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면 고생'이라고 하지만 학업을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온 학생들이 있다.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대학에서는 기숙사를 마련해뒀다. 타지에 떠나보낸 자식의 잠자리가 궁금한 우리네 엄마의 마음으로 기자가 직접 우리 대학교 한림생활관에 찾아가봤다.
한림생활관은 승학관, 부민관, 구덕관 총 세 군데로 나뉜다. 각 기숙사는 크기도 완공연도도 제각각이지만 각 캠퍼스의 특색이 잘 느껴진다. 올해로 지어진 지 10년째인 승학관은 총 1,047실로 세 기숙사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 규모만큼이나 부대시설 또한 잘 갖춰져 있어 가장 '학교 기숙사'다운 느낌을 준다. 인터넷 카페, 도서관, 탁구장은 승학관에서만 볼 수 있는 부대시설이다. 승학관은 다른 캠퍼스와 달리 지하층을 남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어 커플들의 데이트 현장도 쉽게 볼 수 있다.
학업을 위해 바다를 건너온 외국인 유학생들은 승학관에서만 만날 수 있다. 이는 유학생들의 편의를 지원하는 국제교류과가 승학캠퍼스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유학생과 국내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유학생들은 거의 5층 B, E동에 배정된다. 룸메이트는 무작위로 배정되지만 국내 학생의 룸메이트로 유학생이 배정될 경우, 전화로 동의 여부를 묻는다고 하니 유학생과 함께 지내보고 싶은 학생들은 전화를 기다려보자.
학생들을 위한 부대시설이 많이 배치되어 있는 승학관이지만 전체적으로 노후해 고장신고가 잦고 방간 방음수준이 낮다. 게다가 학교 맨 꼭대기에 위치해 있어 오르내리기도 불편하다. 하지만 산 속이라 더 조용해 부민관으로 이전한 학생들이 종종 승학관으로 다시 오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A, D, E동은 학교 꼭대기에서 캠퍼스 전경을 제대로 볼 수 있어 햇볕 잘 들고 전망 좋은 로얄동이라 할 수 있겠다.
부민관은 지어진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가장 신식 건물로 방 크기도 세 기숙사 중에서 가장 크다. 부민관의 방문은 초록색과 흰색으로, 방마다 색이 달라 복도부터 남다르다. 게다가 문을 열고 방에 들어서면 양측 상단이 모두 수납공간으로 되어 있어 학교 기숙사라기보다 신축 원룸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이는 기존의 승학관에서 가장 건의가 많았던 수납공간의 부족을 해소하고자 설치한 것으로 사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부민관의 경우 아쉽게도(?) 남학생관과 여학생관이 입구부터 분리되어 남녀가 일체 만날 수 없는 구조다.
부민관과 승학관이 학부생들을 위한 기숙사인 반면, 구덕관에는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 원생들이 살고 있다. 구덕관은 서대신동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어 얼핏 보면 고시텔로 착각할 정도다. 고시텔이 떠오르는 것은 외양뿐만이 아니라 사생들의 특성도 한 몫 한다. 대부분 자신의 캠퍼스에서 오랜 시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 방학에 관계없이 사생들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셔틀버스도 아침과 저녁 네 번만 운행한다.
나이도 머리도 모두 큰 대학원생들이 사생인 구덕관의 모토는 '알아서'다. 다른 기숙사들과 달리 외박이나 점호가 없고 자치회도 1인으로 구성돼 있어 사생 각자가 알아서 배려하는 게 미덕이란다. 그래서인지 남학생관과 여학생관도 별다른 구분없이 같은 입구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 대학 기숙사는 각 캠퍼스별로 그 캠퍼스에 있는 학과생들만 기숙사생으로 받고 있어 자신이 원하는 기숙사를 선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기숙사가 궁금하거나, 기숙사 문턱도 밟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 구경은 물론 잠도 잘 수 있도록 오픈하우스 행사가 매년 가을 열리고 있으니 궁금한 친구들은 이번 가을을 노려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