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기] 이 구역의 사격왕은 바로 나!
[일상탈출기] 이 구역의 사격왕은 바로 나!
  • 송혜민 인턴기자
  • 승인 2015.03.02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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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군대에 있을 때~ 사격으로 이름 좀 날렸지~." 예비역 친구는 30분 째 제 자랑을 늘어놓았다. 여자가 남자에게 가장 듣기 싫은 이야기 1순위가 '군대 가서 축구한 이야기'라는데, 이 친구의 '사격부심'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사격이 도대체 뭐기에 이렇게나 허풍을 떠는지 궁금했다. 총이라고는 물총, 비비탄 권총밖에 몰랐던 기자는 생각에도 없던 사격체험을 위해 실탄사격장으로 향했다.

부산에는 서면과 해운대, 영도에 실탄사격장이 있다. 그 중에도 좀 더 저렴한 해운대 실탄사격장을 찾았다. 로비로 들어서자 방탄모와 조끼로 무장한 마네킹들이 기자를 맞이했다. 국방색 물건들로 꾸며진 사격장 내부와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총소리에 긴장감과 묘한 흥분이 교차했다.

▲ 부산 해운대 실탄사격장에서 기자가 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입구에 서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직원이 다가와 "총의 종류를 골라야 한다"며 소책자 하나를 건넸다.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곧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곳은 48종의 총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모두 비슷하게 보였지만 설명을 듣고 보니 각각의 특징이 눈에 들어왔다. 미국 경찰이 사용하는 베레타(Beretta) 권총은 총열이 날씬한 모양이다. 월터(Walther) 권총이나 글록(Glock) 권총은 크기가 작아서 스파이들이 주로 사용한다고 했다. 서부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리볼버(Revolver) 권총도 있다. 총알을 넣는 부분이 둥근 권총을 떠올리면 된다. 직원의 추천으로 베레타(Beretta) 92FS 권총을 선택했다. 격발 시 반동도 적고 무게도 적당해 여성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체험 가격은 모델별로 차이가 있으니 꼭 확인하자.

직원의 안내에 따라 사격장으로 향하는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섰다. 계란판 모양의 스펀지로 방음처리된 통로 벽에 귀마개가 줄지어 걸려있었다. 그 중 하나를 쓰고 안쪽 사격장으로 입장했다. 회색 벽으로 된 넓은 공간의 차가운 느낌 때문인지 공기의 흐름마저 바뀐 듯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탄피들이 긴장감에 힘을 보탰다.

베레타 92FS 권총을 들고 칸막이 쪽으로 갔다. 처음 손에 쥔 권총은 생각보다 꽤 묵직하고 차가웠다. 방탄조끼를 입고 총을 안전장치에 고정시킨다. 그리고 총알을 장전한다. 보통은 직원의 몫이지만 직접 해보겠다고 나섰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박력 넘치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곧 물거품이 됐다. 순식간에 총알을 장전하는 영화와는 달리 실제로는 낑낑거리며 넣어야 했던 것이다. 영화는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두 발을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방아쇠에 손을 올린다. 반대편 손은 방아쇠를 쥔 손의 아래를 받친다. 두 팔은 쭉 뻗어 두 눈과 권총, 과녁이 일직선을 이루게 한다. 침착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 쪽 눈을 살짝 감고 과녁을 노려본다. "자, 세 발 먼저 쏴볼게요." 직원의 지시가 떨어졌다. 과녁은 5M 앞에 있다. 마침내 방아쇠를 당긴다. '탕! 탕! 탕!'

"와!!" 생각보다 큰 소리와 반동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총알이 발사될 때의 반동이 그대로 온몸에 전해지는 것 같았다. 세 발 모두 과녁의 한가운데를 통과했다. 직원은 사격이 정말 처음이냐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하지만 총을 쥔 손에 남아있는 떨림이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했다. 실력이 좋으니 과녁을 좀 더 멀리 보내보자고 직원이 제안했다. 과녁을 7M로 설정하고 남은 7발을 쐈다. 탄피가 튀어 얼굴과 어깨에 맞았다. 칭찬을 들어 자아 도취한 것인지 사격의 매력에 심취한 것인지 집중력이 한껏 높아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신중하게 사격을 마친 후 과녁을 확인했다. 9발은 과녁의 가장 작은 원에, 남은 1발은 그 바로 바깥 원에 흔적을 남겨놓았다. 99점! 아무래도 숨어있던 재능을 23년 만에 발견한 것 같다.

화려한 액션신과 함께 등장하는 권총, 대한민국 보통 여자인 기자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도심 한가운데서 폼 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니! 짧았지만 실탄사격의 매력에 푹 빠졌다. "내가 권총사격을 하러 갔는데~" 사격 '쫌' 했다는 예비역들의 단골 멘트, "이제 저도 한 번 사용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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