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의 숨은 MVP-1일 미화원 체험기
우리대학의 숨은 MVP-1일 미화원 체험기
  • 이성미
  • 승인 2011.04.07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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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민캠퍼스에는 매일 새벽같이 나와 학교를 청소해 주는 34명의 미화원들이 있다. 지난달 29일 기자는 부민캠퍼스에서 그들과 동행하며 1일 미화원 체험을 했다.

5시 40분 이른 새벽 미화원들과 합류하기 위해 법대 경비실로 향했다. 미화원들의 책임자인 박천일 소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오늘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설명을 들었다. 기자는 평생교육원과 법대 로비, 도서관, 지하 1층과 6층 청소를 맡고 있는 미화원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됐다.

이른 새벽 첫차를 타고 미화원들이 한 명씩 도착했다. 6시 30분이 되자 모든 미화원들이 맡은 구역으로 이동했다.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는 평생교육원의 문을 열고 아직 아무도 침범하지 않은 공간을 치우기 시작한다. 기자는 미화원들의 배려로 그래도 가장 잘 할 수 있는 쓸기를 맡았다. 지하 1층 무용실부터 4층까지, 강의실부터 화장실 복도 계단에 이르는 모든 공간을 쓸고 닦았다.


▲ 법대 강의실에서 김규태 기자가 청소를 하고 있다.


특히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은 화장실과 강의실이다. 강의실의 경우 칠판과 바닥을 걸레로 닦아야 한다. 화장실 변기와 소변기는 수세미로 청소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왔을 때 물기가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물기를 닦는 것도 신경써야 했다.

"남자화장실을 청소하다가 민망한 적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화원은 "학생들이 등교하는 8시 30분까지 강의실 청소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민망해도 어쩌겠냐, 참고 청소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7시 20분에 법대 청소를 시작했다. 강의실과 도서관을 차례대로 청소하고 8시 10분 로비 청소를 시작한다. 로비 현관을 쓸고 있는 미화원에게 로비청소는 몇 시까지 하는지 물어보자 "몇 시까지 정해진 건 없고, 맡은 구역을 다 끝내야 된다"고 답했다.

평생교육원과 법대 도서관을 모두 청소하고 나자 처음에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계속 떠들어댔던 기자도 일이 힘들어 말수가 줄어들었다. 8시 30분이 되자 로비는 등교하는 학생들로 시끌벅적한데 그와는 반대로 미화원들은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학생들은 그저 미화원들을 피해가기에만 급급하다. 로비 청소를 마친 미화원들은 잠시 쉴 틈도 없이 6층으로 향했다. 6층에서는 강의실에 일일이 들어가 책상을 정리하고 바닥을 닦았다.

법대 뒤 쓰레기 집하장에는 지난날 학생들이 먹고 마시며 생긴 모든 쓰레기들이 모이게 된다. 박천일 소장님은 "평소에는 100ℓ 쓰레기 봉지 20개 만큼 나오고 시험기간에는 30~40개 정도 나온다"고 했다. 2미터 정도 높이로 쌓인 쓰레기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쌓여갔다.

10시가 되면 오전 작업이 끝난다. 각자 휴게시설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한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고 11시가 되자 물청소를 시작했다. 건물 앞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 사회대와 경영대의 경우 유리가 더러워지면 수시로 물청소를 한다. 모든 미화원들이 손에 걸레를 들고 물기를 제거했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서 깨끗한 줄만 알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먼지가 유리에 붙어 물로 씻어내자 시커먼 구정물이 흘러 내렸다. 30여 명의 미화원들이 함께 하니까 금방 일이 끝났다.

12시 30분부터는 동아리방 앞의 하수구를 뜯어내고 안에 있는 담배꽁초나 음식물 쓰레기를 물로 쓸어 내려갔다. 미화원들은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하수구에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부민캠퍼스 종합강의동 앞에서 미화원들이 물청소를 하고 있다.



오후 청소는 2시부터 4시까지 계속됐다. 오전에 돌았던 구역을 다시 한번 돌면서 쓰레기통을 비우고 화장실 청소를 하게 된다, 사회대 4층을 담당하는 미화원은 "부민캠퍼스는 바닥이나 벽이 흰색이기 때문에 조금만 검은 때가 묻어도 더러운 것처럼 느껴진다"며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그리고 걸레를 빨아 계단을 한칸한칸 닦기 시작했다.

오후 청소를 마지막으로 4시가 되면 미화원의 일과는 끝이 난다. 일을 마치고 휴게실로 들어가는 미화원에게 인사를 하자 반갑게 받아주며 "오늘 수고 많았다"고 답해주셨다. 기자는 오늘 단 하루 체험이었지만 미화원들은 매일 새벽같이 학교로 나와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까지 시간에 쫓기며 청소를 해 준다.

미화원들은 "일은 고되지만 학생들이 마치 내자식같아 부모의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화원의 또다른 이름은 '어머니'다.

오며 가며 마주치는 미화원들에게 감사 인사라도 건네보는 건 어떨까.


▲ 이른 아침 법대 앞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다.

김규태 기자
hakbokt@donga.ac.kr
동아대학보 1086호(201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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