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익었지만 '웰던'한 킨포크라이프 스타일
덜 익었지만 '웰던'한 킨포크라이프 스타일
  • 박유안 기자
  • 승인 2015.03.02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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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포크, #킨포크라이프

인기리에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는 유명 연예인을 농촌이나 어촌으로 보내버린다. 거기서 연예인들은 자급자족하며 도심과는 다른 느린 삶을 경험한다. 특별한 대본 없이 전원에서 소소한 상을 차려 함께 먹는 것이 생활의 전부다. 한국식 킨포크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는 <삼시세끼>는 케이블 방송임에도 11%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이외에도 <스타일로그>, <트루라이브쇼> 등 킨포크를 다룬 특집방송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방송뿐만 아니라 킨포크적 삶을 사는 인물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효리는 제주도 소길댁으로 불리며 동백나무 열매를 채집하고 직접 준비한 저녁식사를 이웃과 함께하는 등 자신의 일상을 블로그에 공유한다. 최근 각종 SNS에서도 '#킨포크', '#킨포크라이프'와 같은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킨포크 ☞ 여유, 느림, 공유, 소박

▲ <일러스트레이션=이승은 기자>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킨포크(KINFOLK)의 시작은 2011년 미국 포틀랜드 지역에서였다. 그곳에 사는 네이선 윌리엄스 씨는 정원에서 이웃과 함께 한 디너파티, 여자친구를 위한 프러포즈 꽃다발 등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그의 '무심한 듯 시크한' 글과 그림은 각국의 작가, 사진가, 플로리스트, 요리사들의 이목을 끌었다. 뜨거운 관심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졌다. 그 모임의 이름은 '킨포크'였다. 

그들은 늘 똑같이 흘러가는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바쁜 하루를 보내더라도 그 속에서 느림을 지향하고 여유 있는 삶을 추구했다. 시간이 날 때는 주변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면서, 직접 준비한 소박한 식사를 함께 나눴다. 다른 사람들도 여유 있는 삶을 살기 원했던 그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잡지 『킨포크』를 발간했다.

『킨포크』는 발간 당시 어떠한 정보도, 화려하게 연출된 화보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소소한 즐거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500부만 찍어내던 작은 잡지에서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20개국에서 7만부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매거진으로 발돋움했다. 이제 많은 사람이 '킨포크 라이프'라는 단어를 쓰면서 그들처럼 살아가려 한다. 킨포크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혹자는 킨포크 라이프에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킨포크가 '연예인이나 경제사정이 넉넉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삶'이라는 것이다. 이런 반응들은 현대인들이 현실에 찌들어 쳇바퀴 같은 삶에 익숙해졌다는 증거가 아닐까. 물론 남들의 킨포크 라이프를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지지만 우리의 현실과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느리고 평범한 일상을 '꿈'꾼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킨포크 라이프는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킨포크, 사(買)지말고 사(生)세요

킨포크 라이프는 사실 웰빙(Well-Being)과 힐링(Healing)으로부터 왔다. 모두 '행복하게 살아보자'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웰빙의 순우리말은 '참살이'다. 말 그대로 잘(well) 살자(being)는 것이다. 웰빙은 건강에 초점을 두고 유기농, 건강식품, 요가와 스파, 헬스, 레저 등 의 다양한 방법을 대중에게 제시했다. 웰빙 이전에는 사치라고 여겼던 것들이 건강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삶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느끼게 됐다.

더불어 육체적 건강과 함께 정신적 건강까지 챙기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것이 '힐링'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사람들은 힐링의 방법으로 넓은 바닷길로 드라이브를 떠나거나 산림욕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명상을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추구했다. 이렇듯 웰빙과 힐링은 '여유롭고 느긋한 삶'을 추구하는 킨포크 라이프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웰빙과 힐링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고 잘 쉬면 충분한 개인적인 차원의 활동이다. 이와 달리 킨포크는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것이 킨포크가 웰빙이나 힐링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킨포크의 뿌리인 웰빙과 힐링은 우리나라에서 '비싼 것을 사서 먹어야 웰빙이고 비싼 곳에서 쉬어야 힐링' 같은 말처럼 상업화되어 버렸다. 본래 의도는 좋았지만 현재 웰빙과 힐링은 커피, 차, 음식, 여행지, 캔들, 소품, 세미나, 캠핑 등 분야를 막론하고 안 붙는 곳이 없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 쉽게 기업들의 마케팅 소재가 됐고, 잘 쉬고 잘 살아보려는 이들에게 웰빙과 힐링이라는 탈을 쓰고서 소비만 부추기고 있다. 킨포크 역시 웰빙과 힐링처럼 해를 거듭해 인기가 지속된다면 기업들이 눈독을 들일만한 마케팅 대상이 될 수 있다.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은 지난 1월 2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기업들이 킨포크를 마케팅에 이용하려고 애를 쓸 때일수록 소비자들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며 "'이걸 내가 사야만 킨포크 인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킨포크의 본질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것을 사지 않더라도 가족, 친구와 함께 하는 것 자체가 킨포크다. 다시 말하면 킨포크는 자신에게 중요한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며, 이는 어떤 물건을 사는 것보다 사실 더 행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적인 상차림을 준비하기 위해 좋은 재료를 사거나, 상차림에 어울릴만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준비하는 것은 단지 킨포크 라이프의 핵심인 '좋은 사람들과 나누기'를 위한 과정일 뿐이다. 누군가와의 나눔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소소한 여유로움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킨포크 라이프인 것이다.

