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물망초발심(勿忘草發心)
[데스크칼럼]물망초발심(勿忘草發心)
  • 서성희
  • 승인 2012.05.10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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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새벽 6시. 우리 대학교 김 모 학생은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한림도서관 열람실에 도착했다. 그러나 김 모 학생은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도서관 자리대여시스템의 모든 좌석이 이미 대여 상태였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람실로 들어간 김 모 학생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좌석의 대부분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는 한 중국인 학생이 "밥을 먹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필기공책과 컵 등이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은 시험기간 동안 비일비재했다.

이렇게 시험기간 동안 학생들이 열람실 좌석을 놓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동안 총학생회는 열람실에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등록금 11% 인하'만을 위해 투쟁하고 있었다. 필자는 등록금 11% 인하도, 그를 위한 권오민 총학생회장의 단식투쟁도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뜻을 이루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총학생회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는 필자뿐만이 아니라 우리 대학 학생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시험기간 동안 총학생회가 한 일은 천막 속에 앉아 지나가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하'만 되면 끝인 것 마냥 그 자리만 지키고 앉아 있었다. 물론 이번 총학생회 '반드시 액션'은 '반값등록금'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당선됐다. 하지만 학생복지는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의 기본적인 의무다. 반드시 액션은 당선 직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복지에도 열정적인 총학생회가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자신들을 뽑아준 학생들과의 약속이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학생 복지를 위해 활동하는 총학생회의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시험기간은 학생에게 가장 민감한 시기다. 그러나 이 시기에 등록금 재협상만을 외치는 총학생회의 모습은 학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학생들은 도서관 사석화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지만 총학생회는 눈을 감고 귀를 닫았던 것이다. 만일 총학생회의 이러한 태도가 반복된다면, 등록금 인하를 위한 투쟁에 독려를 보내던 학생들마저 총학생회에게 등을 돌릴지 모른다.

'반드시 액션' 총학생회는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로서의 기본적 의무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또한 총학생회 임원들은 권오민 총학생회장의 단식 투쟁으로 생긴 빈자리를 힘을 합쳐 메우고 학생 복지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등록금 11% 못 내릴거면 그냥 도서관 자리나 만들어줬음 좋겠다." 캠퍼스를 거닐다 필자의 귀에 들린 한 학생의 말이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학생들의 여론이 어떤지 두 눈과 두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물망초발심(勿忘草發心). 부디 처음 그 마음을 잊지 않길 바란다.

백장미 편집국장



동아대학보 제1095호 2012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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