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먼저 질문자의 의도가 궁금했다. 물어봤더니 '우리학교에 여학생이 많다는 소문이 있는데 내 주변에는 여학생이 없다. 날이 쌀쌀해져 외롭다'란다. 사실, 이 질문은 기자도 평소 궁금했던 점이었다. 전공수업을 들을 때면 여학생들로 넘쳐났기 때문에 여학생이 더 많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직(?) 공대녀 서지현(신문방송학 2) 학생은 "학생 수가 가장 많은 단과대학인 공대에 남학생이 몰려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남학생이 더 많을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정확한 수치를 알아보기 위해 학사관리과를 방문했다. 우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남학생 1만 230명(51.4%) △여학생 9,647명(48.6%)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특정 성별이 더 많다고 느끼는 걸까? 이유는 과별 특성에 있다. 과별로 살펴본 결과, 여학생 수가 가장 많은 과는 관광경영학과로, △남학생 130명 △여학생 345명이었고, 남학생 수가 가장 많은 과는 기계공학과로, △남학생 725명 △여학생 30명에 불과했다. 비율로 알아보면 간호학과가 △여학생 95% △남학생 5%로 남학생이 3대독자보다 귀했으며, △남학생 96% △여학생 4%인 기계공학과는 비율마저 가장 높았다.

왜 특정학과에 성비가 편중되는 것일까? 이것은 간호사는 여자이고, 엔지니어는 남자라는 직업적 편견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편견은 남녀 성역할(Sex Roles) 관념에서부터 비롯된 '성역할 사회화'에 따른 것이다. 성역할 사회화란 각 개인이 자신이 속한 문화에서 남녀의 성역할에 관련된 태도, 인식, 행동, 규범 등을 습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말한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버크스 캠퍼스 에릭 린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장난감을 갖고 놀며 어울림으로써 엄마아빠의 역할 차이를 통해 남녀 성역할을 알게 된다고 한다. 린지 교수는 "함께 어울려 놀 때 어린이는 남녀의 역할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알게 된다"면서 "대체로 남성은 주장이 강하고 단정적이며 여성은 유연하고 상냥하다는 성역할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역할에 대한 사회적 통념은 대체로 남·녀간의 실제적 차이를 과장하고 왜곡하는 경향이 있어 갈등을 안겨주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는 여성의 사회진출과 가족구조의 변화 등으로 전통적 성역할의 규범이 약화되면서 가정과 사회에서의 성역할 변화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학에서도 성에 따른 학과 구분이 점차 변화될 조짐을 보이기도 한다. 안동과학대학 간호학과에 다니는 김한수 학생은 "간호과에 여자가 많지만 정신건강의학과나 중환자실은 섬세함과 동시에 힘도 필요하다"며 "직업에 있어서 남녀구분은 중요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성 역할이 해체되면서 '남자 학과', '여자 학과'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기계공학과, 간호학과도 언젠가는 남녀의 비율이 비슷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까지 기다리기 힘들다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남자·여자를 찾아 볼 수가 없다는 신세한탄 보다는 '과팅'을 추진해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