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화는 '의지'의 문제
[기자수첩]대화는 '의지'의 문제
  • 서성희
  • 승인 2012.10.11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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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우리 대학교 홈페이지를 방문한 기자의 눈엔 '승학캠퍼스 마을버스(이하 동아버스) 학생 이용 변경 안내'라는 공지사항이 가장 먼저 띄었다. 이번달부터 학생들이 요금을 내고 동아버스를 이용하면 다음달에 학교가 요금 실비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내용의 공지가 동아버스 차량에 게시되면서 학생들은 적지 않게 당혹해했다. 또 홈페이지에 공지돼 있는 신청 절차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변경된 버스 이용 방식보다 더 큰 문제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학생들을 제외한 대학당국 측의 일방적 태도에 있다.

동아버스의 주 고객은 우리 대학 학생들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과정에서 학생은 없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려는 시도도 하지 않은 채 동아버스 이용 방식이 변경됐음을 통보했다. 대화도 타협도 없었던 이번 결정은 학생들을 당혹케 만들었다.

학생 모두의 의사를 들을 수 없었다면 최소한 학생 대표 기구인 총학생회와는 의논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학당국은 총학생회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현정 부총학생회장은 동아버스 이용 방식 변경의 전말을 묻는 한 학생에게 "학교 측에서 정한 것이라 정확히는 모르겠다. 자세히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학교 측과 대화해야 할 총학생회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대학당국의 이런 일방적 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대학당국이 일방적으로 의사를 결정한 것이 이번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일어난 무용학과 사태에서도 대화를 위한 학교 측의 노력은 볼 수 없었다. 대학 당국은 '사실상 폐과'를 결정하면서도 학생들과는 논의 한 번 하지 않았다. 일방적 의사 결정이 연이어 반복된다는 사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대학의 버스 운용 목적은 '학생의 편의 증진'이다. 관리과는 이번 제도 변경을 통해 약 1억5,000만 원에서 2억 원 정도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물론 예산 절감은 우리 대학 구성원 전체에게 반가운 일이지만 학생들은 당장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학교의 예산 절감을 위해 학생들에게 불편을 강요하는 것은 편의 증진이 아니다.

대화는 '능력'이 아니라 '의지'에서 비롯된다. 스스로를 낮추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야말로 대화에 임하는 기본적인 자세다. 이번 의사 결정 과정에서 학생들은 소외받은 데 더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대학당국은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수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박유정 기자
hakbopy@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8호 2012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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