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가 되고 싶은 나, 비정상인가요?
아웃사이더가 되고 싶은 나, 비정상인가요?
  • 김승연, 박현재, 송혜민 기자
  • 승인 2015.04.07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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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이승은 기자>

벚꽃 피는 봄날, 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들은 삼삼오오 몰려다니기 바쁘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생들은 같이 수업을 듣고 밥 먹는 것이 익숙하겠지만 그중에는 '혼자 라이프'를 즐기는 학생도 있다. 기존 재학생들 사이에서 아웃사이더는 이제 흔한 존재다. 이는 예전의 대학 풍경과는 많이 달라진 것이다. 영화 <쎄시봉>이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등장하듯 80~90년대 대학생들은 서로 시간이나 감정을 공유하며 추억을 만들었지만, 요즘 대학가에는 혼자가 더 편하다는 학생이 늘고 있다.

'자발적 아싸' 늘어

우리는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혼자 생활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을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라고 부른다. 원래 아웃사이더의 의미는 사회가 규정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사상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쉽게 말해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아싸'는 소심하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겉도는 사람을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다. 그래서인지 많은 학생은 아싸가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신입생들이 아싸가 될까 걱정하며 인터넷이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일명 '자발적 아싸'다. 이들은 단체 활동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혼자를 부끄러워 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다. 지난해 온라인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대학생과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 390명을 대상으로 '대학생활 중 아웃사이더 행동 여부'를 조사한 결과 2명 중 1명이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와 같은 행동을 한 이유로 '불필요한 것에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53.8%, 복수응답 포함)와 '혼자서 행동하는 것이 더 편해서'(52.7%)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밖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어서'(41.9%), '관계 형성으로 인한 지출이 부담돼서'(23.1%), '대학생활보다 취업에 집중하고 싶어서'(18.3%) 등이 있었다.

경험 부족· 흥미 저하 등은 부정적 요소

아싸를 자처한 한 학생은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공강 시간이나 식사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좋다"며 "혼자 생활하는 것에 딱히 어려움은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같이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의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은 큰 이점이 된다. 이들은 일반적 인식과 달리 마냥 소심하지도 않다. 예컨대 조별과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조를 구성하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별과제가 끝나면 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송근혜(교육학) 교수는 "자발적 아웃사이더의 등장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며 "학년이 높아지면서 학과 운영의 주체가 바껴 자연스럽게 학과 생활에서 멀어질 수 있고, 개인의 내향적 성향 등으로 인해 자신을 방어하려는 현상일 수도 있다"고 했다. 덧붙여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경우, 취업 관련 외의 시간은 시간낭비로 보는 경향이 많다"며 "이는 취업의 어려움 등 사회적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자발적 아싸가 되려면 신중해야 할 점도 있다. 앞서 언급한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발적 아싸를 경험한 사람 중 72%는 아웃사이더 행동을 하며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부정적 영향으로 '자소서 등에 부각시킬 경험 부족의 아쉬움'(45.5%)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외에 '대학생활 전반에 흥미와 집중력 저하'(38.1%), '취업 등 개인 목표에 대한 압박감 증폭'(23.9%) 등이 있었다. 대학시절에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지 못하거나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졸업까지 버텨야 하는 것이다.

자의반 타의반 '혼자 라이프'를 즐기는 우리 대학 아싸 4명을 만나 이들의 '아싸 능력치'를 알아봤다. 판단 기준은 혼밥(혼자 밥 먹기), 공강 시간 혼자보내기, 조별과제 극복 등이다.
 

"외로움 많이 탄다면 어울리는 게 좋아"

최OO (미술학 1)

 

 

 

'혼밥' ☆☆☆☆☆
공강시간 보내기 ★★★☆☆
조별과제 극복  ☆☆☆☆☆


대학교에 조금 늦게 입학해서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랑 쉽게 친해질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얽매이지 않고 학교생활 할 수 있다는 것에 더 매력을 느꼈어요. 자유로워요. 혼자서 캠퍼스를 바쁘게 다니는 분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남들 시선이 신경 쓰인다거나 하는 것도 없고 괜찮은 것 같아요.

아직 새내기라서 '혼자 라이프'는 좀 낯설어요. 입학하고 첫 학기는 대부분 선배들이 시간표를 짜주잖아요. 이번 학기는 연속강의가 많아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은 편이에요. 가끔 있는 공강 시간에는 카페에 가거나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선지 완전한 혼자 라이프를 즐겨보지는 못한 것 같아요. 학교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날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에요. 혼자 밥 먹는 건 아직 시도해 보지는 못했어요. 점심을 먹어야 할 때면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랑 먹곤 했거든요.

이번 학기에 조별과제를 해야 하는 수업은 교양과목 하나에요. 새내기들이 주로 듣는 수업이라 교수님이 무작위로 조를 짜주셨어요. 다 같은 처지로 만나서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하지만 스스로 조별과제 조를 짜게 되면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혼자 학교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좋은 점이라면 내 시간이 많다는 거에요. 고등학교 때나 입시준비를 할 때는 나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수업시간을 제외하면 내 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주변에서는 혼자 다니다 보면 친구를 사귀기 어려울 거라는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해요. 아직은 별로 문제를 못 느끼고 있고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나쁜 점은 조금 외롭다는 것? 아무래도 이전과 달라진 환경이라서 어쩔 수 없이 외롭다고 생각하게 돼요. 혼자 있으면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분들은 그냥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함께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내려놓으면 된다"

김OO (경영정보학 2)

 

 

 

'혼밥' ★★★★★
공강시간 보내기 ★★☆☆☆
조별과제 극복 ★★★☆☆


동기들보다 입대가 늦은 탓에 전역하고 학교로 돌아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어요.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먼저 말을 거는 것도 어려웠죠. 하지만 이제는 수업시간에 혼자 앉아있는 사람을 미리 파악해 먼저 말을 걸 정도에요. 오히려 더 능동적으로 성격이 바뀌었어요. '혼자 라이프'를 시작한 이후 좋은 쪽으로 바뀐 성격을 보면 저도 신기해요.

