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역시나 올해도 국사를 선택한 학생의 비율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낮다고 한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국사과목'이라고 하면 이내 고개를 돌려버린다. 외울게 많고 지루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서울대 갈 것 아니니, 국사보다 다른 과목을 선택하는 편이 낫겠다'며 국사를 외면한다.
이는 현재 주요 대학 가운데 서울대만이 국사를 필수로 한 까닭이다. 언제부턴가 국사는 '선택과목'으로 전락해 버리고 영어는 삶의 필수라는 생각은 오늘날 우리 세대가 겪는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나라의 베이비 붐 세대들은 농업사회,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변동을 겪은 세대다. 이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래 없는 초성장 국가라는 것을 방증한다. 1910년, 한일 병탄을 시작으로 36년을 일본의 식민지로 살 수밖에 없었던 나라. 광복의 기쁨도 잠시, 한국전쟁으로 물리적·심리적으로 황폐화를 겪은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이렇듯 산전수전 다 겪은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바로 일제 식민 지배를 받기 전부터 있어왔던 저항의 역사와 함께한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1905년 을사늑약, 1907년 군대해산은 이미 국망(國亡)의 복선이었다. 그러나 이 당시 최대규모의 을사의병(1895년)과 정미의병(1907년)은 당시 나라에 대한 역사관을 바로 갖고 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감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의 대부분이 '8월 29일'의 의미조차 간과하고 있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은 현 시점에서 옛 선조들의 혈투로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것을 공감이나 하겠는가.
역사는 그 나라의 뿌리다. 뿌리를 알아야 꽃이 피고 지는지를 바로 판단 할 수 있다. 옛 선조들의 애국정신이 글로벌화라는 명목 하에 주객이 전도되어 다른 것들에 묻혀 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사(史)를 모른다는 것은 100년 전 경술국치의 현실보다 더 치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변국에서는 옛일을 허위로라도 내세워 국가적 입지를 다지려는데 반해 우리는 그저 역사는 뒤로 한 채 성적의 한 방편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역사 교육이 바로서야 국가 정체성 확립이 가능하고 나라를 끌어안을 수 있는 법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인지도 모른 채, 글로벌화만 외쳐서 될 일인가. '너 자신을 알라' 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우릴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강신우(경영학 3)
동아대학보 제1082호(2010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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