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희로애락 'lock'
[데스크칼럼]희로애락 'lock'
  • 이성미
  • 승인 2010.10.26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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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라 다우미디어센터 취재보도부장


지난 1일 MBC에서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가 방송된 이후 인터넷이 또 한번 떠들썩해졌다. 일명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한다)에 의해 제기되어 온 가수 타블로의 학력위조에 대한 의혹도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방송이 방영되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타블로를 향한 비난으로 끊이질 않던 네티즌들의 설전은 이제 그 방향을 바꿔 '타진요'에 대한 비난으로 넘쳐나고 있다. 다수의 군중이 한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행태도 변하지 않았다. 바로 마녀사냥이다.

또 현재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 케이블 방송사의 '슈퍼스타 K'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참가자가 다소 이기적인 행동을 한 것이 전파를 타면서 네티즌들의 집중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제작진의 편집에 의해 더욱 부정적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이 참가자는 결국 방송에서 진심어린 눈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함에 따라 질타를 했던 네티즌들의 분노도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

 위의 사례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즉흥적이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회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단 '카더라 통신'만을 믿고 이곳저곳에 떠들어대기 일쑤니 빠르고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져가는 우리 세대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여기저기 유포해 피해 당사자들은 이를 감당해내기가 쉽지 않다.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 일부 피해자들은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까지 마다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필자도 지금껏 나름대로 이성적이고 냉철한 편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갖가지 허위 유포된 소문들에 넘어가고 만다. 진실이 왜곡될 수 있고, 주위환경에 의해 변색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껏 늘 봐왔던 사실이다. 이를 알면서도 제대로 분별해내지 못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지금의 인터넷 공간은 타인에 대한 배려나 아무런 감정도 남아있지 않은 마치 무표정의 공간과도 같다. 윤리의식의 부재가 팽배해져있는 인터넷 공간은 무분별한 헐뜯기와 각종 루머들로 난무하다. 이러한 현실에 일부 네티즌들은 최근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끊이질 않는 마녀사냥과 근거 없는 루머들을 통제할 특별한 수단은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다. 컴퓨터 앞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키보드만 두드리는 네티즌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정이 봉인된 희로애락'lock'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런 도덕적 자책조차 느끼지 못한 채 누군가를 향한 무분별한 비난과 욕설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 '지하철 난투극'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한 여학생과 할머니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져 머리채를 붙잡고 싸우는 형국이었다. 처음에는 네티즌들이 비난의 화살을 여학생에게 돌리며 패륜녀라 불렀다. 그러나 당시 정황을 설명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어느새 공격의 대상이 바뀌어있었다. 물론 이 정황 역시 100%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 자극적인 단어를 통해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게 한 언론의 잘못도 묵시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손가락 하나로 어느 누군가의 인생을 흔드는 일이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필터링하고 선택적으로 수용해야하는 것 또한 네티즌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과정이 생략된 결과만을 붙들고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동아대학보 제1082호(2010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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