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행 모티] '오시게장' 으로 오시게
[지역기행 모티] '오시게장' 으로 오시게
  • 유희선 기자
  • 승인 2014.12.01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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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 : '모퉁이'의 경상도 사투리. 잘못된 일이나 엉뚱한 장소라는 의미로도 쓰임

▲ 오시게장에는 없는 게 없다. 사진은 잡곡류를 팔고 있는 상인의 모습.

"지금 노포, 노포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노포역은 우리에게 1호선 종점으로 알려져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구포장, 하단장과 함께 부산의 5일장 중 꽤 큰 규모로 손꼽히는 오시게장이 이곳에서 열린다.

약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시게장은 조선 말기부터 있었던 읍내장으로 지금의 동래시장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상설 동래시장이 등장하면서 상인들이 부곡동, 구서동으로 옮겨다니다 1994년 지금의 노포역 앞에 정착하게 됐다. '오시게'라는 말은 오시게 마을(현 부곡4동)에서 유래됐다. 오시게 마을은 부곡동에서 서동으로 넘어가는 고개 주변에 있던 마을이다. 숲이 우거지고 까마귀가 많아 까막고개, 즉 오시게(烏峴)라고 불렀다.

▲ 약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시게장은 조선 말기부터 있었던 읍내장이다.

오시게 5일장은 매달 2, 7일 열린다. 대부분의 5일장이 해지기 전 일찍 접는데 비해 오시게장은 오전 7시부터 장사를 시작해 오후 6~7시까지 장을 연다.

도시철도 노포역 1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장터가 시작된다. 장은 보행로를 따라 100m 정도 이어진다. 시장 주변은 화훼단지다. 장터와 화원이 연결돼 있어 마치 작은 숲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길거리 은행나무 밑에 한 짐을 펼쳐놓은 시장 상인들은 저마다 팔 것들을 내놓는다. "아지매, 보고 가이소." 여기저기서 들리는 구수한 사투리 덕분에 시장 입구부터 활기가 가득하다.

보행로에서 안쪽 공터로 들어가면 오시게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왕복 8차선 바로 옆 공터에 펼쳐진 시장은 그야말로 신세계다. 의류, 농수산물, 주방기구, 각종 약재류 등 '있어야 할 것은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장터다. 여러 가지 곡물을 넣어 그 자리에서 손수 튀겨내는 뻥튀기 소리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오감을 자극한다. 한 쪽 모퉁이에는 장터국밥과 국수집이 나란히 늘어서있다. 간이식당들은 대부분 20년 넘게 장사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 손님이 북적거리는 20년 전통의 장터국밥집.

배가 고파진 기자는 손님이 북적거리는 어느 국수집으로 들어갔다. 단돈 삼천 원짜리 잔치국수였지만 두 명이서 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푸짐했다. 국수를 먹는 동안 옆에 있는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데 안와. 우리 세대가 안 오면 몇 년 뒤에는 여기도 없어질끼야"라는 한 어르신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젊은 사람이 정말로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영세 상인들이 수십 년간 지켜온 삶의 터전도 예전 같지 않다. 또한 무허가 시장이다 보니 지역 주민들의 항의도 많다고 한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서도 상인들이 밭에서 갓 따온 채소류를 판다. 언덕에 오르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오시게장에는 일반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닭, 토끼, 강아지도 직접 사고판다. "고놈 참 튼실하다"며 지팡이로 닭을 가리키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참 정겹다.

오시게장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상추가 너무 적다며 조금 더 달라는 한 손님의 말에 상인은 상추를 한 움큼 더 얹어준다. 흥정을 하며 오가는 정과 따뜻한 말 한마디는 대형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기자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옛날과자를 샀다. 이렇게 많이 주면 남는 게 있냐고 묻자 "먹고 살 만큼만 벌면 되지" 하고 너털웃음을 짓는 주인아저씨의 얼굴에서 소박한 행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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