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데이의 왕자는 누구?
구구데이의 왕자는 누구?
  • 서성희
  • 승인 2012.09.0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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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뒤적거리던 기자는 뜻밖의 기념일을 발견했다. '구구데이'. 비둘기의 날인가? 그러나 주인공은 비둘기가 아니다. 이날은 농림부가 지정한 '닭고기와 계란 먹는 날'이다. 조류독감이 유행하던 지난 2003년, 농림부는 점점 줄어드는 닭고기와 계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매년 9월 9일을 구구데이로 지정한 것이다.

기자는 문득 궁금증이 샘솟았다. '구구데이에 가장 걸맞은 요리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본지 홍슬기 기자가 "삼계탕이 최고"라며 자신 있게 외쳤다. 그때 마주보고 앉아 있던 박성훈 기자가 "최강자는 찜닭"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삼계탕과 찜닭, 과연 구구데이의 왕자는 누구일까?

평소 찜닭을 좋아했던 박 기자가 먼저 의견을 내놨다. "남은 간장양념에 밥 비벼 먹으면 정말 맛있다. 찜닭의 달콤하고 짭조름한 그 맛은 갈비찜을 연상시킨다"며 운을 뗐다. 그러자 삼계탕 애호가인 홍 기자가 거세게 맞받아쳤다. "닭고기는 소금에 찍어 먹고, 국물로는 닭죽을 끓여 먹으면 정말 든든한 한 끼가 된다. 또 요즘은 전복과 같은 해산물을 함께 끓여내 건강에도 좋다"며 삼계탕의 매력을 한껏 치켜세웠다. 닭 뜯는 즐거움과 함께 든든한 죽까지 먹을 수 있다는 삼계탕은 1석2조의 요리로 등극하며 승리를 굳히는 듯 했다.

불안을 느낀 박 기자는 비싼 가격을 들어 삼계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삼계탕은 전복을 가미한 만큼 가격도 한껏 상승해 학생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찜닭의 경우 소(小, 2인)는 1만7,000원, 중(中, 3~4인)은 2만6,000원, 대(大, 5~6인)는 3만7,000원(B찜닭 기준)으로, 여럿이 먹기에 알맞지만 삼계탕은 1인분에 1만2,000원(J삼계탕 기준)이나 해 평소 메뉴로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듣고 있던 홍 기자가 발끈하며 "비싸긴 해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삼계탕이 우세하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가격에서 만큼은 부담이 줄어드는 찜닭이 우세해 보였다.

입지가 좁아진 홍 기자는 "찜닭이 불쌍하다"며 감정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찜닭은 비린내를 잡는다고 우유에 넣고,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청주(淸酒)에 담그는 등 닭을 혹사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박 기자는 "삼계탕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영계를 쓰는데다, 한쪽 다리를 꼬아 다른 다리에 꽂아 넣는 등 반인륜적인 행위를 한다"며 주장했다. "게다가 꽁무니를 잘라 뱃속에 찹쌀, 대추, 밤 등을 집어넣는데 당하는 닭의 기분은 어떻겠냐"며 반문했다. 그러자 곳곳에서 삼계탕 닭이 불쌍하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때마침 지나가던 백장미 국장의 한마디. "오늘 점심은 찜닭 어때요?" 이 말에 박 기자는 회심의 미소를 띠었다. 낙심한 홍 기자는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책상으로 돌아와 못 다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치열했던 논쟁이 백 국장의 한마디로 끝나버린 것이다.

기사를 쓰다 보니 닭요리 생각에 군침이 돈다. 삼계탕을 더 좋아하던 기자조차 글 덕분에 찜닭의 매력에 심취해 고민에 빠졌다. 자극적인 맛으로 자꾸 손이 가는 찜닭이냐, 담백한 국물과 든든한 마무리로 마음까지 훈훈하게 하는 삼계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글 = 박근우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 권화진 기자

동아대학보 제1097호 2012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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