국제관 7층 TV존은 아는 사람은 안다는 캠퍼스 명소에요.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도서관이라 온도도 적당하고 푹신한 빈백(Bean Bag Chair)이 있어서 책을 읽기도 좋고 잠자기엔 더 좋은 곳인 것 같아요. 원한다면 도서관 대출창구에서 수신기를 대여해 TV를 시청할 수도 있죠. 사실 여기선 다들 정신없이 자기 때문에 입 벌리고 자도 별로 민망하지 않아요.

혼밥이요? 저한테는 전혀 어려운 게 아니었어요. 군에 있을 때 단순히 고기가 정말 먹고 싶었던 적이 있는데 휴가 나오자마자 혼자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먹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저 사람은 왜 혼자지'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서 눈치도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던데요? 고깃집에서 혼자 고기 먹는 게 혼밥의 최고 레벨이라던데 이미 혼밥 능력치는 다 채운 것 같네요. 학교 앞 식당도 거의 정복한 것 같아요. 그 중에 혼자 먹기 제일 좋은 곳은 국밥집이에요.

제가 정의하는 아웃사이더란 '나의 갈 길을 스스로 찾는 능동적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 눈치 안 보고 어디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죠. 혼자 밥 먹기도 처음엔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즐기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만약 '혼자 라이프'를 동경하면서도 주저하고 있다면 일단 모든 걸 내려놔 보세요. 혼자라서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조별과제 어려움은 노력해서 해결"

임OO (경영학 3)

 

 

 

'혼밥' ★★★★☆
공강시간 보내기 ★★★★★
조별과제 극복 ★★☆☆☆


저의 '혼자 라이프'는 2학년 때 전과를 하면서부터였어요. 안 그래도 말수가 적었는데 더 적어졌다는 게 가장 큰 변화에요.

지금은 많이 적응했지만, 처음에는 전부 낯설었어요. 혼자 수업을 듣게 되니 수업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고 조별과제가 생기면 난감했어요. 하지만 같은 처지인 사람들과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꼈어요. 그리고 그분들과 '전략적 비즈니스 관계'를 잘 구축해 졸업 때까지 상부상조 할 거에요. 전과를 하거나 복수전공으로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는 내가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컴퓨터 사용이 가능한 전산실이나 국제관에 있는 도서관에 자주 가요. 공강 시간에 과제를 할 수도 있고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아요. 점심을 먹어야 하는 날이면 주로 학생식당을 이용하는데 사람이 많은 시간은 부담스러워서 피하고 싶기는 해요.
지금은 '자기 할 일 잘하는' 아웃사이더들이 늘어나서 과거의 부정적인 느낌은 많이 사라졌어요. 오히려 자기만의 속도로 여유롭게 삶을 사는 이미지가 강하죠. 여유 시간에 자기계발 등에 힘을 쏟기도 하고요. 물론 조별과제나 수업정보를 얻는 게 어려운 건 어쩔 수 없지만요. 제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해결될 일이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혼자 라이프'는 이제 유행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해요.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이 이미 예전부터 인기를 얻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나홀로족'들을 위한 마케팅이나 식당도 많이 생겨나고 있잖아요. 부끄럽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주변에 관심을 덜 주며 살더라고요. 살기 바쁘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혼자 다니면 많은 것이 가능해져요. 그렇다고 현재의 삶이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도 않은데 억지로 혼자 다니려고 하지는 마세요. 말수가 적은데 더 적어지는 저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고학년일수록 나홀로족이 편해"

최OO (일본학 4)

 

 

 

'혼밥'★★★☆☆
공강시간 보내기 ★★★★☆
조별과제 극복★★★★☆


3학년 한 해 동안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어요. 1년 만에 학교에 복학하고 보니 낯선 얼굴이 더 많더라고요. 동기들이 다 휴학을 해서 4학년 수업에서 동기들을 만나기가 힘들었어요. 따로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하지 않기도 하지만 교환학생 갔을 때 학점을 꽤 많이 채워서 시간표도 생각보다 여유로워요. 4학년으로 복학하니 왠지 학교생활을 마무리하는 느낌이에요. 하고 싶은 공부도 듣고 싶은 수업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워요. 그래서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하려고 혼자 학교생활을 시작했어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나홀로족'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아요. 저도 저학년 때는 동기들과 어울려서 함께 하는 것이 익숙했어요.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각자의 일을 찾거나 휴학을 하는 등 혼자 지내는 것이 편해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거죠.

4학년이라 취업에 필요한 공부도 해야 해요. 그래서 공강 시간에는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토익이나 자격증 공부를 해요. 한두 시간 정도 바짝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과 특성상 조별과제나 어려운 과제가 많지 않아서 마지막 학년을 수월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혼자 수업을 듣기 때문에 출석은 100% 완벽하게 하려고 해요. 자칫 수업 공지사항을 놓치면 먼저 알려줄 사람이 없거든요. 몸이 안 좋거나 사정이 생겨서 수업에 갈 수 없을 때가 생기면 제일 난감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학교 다니려고 노력해요.

대학은 사회에 나가기 바로 전 단계에 나를 단련시키는 곳 아닐까요? 물론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도 중요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혼자일 때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거든요. 졸업 후에는 이런 시간을 갖는 게 더 어려워지니까. 스펙 쌓기로 몸은 바쁘겠지만 마음만은 여유롭게 지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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