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특기생 기숙사 시설 열악
최종수정일 / 2008년 06월 04일
사진 : 대신동에 있는 체육 특기생 기숙사 '구봉료'. 외관이 낡은데다 출입구가 차도에 인접해 있어 학생들의 이동에 위험이 따른다.
"지금 상태에서는 어떠한 지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입니다."
경사진 대신동 산복도로를 따라 한참 올라가다보면 주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가운데 우리대학교 체육 특기생들의 기숙사 '구봉료'가 자리 잡고 있다. 정말 기숙사가 맞을까 의심이 갈 정도로 낡은데다 차도에 인접해 있어 학생들 이동이 위험해 보이는 건물이다.
레슬링, 태권도, 유도, 육상, 수영 등 8개부에 소속된 우리대학 체육 특기생들은 총 128명으로, 현재 서구 대신동과 괴정동, 그리고 진해시에 이들을 위한 기숙사가 마련돼 있다. 대신동 구봉료에서 남자 특기생 50명이, 괴정 자유아파트에서 여자 특기생 8명이 생활하고 있다. 축구부와 야구부는 대신동 영산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했으나, 최근 야구부가 연습 공간 문제로 진해에 임시숙소를 마련했다. 그러나 진해 임시숙소는 환경은 좋아졌지만 학교와 멀리 떨어지게 돼 야구부 학생들은 수업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숙소가 한 곳에 있지 않고 연습공간을 찾아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우리대학 체육 특기생들의 실정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축구부의 경우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연습해야 하고, 야구부 역시 수업이 있는 날에는 오전에 잠깐 학교에 와 수업을 듣고 다시 진해까지 이동해야 한다. 다른부 역시 연습공간과 숙소가 떨어져 있어 왔다갔다하는 동안에 지쳐버리게 된다. 한 특기생은 "강의실과 연습실, 기숙사가 떨어져 있어 이동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기숙사 위치만이 다는 아니다. 낡은 외관이 알려주듯 구봉료와 괴정 자유아파트, 영산아파트 모두 20년 이상 된 건물들이다. 체육부 한 관계자는 "소방서에서 소방점검을 나왔을 때 곧 무너질 우려가 있다며 건물 상태를 체크했었다"고 귀띔했다.
특히 구봉료는 균열이 심해 장마철이 되면 물이 새곤 한다. 아니나 다를까 천장에는 물이 새서 생긴 얼룩이 가득했다. 이에 대해 기숙사 관계자는 "작년 겨울에는 보일러관이 터졌는데 그때 생긴 얼룩도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시설도 매우 낙후돼 있다. 50명이 생활하고 있음에도 샤워기가 다섯 대 밖에 설치돼 있지 않는가하면 그나마도 물이 잘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고 한다. 또 한 방에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8명까지 생활하고 있다. 원래 학교 용도로 지어진 건물이라, 주거용으로 사용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하고, 부별로 나눠서 생활하다보니 각 방에서 개인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는 것이다.
여자 특기생들의 경우 통장으로 입금되는 식대를 찾아 직접 밥을 해 먹어야 하는 불편함도 겪고 있다. 체육부 관계자는 "우리대학만큼 특기생들에게 지원이 잘 안되는 곳도 없을 것"이라며 "연습실, 숙소, 수업 공간이 만족돼야 우수한 성적을 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대학은 그동안 하형주, 문대성, 최홍만 등 많은 스포츠 스타를 배출해냈다. 제2의 그들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체육 특기생들에 대한 학교 측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최정욱 기자
hakbojw@dong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