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인증받아야 인정받는 세상
[독자발언대]인증받아야 인정받는 세상
  • 서성희
  • 승인 2012.10.11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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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보낸 우편물이 도착했다. 졸업인증제 안내문이었다. 빠르게 안내문을 읽어 내려가던 중 한 문장이 눈에 박혔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고 논문(혹은 졸업시험)을 통과하였다 하더라도 졸업인증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졸업이 되지 않습니다.' 이수학점을 다 채우지 못한 것도 아니고, F학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졸업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인증제는 학생들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여러 대학교에서 도입하고 있다. 졸업인증은 △외국어 △실용한자 △컴퓨터 활용 △봉사 등 네 영역으로 분류된다. 이 중 학과 필수영역을 포함한 2개 영역에서 학과가 정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졸업할 수 있다. 필자는 현재 네 영역 중 △봉사를 충족시켰고, 다른 한 영역으로 △컴퓨터 활용 능력을 선택해 실기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대학교는 '학생들이 기본 소양을 갖춤으로써 사회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졸업인증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 대학의 졸업인증제는 처음의 의도에서 빗나가고 있다. 졸업인증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많은 학생들은 외부 시험보다 비교적 쉬운 교양교육원의 졸업인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졸업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도대체 어떻게 사회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일까?

'스펙'은 취업의 필수조건이 돼 버린 지 오래고, 이는 대학생들을 무참히 짓누르고 있다. 기성세대는 능력과 개성보다는 스펙으로 청년들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졸업인증제는 이와 같이 '인증' 없이는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학생의 능력을 시험이나 제도로 재단하고, 일정한 기준을 충족해야만 졸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교육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대학은 동일한 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찍어내는 공장이 아니라 개개인을 전공 분야의 전문가로 양성하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우리 대학이 불철주야 노력한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예비 졸업생들이 시간에 쫓겨 '졸업만을 위한' 졸업인증을 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 앞으로 우리 대학은 학생의 개성을 무시하는 졸업인증제보다는 학과 특성에 맞춘 프로그램을 고안해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박지원(국어국문학 4)

동아대학보 제1098호 2012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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