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장난감 중 '실전화'라는 것이 있었다. 종이컵 두 개와 실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는 장난감이었다. 실전화는 번거로운 장난감이다. 실전화에 대고 말을 전했다면 그 다음은 종이컵을 귀에 갖다 대고 '들어야만' 한다. 이러한 번거로운 과정을 통해야만 서로 대화가 가능했다. 우리는 이미 어린시절의 놀이로 소통의 기초를 모두 익혔다.
어느덧 12월이다. 학기 초 야심차게 출범한 각 학생회들의 임기가 마무리됐다. 지난달 23일 우리 대학교 46대 총학생회 선거와 개표가 끝났다. 학우들의 선택으로 선출된 HIT총학생회는 앞으로 2만 학우의 대표로 새로운 1년을 이끌어 갈 것이다. HIT 총학생회는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난히 '소통과 설득'을 강조했다.
분명 우리 대학교의 올해는 불통(不通)의 해였다. 기름과 물처럼 섞이지 못하고 서로 겉돌기만 했다. 학기 시작 전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부터 시작해 동아연애단 활동, 등록금 투쟁 등 다양한 사건에서 소통의 부재는 여실히 드러났다. 소통(疏通)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이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는 모두 자신을 방어할 벽이 존재한다. 소통은 그 벽의 높이를 낮춰 서로를 맞춰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벽을 허물어 낼 무기는 대화다.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설득하고 조정해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가는 소통 능력은 지도자의 제1덕목이다. 이달 19일 치러질 대선에 나선 후보들의 연설에도 소통은 빠짐없이 등장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선거 유세의 기본 콘셉트를 '소통과 경청'으로 정하고 전국을 돌며 '국민대통합과 소통'을 외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또한 선대위에 소통본부장이라는 직책까지 두면서 '국민과 함께 소통하고 호흡하는 쌍방형 유세'을 강조한다.
소통하지 못함은 곧 고통이다. 서로가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면 목만 아플 뿐이다. 모두 실전화 종이컵을 입이 아니라 귀에 먼저 갖다 대 보자. 진정으로 상대를 이해하려는 역지사지(易地急之)의 마음이 필요하다.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되는' 그 순간이 곧 소통이다. 그렇다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는 조금 곤란하다. 그건 '나처럼 해봐요, 이렇게'와 다를 것 없다. 이제 새로운 해가 다가온다. 새로운 총학생회는 그저 트렌드에 편승한 소통이 아닌, 진짜 소통을 보여주는 총학생회이길 기대한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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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학보 제1100호 2012년 12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