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取)중진담] 영점조준 없는 사격
[취(取)중진담] 영점조준 없는 사격
  • 김강민 기자
  • 승인 2013.09.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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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민 기자

 총을 쏠 때 중요한 것은 호흡과 자세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숨을 들이쉬거나 내쉬면 총구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자세도 마찬가지다. 자세가 불안하면 몸이 고정되지 않아 총구가 흔들려 총알은 목표물을 빗나가 버린다. 하지만 아무리 숨을 잘 고르고 총을 두 손으로 탄탄하게 받친다 해도 영점조준이 잘 되지 않으면 목표물의 중앙을 꿰뚫을 수 없다. 군대에서 사격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영점조준은 표적을 겨냥하는 지점(조준점)과 실제 총알이 도착하는 지점(탄착점)을 일치시키는 일이다. 사람마다 신체구조가 조금씩 다르기에 같은 자세를 취해서 목표물의 정중앙을 조준해 사격하더라도 미세한 차이가 발생한다. 이 미세한 차이가 탄착점에서는 큰 차이로 나타나기 때문에 조준을 도와주는 가늠쇠와 가늠자를 개개인에 맞게 조절해야지만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다.

최근 우리 대학이 '2015학년도 학제 개편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구조조정 대상이 된 일부 학과 및 단과대학생회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소속 학과가 합쳐지고 개편된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반대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들의 반대는 영점조준 없는 사격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이들은 '학문연구가 주된 목적인 대학이 취업률에 연연해 단행하는 구조조정은 모순'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지 취업을 시키는 취업사관학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의 대상이 잘못됐다. 이들의 비판은 대학구조조정을 직접 수행한다는 이유만으로 대학본부에 집중돼있다. 대학구조조정이 시행되도록 원인을 제공한 것은 교육부와 대한민국 사회다. 이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나 행동 없이 대학만을 공격하는 것으로는 문제해결에 이를 수 없다.

현 사회구조는 대학이 취업률에 신경 쓸 수밖에 없게 만든다. 교육부와 정부에서 지원하는 수많은 대학지원금과 지원 사업에서 취업률은 핵심평가지표다. 최근 인문·예체능계열의 취업률이 올해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지표에서 빠지긴 했지만,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의 각종 지원 사업에는 여전히 유효하다. 또한 신입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 1위가 취업률이며, 유력 언론사에서 매년 시행하는 대학평가에도 취업률은 중요한 지표에 속한다. 이러니 대학은 취업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대학구조조정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하는 과정이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이라면 그에 대해선 당당히 묻고 따져야할 것이다. 하지만 학문의 전당에 취업률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행해지는 비판은 취업률에 등 떠밀려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대학당국을 향할 것이 아니라, 이 사회와 교육부를 향해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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