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사과 속의 인문학
[데스크 칼럼]사과 속의 인문학
  • 장소영
  • 승인 2010.05.19 1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자은
다우미디어센터 취재보도부장

 

"애플은 변함 없이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에 서 있었다."

얼리어답터들의(더불어 기자의) 영원한 우상인 스티븐 잡스가 아이패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기업으로서의 애플이 갖는 정체성을 저 한 문장으로 설명한 그는 애플의 존재원인은 바로 기술이 아닌 인문학이라 말한다.
무슨 얘기일까. 뛰어난 기술력과 소프트웨어로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애플사의 최고경영자가 중시하는 것이 기술보다 인문학이라니. 스티븐 잡스는 인문학을 통해 기술은 사람이 쓰기 편하고 재밌는 것에서부터 오는 것이라고 깨달았다고 한다.

본래 인문학은 인간의 전반적 생활과 생각, 역사, 문학, 예술 등 폭넓은 영역을 아우른다. 인간사의 전반을 다룬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학문 중에 생활과 가장 인접한 것도 인문학이다. 아니 생활 자체가 인문학이라 봐도 무관할 듯하다.

사실 스티븐 잡스가 인문학을 통해 똑똑한 장난감을 만들어 낸 데에는 미국의 교육환경이 톡톡히 한 몫 해냈다. 우리나라가 인문학을 '돈 안되는 학문'으로 본다면 미국은 그야말로 '필수 학문'으로 본다. 예를 들어 국내 공과대학 교육과정이 실험이나 공학이론으로 이뤄져있다면 미국의 경우 공대생들이 의무적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교양의 차원을 넘어서 인문학을 공학에 접목시키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어느 높은 분께서는 닌텐도 DS가 출시됐을 당시 이런 말을 해서 네티즌 사이에 회자된 적이 있다. '우리는 왜 이런 거 못 만들어?'

예전에 TV광고 중에 외국 유명 대학에 우리나라 학생들이 입학은 하더라도 못 버티고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내용의 광고가 있었다. 그 원인이 '토론 능력'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인문학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물론 그 토론을 통해 창의력을 기르는 즉, 남과는 다른 생각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내세우고 발전시키는 것이 인문학의 힘이라는 거다. 창의력이 떨어지니 못 만드는 건 당연한거다.

이런 능력의 부재 혹은 부족으로 우리는 그들의 '기술력'만을 쫓는다. 그러면서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실용학문'의 힘만 점점 커진다.

비단 윗선의 문제만이 아니다. 배우는 입장의 학생들조차 이를 당연시한다. 인문학을 중요하지 않은 학문이라 여기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철학을 배워서 도대체 어디에 써먹느냐고, 철학관 차릴 수 있는 거냐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는가 하면 미술은 미대생만 하는 거고, 음악은 음대생만 하는 거라고 하는 학생도 있다. 그 뿐인가.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단지 대학에 가기 위해서이거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인문학 서적이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바로 공학이나 수학처럼 무작정 받아들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을 읽으면서 난생처음 난독증(難讀症)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사랑'에 대한 철학적 해석이 너무도 생소하고 당혹스러웠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머리로 읽어내려고 하다 보니 점점 지쳐갔다. 그러면서 썼던 방법이 내 삶에 그 책을 녹여 내는 거였는데, 확실히 성공적인 방법이었다. 이렇듯 인문학은 절대 공식이 성립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답이 없고 절대적으로 이해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장황한 글을 써놓고도 스티븐 잡스가 정확히 인문학의 어떤 부분에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한다'고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인문학적 기초가 있는 자가 좀 더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그들의 성공기로에는 인문학이 있었다는 것 정도는 이해했다. 어쩌면 이게 현대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성공하고 싶다면) 인문학을 공부해야하는 정당한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동아대학보 제1079호 (2010. 5. 1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