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개천절에 배운다
[시론]개천절에 배운다
  • 서성희
  • 승인 2012.10.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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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찬(국어국문학과) 강사


전라남도 진도에서 전해지는 옛이야기 중에 앞을 보지 못하는 동생과 그 동생을 지극한 정성으로 돌보는 형의 이야기가 있다. 부모나 다른 이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형제는 서로 의지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형은 앞을 보지 못하는 동생을 업고 먹을 것을 구하러 여기저기 떠돌아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이 조그만 개울을 건너다 우연히 돌 틈에 비어져 나온 금덩이를 보았다. 그런데 형은 금덩이를 바라만 볼뿐 서둘러 주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 마침 건너편에서 한 농부가 개울을 건너오고 있었다. 그런데 농부는 금덩이를 보고 마치 뱀이라도 본 것처럼 혐오스러워하며 들고 있던 곡괭이로 두들겨 댔다. 금덩이가 두덩이로 나뉘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농부는 곡괭이질을 멈추었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던 길을 마저 가버렸다. 개울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형은 그제야 기쁜 마음으로 두덩이로 나누어진 금덩이를 주워갔는데, 이유인즉슨 한 덩이로 된 금덩이는 동생과 나눠가질 수 없어 줍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한 가지 빠뜨린 것이 있다면 그 형제의 이름이 지성과 감천이라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失)'이라는 말이 있는데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이 이야기에서 나온 속담이라고 한다. 속담을 풀어보자. 정성을 다하면 하늘도 움직인다는 것인데, 몸이 불편한 동생을 한시도 떨어뜨리지 않고 업고 다니면서 먹이고 보살핀 그 형의 마음과 행동이 '지성'이 아니겠는가? 또 동생과 나눌 수 없기에 귀한 금덩이도 마다했던 형의 마음에 감동한 하늘이 농부를 보내어 금덩이를 쪼개어 준 것이 '감천'이 아니겠는가?

이런 이야기는 대체로 형제의 우애에 하늘이 감동하여 복을 주었다는 식의 교훈을 담고 있지만 그 범위를 확대하면 우리 겨레의 정체성과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우리 겨레의 정체성은 단군의 출생과 건국의 이야기 속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단군신화는 환웅의 탄강과 신시 개창, 단군의 탄생과 건국을 함께 전한다. 단군신화는 이야기를 통해 홍익인간과 재세이화의 큰 가르침을 우리 겨레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해답은 단군신화 속에 있다. 이 땅에 환웅이 내려오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 하늘은 우리가 사는 이곳이 어떤 점에서 마땅하다고 여겼을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사는 이곳을 보고 하늘이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또 단군의 어머니 웅녀는 어떻게 인간이 되었나? 바로 간절한 바람과 노력에서 비롯했다. 동굴에서 금기를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간 호랑이는 인간이 되지 못했다. 단군신화는 학문의 영역에서 해석되기 이전에 우리 겨레의 살아있는 큰 가르침으로 이어져 왔다. 하늘을 움직여 이 땅에 신시를 열고 하늘을 움직여 곰이 인간이 된 이야기라는 점을 어떻게 부정하겠는가?

홍익인간과 재세이화는 우리 겨레의 삶의 목적과 방법에 대한 큰 가르침이다. 곰이 인간이 되었다 함은 그것을 체득하고 실천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그 이념의 알맹이가 곧 단군이다. 곰이 지극한 정성으로 간구한 것이 바로 우리 겨레의 문화영웅 단군이다. 곧 감천의 결과다. 하늘을 움직여 형제가 행복을 얻는다는 상상력은 단군신화에서 이미 써먹은 것의 재판이다. 앞서 형제의 이야기도 우리가 따르고 배워야 할 그와 같은 큰 가르침의 일부라 해야 할 것이다. 추석 연휴를 정신없이 보내고 개천절을 맞아 그 의미를 반추해 보고자 이런 저런 자료를 찾다 매년 있었던 정부의 개천절 경축사를 보았다. 우리 겨레의 큰 가르침을 가슴에 품고 현재의 과제를 국민통합의 힘으로 극복하자는 내용이다. 이 또한 '지성(至誠)'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나의 잠재력은 무엇이고 '지성(至誠)'은 무엇인지 곰곰이 되짚어 본다.

 

동아대학보 제1098호 2012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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