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목표 vs. 한계
[기고]목표 vs. 한계
  • 김승언
  • 승인 2011.11.3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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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정 교수 도시계획학


동아인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한계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순한 극복의 대상일까? 도시계획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목표와 한계라는 단어 자체는 물론, 이들 간의 관계는 언제나 필자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해왔다. 보다 많은 주택과 공장터를 마련하기 위하여, 때로는 사람과 물자를 보다 원활히 이동시키기 위하여 그동안 우리나라 도시계획은 수많은 한계를 극복해 왔다.

불과 몇 백 년 전만 해도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었던 자연환경도 극복의 대상이 되었으며, 보다 빠른 성장을 위하여 시간의 제약도 해결해야 했다. 심지어 새로운 시설과 기능을 부여함에 있어서 기존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일상의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마저도 국토개발을 위한 단순한 극복의 대상에 불과했다. 그 결과 우리는 세계가 놀라워하는 발전을 이뤘다.

그동안의 우리나라, 우리 국토를 둘러싸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며 목표 중심의 국토개발과 도시계획은 지난 반세기 놀라운 성장의 기반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목표 중심의 성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오늘날,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면을 이제는 돌아봐야 할 시점이며 이미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두운 면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요즘 방송과 지면을 통해서 빈번히 회자되고 있는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이로 인한 재해·재난에서부터 사회경제적으로는 땅 투기와 부동산 중심의 자산 축적 및 빈부격차와 삶의 터전에서 거리로 내몰리는 사회 취약층 문제, 경관적으로는 산등성이에 우뚝 선 아파트와 전국 어디를 가도 구별되지 않는 획일적 도시경관 등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우리 앞에 산적해 있다. 이러한 오늘날의 문제는 목표 중심의 국가개발 패러다임에서 기인하였고 이에 대한 대안 없이는 앞으로의 지속적인 개발·성장 또한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목표 중심 패러다임의 대안은 어때야 하는 것이며,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이 시대의 젊은이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것일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의 시작은 그동안 우리가 단지 극복의 대상으로 간주해왔던, 바로 '한계' 자체에 대한 재인식과 '한계'와 '목표' 간의 극복 관계에 대한 재조명에서 출발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인류의 과학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기 이전, 한계와 목표는 일방적인 극복의 관계가 아니었다.

목표는 한계에 대한 고려 및 존중을 통하여 결정되었고, 한계에 대한 존중은 목표에는 차별성을, 그 결과물에는 지속가능성과 아름다움을 부여해주었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전통 건축공법과 수상교통체계, 아름다운 도시미는 도시건설 한계의 단순 극복이 아닌 한계에 대한 존중과 그를 통한 고유한 목표설정의 사례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의 도시, 나아가 우리 사회는 또 한 번의 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목표중심의 맹목적인 성장에서 벗어나 모든 사회구성원과 환경까지도 아우르는 조금은 세련된 도약의 기반을 조성해야 할 시기다.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다질 젊은 여러분들께 주제 넘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과 당신의 목표를 둘러싸고 있는 한계들을 존중해주길 당부한다. 한계로 인한 좌절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한계에 대한 존중과 이에 따른 목표설정은, 당신은 물론 당신이 속해 있는 도시, 사회, 국가에 새로운 차원의 도약과 차별화 된 아름다움을 부여해 줄 것이다. 아름다운 성공의 기반이 되었던 한계의 극복은 한계에 대한 부정이 아닌 존중의 결과다.

동아대학보 제1091호(201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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