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레코드] 비극 속에 목 놓아 부르던 노래
[시간을 달리는 레코드] 비극 속에 목 놓아 부르던 노래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3.11.11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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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금순아 - 현인
▲ '굳세어라 금순아'가 수록된 현인의 앨범.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보았다. 찾아를 보았다." 1953년에 발표돼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의 한 구절이다. 가사 속 당시 흥남부두에는 6.25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가려는 수십만의 피란민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국군과 UN군은 장진호 전투 이후 중공군의 공세로 남쪽으로 후퇴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결국 UN군 사령부는 함경도 일대의 국군과 UN군에게 철수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중공군이 원산을 점령한 이후라 육로는 끊겨 흥남을 통해 해상철수를 해야만 했다. 다행히 중공군의 참전에도 제공권과 제해권은 UN군이 장악하고 있어서 흥남 근해의 기뢰만 피하면 승산이 있었다. 철수하려는 국군과 UN군의 병력은 미군 제10군단 병사 10만 5,000명과 차량 1만 8,422대, 국군 1군단, 미 해병 1사단이었다.

미군은 처음에 군 병력만 철수시키려 했다. 하지만 피란민들이 흥남으로 몰려들었다. 군 병력과 장비를 싣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수송선에 흥남 거주 피란민은 배를 탈 수 있었지만 흥남 외곽의 피란민들이 배를 타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중공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체되고 군 방어선이 붕괴될 수도 있었으며 간첩이 섞여 들어와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수송선의 레너드 라루 선장의 배려로 피란민을 가능한 만큼 탑승시킬 수 있었다. 수송선인 메레디스 빅토리 호에는 1만 4,000여 명의 피란민과 경호를 위한 17명의 국군 헌병이 탑승했다. 그렇지만 완전한 통제와 승선인원 집계가 불가능해 수송선에 모든 피란민을 태우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이산가족이 발생했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1952년 대구로 피란 온 밀양 출신의 작곡가 박시춘이 작곡하고 그의 친구 강사랑이 작사해 피란민과 아픔을 같이한 노래다. 노래의 화자는 전쟁으로 인해 가족, 연인과 생이별을 하고 피란지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흥남부두에서 헤어진 금순이에게 안부를 전하고 다시 만날 때까지 굳세게 잘 지내기를 바라는 내용이다.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고향상실, 혈육 간의 생이별, 피란살이의 고통, 생활고 등은 힘없는 서민대중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삶의 비극이었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비극적인 상황에 무력했던 대중에게 호소력이 컸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서민들의 아픔을 담은 애절한 가사와 달리 노래는 어둡지 않다. 특히 3절에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너와 나 사이는 변함이 없을 것이며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나 함께 춤을 추자는 희망적인 내용이 있다.

지난 9월, 예정되어 있었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북측의 일방적 통보로 연기된 일이 있었다. 이미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2만 9,035명 중 44%인 5만 6,544명은 세상을 떠났고 매년 3,800여 명이 한을 품은 채 눈을 감고 있다. 금순이처럼 굳세게 살아남아 통일의 희망을 붙잡고 있는 이들이 이 땅에 머무를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통일이 되어 헤어진 금순이를 만나 함께 춤출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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