깨닫게 해준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 대학 밖의 환경은 변하고 있다. 마이클 샌더스 교수의 정의론 강의 덕분인지는 몰라도 정보기술과 산업 분야에 인문학 열풍이 대단하다. 삼성SDI에서는 해외수주에 나선 직원들에게 영시를 10편 이상씩 암기하도록 했다고 한다. 경영 일선에 있던 책임자가 해외수주 경험을 통해서 밝힌 성공요인에 대한 점검했는데, 프로젝트의 내용 못지않게 해당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있는 다른 변수에 해당하는 '상대국가의 문화적 지식'이나 '친근감'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또한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인문학센터에서 열린 비블리오텍 회의에서 구글의 부사장은 올해 채용인원 6,000명 중에서 4,000~5,000명을 인문분야 전공자로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글이 다양한 분야에서 똑똑한 인재를 찾고 있지만, 인문학 전공자가 여기에 특히 잘 어울린다며 사용자환경(UI)을 개발하는 데는 기술 못지않게 사람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일이 필수적이고, 인류학자와 심리학자가 가장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내곤 한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영문학 전공의 정보기술 전문가인 카도 지나친 인터넷 사용에 대해 최선의 방책은 의심을 품는 일이며, 기술이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해져 필수적이 되고 혜택이 커질수록 인문학적 비판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정보기술 기업들의 메카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나 우리나라 일부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여 부산시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여 파리 유네스코회의에서 결정된 한국-유네스코 세계인문학 포럼(The World Humanities Forum)을 부산에 유치해 '다문화사회에서의 보편주의'라는 주제로 11월 24일부터 26일까지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 인문학의 전통과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이번 포럼의 성공적인 개최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부산지역의 인문학 활성화에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고도의 실용적인 가치창출을 위해서 인문학을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적극적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 학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이번 여름방학은 우리 대학생들이 전공을 떠나 인문학 도서 한 권을 골라 정독하며 가을학기를 맞이하는 것은 어떨지? 우리도 이 시대의 흐름에 뒤쳐져서는 안 되겠기에 이렇게 잔소리를 한다.

동아대학보 1088호(2011.06.0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