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일 / 2010년 04월 07일
김태일 교수(태권도학과)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교정에는 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봄기운이 완연하다. 새로 입학한 신입생들의 설렘 가득한 모습과 복학생들의 분주한 모습에서 겨우내 땅속에서 힘을 모아 봉우리를 터뜨려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힘찬 생명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봄 학기는 많은 학생들과 선·후배들로부터 인생 상담 문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최근 한 후배로부터 인생 상담 요청을 받아 함께 소주잔을 기울인 적이 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동료 및 상사와의 갈등, 자신의 향후 진로를 위한 선택의 갈등, 친구와의 소소한 갈등, 가족과의 문제 등 후배는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모든 고민과 선택의 과정에서 겪고 있는 내·외부적 문제 해결의 과제를 한 보따리 풀어놓는다. 수없이 많은 해결해야 할 문제를 풀어놓은 후배에게 긴 시간 조언을 했는데 추후 정리를 해 보니 '진정성을 갖춘 본질에 충실하라'는 이야기로 요약되었다.
사람들은 종종 현재 자기에게 닥친 문제에 스스로 매몰되어 문제의 본질을 잊고 고민의 미로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항상 회사의 수익을 많이 내야 한다는 현실적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기업이 존속되기 위해서는 많은 수익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수익을 많이 내야 한다는 현실적 고민 때문에 기업을 하는 본질적 가치가 단지 돈을 많이 버는 것에 있는 것으로 스스로 착각하는 CEO를 종종 볼 수 있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는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적 부의 창출이라는 공익 추구에 있다. 이러한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 수익 창출인 것이다. 본질을 잊어버리고 수단만을 달성하려는 조바심에 내몰려 각종 부정이나 비리에 연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항상 본질적 가치에 충실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잊지 않는다면 단기간의 경영난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담대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경우에도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만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의 본질인 것으로 생각하여 입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각종 부정이 발생하고,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는 것만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의 본질인 것으로 잘못 생각하여 각종 시험 부정이 발생한다.
우리는 잠시 자신을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본질은 뒤로한 채 그 수단에 매몰되어 있지는 않는지, 지금 문제 해결의 답을 찾고자 매우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그것이 진정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추구하는 가치를 달성하기 위하여 그 수단이 충실히 완성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노력과 고민의 방향은 각자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의 본질로 향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의 본질은 아름답고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본질의 전부가 아니며, 시험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는 것이 본질의 전부가 아닌 것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안정된 직장이라는 수단이 필요한 것이고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한 수단의 일부로 좋은 시험 점수가 필요한 것이다.
바둑을 두는 기사가 상대방이 단수를 불렀다고 해서 직전에 놓아진 상대방의 바둑돌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심각한 고민을 한들 그 바둑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묘안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바둑판 전체를 조망하고 바둑돌이 놓아진 흐름을 읽어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여야 한다. 현재 놓인 처지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질수록 내가 원하는 풍요로운 인생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다시한번 성찰해 보기를 권한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과거 어느 광고 카피의 문구가 떠오른다. 그러나 결코 단지 선택 하나만으로 성패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선택을 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한 것을 어떻게 잘 성공으로 가꾸어가는가다.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의 본질을 명확히 직시하고 이에 대해 진정성을 부여하고 성실히 노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인생 진로의 방향을 찾고자 강의실과 도서관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고민의 시간을 보내는 우리 학생들에게 "진정성을 갖추고 본질에 충실 하라" 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동아대학보 제1078호 (2010. 4.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