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 레드 vs. 아인 블루
레드와 블루 중 누가 더 강할까? 파워레인저 이야기가 아니다. 지우개 계의 양대산맥 아인 레드(이하 '레드')와 아인 블루(이하 '블루')가 바로 이번 도토리 키재기의 주인공이다. 같은 회사에서 출시되는 두 제품은 문방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으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어떤 제품을 사용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곤 한다. 기자 역시 우리 대학교 매점에 나란히 놓여있는 레드와 블루 사이에서 늘 망설여 왔다. '부드럽게 지워지는' 레드와 '가볍게 지워지는' 블루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먼저 레드를 집어 세게 눌러보았다. 약간 물렁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이에 반해 블루는 딱딱하고 튼튼하다. 알아보니 부드럽고 무르며 연한 성질, 즉 레드의 연성이 블루보다 높았다. 지울 때 부드러움을 주는 지우개를 찾는다면 레드가 더 적합하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주의사항이 있다. 레드는 부드러운 만큼 쉽게 갈라지고 부러지기 쉽다. 갈라진 지우개 사용을 피하고 싶다면 블루를 사용하자.
두 지우개의 기능을 비교하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공정한 비교를 위해 같은 연필로 같은 종이에 같은 글자를 같은 힘으로 쓴 뒤 레드와 블루를 이용해 지워보았다. 둘 모두 지우개의 제 역할을 해냈지만 레드로 지운 자리에는 희미한 연필자국이 남았다. 좀 더 말끔히 지우는 데는 블루가 한 수 위다. 그러나 블루가 지나간 자리에는 여기저기 지우개 가루가 흩어져 있었다. 이에 비해 레드는 가루가 흩어지지 않고 뭉쳐져 청소하기 편하다. 점도에 있어서는 레드가 더 높기 때문이다. 지우개는 보통 생고무, 고운 속돌가루, 황을 주원료로 삼아 배합·혼합, 성형, 재단의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지우개의 점도는 원료가 가열되는 과정에서 결정되는데 여기서 레드와 블루의 차이가 시작된다. 가열을 많이 하고 수분을 많이 뺄수록 단단해져 블루(하드형)가 되고, 가열을 적게 하고 수분을 적게 뺄수록 부드러워져 레드(소프트형)가 된다. 깔끔함을 원한다면 점도가 높은 레드를 추천한다. 지우개가 하드형과 소프트형으로 따로 생산되는 이유는 연필심의 경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연필심의 경도에는 H(HARD)와 B(BLACK)가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HB는 H와 B의 혼합형으로 H에 가깝다. H는 가늘고 색깔이 연한 것을, B는 굵고 색깔이 진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숫자가 높을수록 H는 가늘고 연해지며 B는 굵고 진해진다. 이때 연하다는 것은 필기 할 때 흑연가루가 적게 떨어지고 그만큼 번짐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드럽고 진한 심에 낮은 필압의 연필을 사용한다면 소프트형인 레드를, 연하고 단단한 심에 높은 필압의 연필 사용자는 하드형인 블루를 사용하면 된다. 아인을 제조하는 펜텔 코리아지사에서는 "연필심의 경도에 따라 지우개를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데 일본에서는 B사용자가 많아 레드가, 국내에서는 일반연필인 HB를 선호하는 사용자가 많아 블루가 인기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아인 블랙'이 새로 출시되면서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드형인 블랙은 지우개는 흰색이라는 편견을 깬 까만색 지우개다. 덕분에 때 묻을 걱정도 없다. 멋과 기능을 모두 원하는 사람이라면 블랙을 추천하고 싶다. 레드와 블루, 블랙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다. 또한 골라 쓰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이번엔 어떤 색을 써볼까?
박유정 기자
hakbopy@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9호 2012년 11월 1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