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관심에서 시작될 변화
[데스크칼럼]관심에서 시작될 변화
  • 장소영
  • 승인 2010.05.18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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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9년 11월 16일

 


다우미디어센터 취재보도부장 송자은


지난 중간고사 기간 동안 도서관에 콕 박혀서 세상 돌아가는 것 따위 몰랐다. 김연아 선수가 신기록을 세웠다는 것, 신종 인플루엔자의 확산이 심각하니 손을 자주 씻으라는 내용 외엔 별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기자가 이래도 되는거야?'라고 생각한다면 부끄러운 변명이지만 필자는 기자이기 이전에 학점을 먹고사는 대학생이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조용하다 생각했던 학교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법인 이사장의 금품비리 의혹으로 액션 학생회 측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 하지만 학생회 측의 의견은 아직 추측에 불과했고 배포된 자료의 내용도 추측에 그쳤다. 그들이 내세운 내용은 과거의 사건들뿐이었다.

그렇게 기자회견에 슬슬 집중도가 떨어져 갈 무렵, 한 여학생 무리가 필자의 옆을 지나가며 "비리없는 대학이 어딨냐" 혹은 "받으려면 좀 잘 받지. 우리학교는 왜 매번 걸린대" 등의 내용으로 수다를 떨며 지나갔다. 그런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그 여학생 무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자회견이 열린 공대 2호관 앞을 지나가는 많은 학생들의 입에서 입으로 그런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아무리 세상풍토가 그렇게 흘러가긴 한다지만 그래도 자기들이 다니는 대학인데 너무하네'라고 생각했다. 취재를 끝내고 도서관에서 친구와 커피를 마시면서 기자회견에 대한 얘기를 주절주절 하다 문득 '학생들의 태도에 혀를 끌끌 차던 나도 똑같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했다. 어째서 필자는 불의를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의리녀'가 아닌 것일까. 난 우리 엄마도 인정한 그런 '이기적인 아이'이기 때문이라고 쉽게 넘겨 버릴 수도 있었지만 내 위치가,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가 그러면 안 된다고 머릿속에서 자꾸만 윙윙댔다.

시험이 끝나고 그 사건에 대해 조사해보기로 했다. 여러 가지 경로로 취재를 시도했지만 정확한 사실에 대해선 밝혀진 바가 없었다. 그저 피 끓는 몇몇 동아인들의 가두·침묵시위에 대한 보도만 있었을 뿐.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생각하는 건, '대학생이라면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이다. 대학이라는 곳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필자는 데모가 빈번히 일어나는 곳이 대학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할머니도 내 손을 잡으시며 그런 곳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신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3년 가까이 이 대학을 다니는 동안 이 학교에 먼저 발을 디딘 선배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기만 했다. 본인들의 눈앞에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 생각했다.

예를 들면 MP3가 문제됐던 지난 학기 동안 우리대학 자유게시판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문제해결 방안, 과정 등을 그야말로 빠삭하다 싶을 만큼(학생기자인 나보다도 더) 꿰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법인에 관한 의혹에 대해서는 아는 학생이 거의 없다. 안다 하더라도 '그럴 수도 있지 뭐', '내가 굳이 안해도 누가 해결하겠지'하는 식이다.

'모두 다같이 데모를 하자'와 같은 말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아메리카노와 카페모카의 차이를 알고, 신상 구두와 신상 가방의 출시일을 알고, 요즘 잘나가는 클럽댄스가 뭔지 기억하는 것이 대학생의 본분이 아님을 알아줬음 한다. 대학생이라면, 피 끓는 청춘이라면 한 번쯤 나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이 오지 않더라도 발생한 문제에 대해 관심은 가질 필요가 있을 듯하다. 물론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것에 대해 멋대로 추측하고 소리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단지 대학생의 본분을 지키자고 학교에 관심을 가지자고 하는 건 어쩌면 뜬 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동아인들이 가져야 할 그 작은 관심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우리대학의 평판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학의 이미지는 취업을 얼마나 하는가가 전부가 아니다. 재학생들이 가지는 자신의 학교에 대한 프라이드와 작은 관심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동아대학보 제1074호 (2009.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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