입맛대로, 스타일대로

사실 킨포크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지는 것 하나만으로도 킨포크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신종허세'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킨포크 라이프를 무작정 따라해서는 안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인상 깊고 나에게 맞는 킨포크적 요소를 찾고, 할 수 있는 몇 가지만 실천하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킨포크 라이프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과 비교하면서 특별함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지 말고, 킨포크적 마인드로 자신의 삶에서 충만함을 찾는다면 아마도 각박한 삶 속에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아날로그 놀이터 #연희동

최근 온스타일의 <스타일로그>라는 프로그램에서 '킨포크' 특집 방송을 했다. 테마는 연희동에서 킨포크 라이프를 느껴보기. 킨포크의 '킨'자도 모르는 출연자들은 먼저 전문가에게 킨포크 라이프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 이후 연희동 곳곳에 숨어있는 디자이너 소품샵, 프리마켓을 구경하면서 킨포크식 테이블 플레이팅에 어울릴만한 소품을 구입한다. 그리고 킨포크식 요리와 커피, 차에 대해 배워본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방송은 간접적이긴 했지만 킨포크의 매력을 느끼게 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서울사람들에게도 생소한 숨은 명소 연희동과 2015년 핫트렌드 킨포크가 만나 완벽한 '케미(화학 반응)'를 이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킨포크와 연희동은 서로의 반쪽이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연희동은 홍대에서 택시로 기본요금이 나오는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지닌 연희동의 바로 맞은편이 에너지 넘치고 시끌벅적한 홍대라는 것이 신선함을 준다. 연희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 서울에 속해있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동네다. 이는 홍대에서 활동하던 많은 디자이너들이 최근 연희동으로 작업실을 옮겨가고 있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 봉쥬르밥상의 봉밥탕과 부추소고기 비빔밥

낮은 주택들 사이사이에 감각적인 외형의 카페와 꽃집, 디자이너들의 샵과 갤러리, 연희동에서만 볼 수 있는 음식점과 빵집. 모두가 안 어울리는 듯하지만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디자이너들의 감성을 자아낸다. 연희동에서 유명한 맛집을 꼽자면 '봉쥬르밥상'이다. 이름만 들으면 프랑스 음식을 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친환경이라는 킨포크적 요소를 몸소 실천하는 음식점이다. 봉쥬르밥상의 음식은 MSG를 하나도 쓰지 않으면서 한식을 기초로 한다. 밑반찬부터가 낙지젓갈, 순두부 등 건강한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곳이다.

▲ 피터팬 빵집 내부
▲ 앨리스앤수 전경

연희동에는 킨포크에 어울리는 다양한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기자는 방송에서처럼 킨포크 플레이팅을 해보기 위해 연희동에서 소품을 직접 골라봤다. '사러가 쇼핑센터'를 둘러보다 밤나무로 만들었다는 티스푼을 하나, 카페 겸 소품샵 '앨리스앤수'에서는 그림엽서를, 36년째 친환경 재료로 빵을 만든다는 '피터팬 빵집'에서 천연 오디잼과 호밀빵 샌드위치, 무첨가 생과일주스를 골랐다.

▲ 딜마티룸 내부

사지는 않았지만 디자이너 소품샵 '삼각관계'와 그림 파는 가게 '비코', 디자이너 의류샵 '76제곱미터'의 소품도 구경했다. 기자가 체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아카데미 '작당'에서는 생화에 보존용액을 사용해 장기간 볼 수 있게 한 프리저보드 만들기와 팔찌 만들기, 캘리그라피 수업도 진행한다.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프리마켓도 늘 열려있다. 꽃집 '알스메르'의 김주희 사장은 "연희동 거리에 꽃집도 카페도 많이 생겼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아마 킨포크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연희동에 미친 킨포크의 영향을 직접 언급하기도 한다.

▲ 딜마티룸의 홍차와 누가케??/td>

연희동의 많은 카페들 중 꼭 가봐야 할 곳은 홍차카페 '딜마티룸(Dilmah Tearoom)'이다. 그곳에 가면 티 매니저가 주문 전에 수많은 종류의 홍차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특별히 터키의 요거트향이 나는 홍차가 인기가 많다. 느긋하게 차 한 잔 하기에 좋은 곳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커다란 테이블 역시 인상 깊다. 연희동 곳곳에서 모아본 아이템들을 그 카페의 큰 테이블에 늘어놓고 킨포크 플레이팅을 해보자.

▲ 킨포크식 테이블 플레이팅

플레이팅을 할 땐, 신경 써서 예쁘게 둘 필요는 없다. 툭 던지듯이 올려두면 자연스러운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아날로그 필름카메라로 느낌 있는 사진을 남기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킨포크 라이프에 관심이 있지만 아직은 잘 와 닿지 않는다면, 연희동으로 직접 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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