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기고] 예술과 사회의 관계망
[학술기고] 예술과 사회의 관계망
  • 학보편집국
  • 승인 2014.04.0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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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교수 미술학과

 국제화의 바람이 해운대의 파도를 타고 도심 속까지 스며들었다. 국제화의 흐름에 있어서 빠지질 않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비엔날레. 부산을 대표하는 국제행사임에는 틀림없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언론사의 보도경쟁과 더불어 부산시는 부산역에서부터 행사장에 이르기까지 광고와 홍보물로 뒤덮인다. 이렇게 도시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주인공인 예술은 자본주의 사회를 인정하는 '인증샷'이 되었다. 해운대의 파도를 타고 출렁이는 예술과 사회의 역동성, 그 진면목을 들여다보자.

▶예술과 사회, 그 관계는? 예술과 사회의 관계망을 들여다보려면 실증적이고도 비판적 접근이 동시에 필요하다. 관람객 숫자로 흥행여부를 따지는 오늘날, 실증적이자 비판적인 태도는 지성인의 과제일 것이다. 20세기에 시작된 예술과 사회의 대립항이 현재도 비판적 대립관계로 이해될 수 있는지 탐색하는 것도 동아인의 몫이다. 아무튼, 실증적이자 비판적인 의식은 예술과 사회의 관계망이 합리화와 세분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포석이며, 인간본연의 고유한 영역인 심미적 감각이 정치, 경제, 자본주의와 손을 잡는 모양새도 따져볼 든든한 반석인 셈이다. 과거에 향수를 두자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사회의 관계가 변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심미적 감각에 대한 질문방식을 세분화해보자.

오늘날 예술과 사회의 관계는 심하게 변질됐는데, 예술과 일상적인 삶의 구조 관계는 오래됐다. 오랜 역사가 탄생시킨 일상적 심미가 국제화의 흐름에 따라 요동치면서 '심미적 역동성'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겨났다. 서둘러 해명하면, 예술이 사회를 비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주장은 국제주의 이전의 것으로, 예술과 사회의 비판적 관계는 심미적 전환 이전이라고 한다. 그러면 심미적 전환 이후에는 어떤가. 예술과 삶의 경계가 사라진 지금은 일상적 심미감각이 획일화 혹은 권력화 사이에 놓인 착종관계가 되었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예술이 사회를 비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믿었던 과거의 조건들이 급속도로 변하여 일상이 심미화 되었다.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자매체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휴대폰의 기능이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들은 일상적인 사물과 예술의 경계마저도 흔들어 놓는다. 그리하여 마침내 일상적인 심미감각이 획일화 되었고 우리의 눈을 멀게 하며 상상력까지도 지배하는 권력으로 부상했다. 대화의 폭은 짧아지고 이미지로 사유하는 시대가 도래했고, 패션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으며, 토론이 사라지는 현실이 되었지 않았는가. 책을 읽고 생각하는 대신,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지식에 의존하는 삶 속에 우리는 이미 길들여졌다.

예술과 사회의 관계는 변했다. 해운대의 출렁이는 파도와 같이 역동적인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선 전환의식이 필요하다. 심미적 전환이 변화된 예술과 사회의 관계망을 파악하는데 디딤돌로 다듬어지기까지는 언어적 전환과 이미지적 전환이라는 고통이 수반되었다. 언어적 전환은 언어의 위기를 지칭하는 것이고 이미지적 전환은 예술에서 이미지의 남용을 구제하기 위한 방안이다. 우리의 예술적 감각을 지배하는 권력구조에서 해방되기 위해선 예술적 심미감각과 일상적 심미감각이 대립이 아니라 역동적인 관계로 전환되어야 하지 않을까. 비판적이자 실증적인 접근방법이 은닉된 심미적 전환, 이것은 심미감각의 권력화에서 이탈하는 원인을 규명할 단초를 제공한다. 심미감각의 권력화에 이탈하는 삶, 심미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을 아우르는 시간이 벚꽃의 향기와 함께 동아인 우리 모두에게 어느새 찾아왔다. 

김승호(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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