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 빛나거나 미치거나
[맞수] 빛나거나 미치거나
  • 안혜진 기자
  • 승인 2015.04.07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기의 스캔들, 에드워드8세와 양녕대군
<일러스트레이션=이영주 기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랑을 떠올릴 때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일주일간 7만여 통의 전화를 해서 구속됐다는 사례 등을 보면 사랑이 항상 아름답기만한 것은 아니다. 이처럼 사랑에는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한다. 이는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월리스와 에드워드8세, 조선의 어리와 양녕대군을 들 수 있다. 전자는 아름다운 사랑의 대표 격이고, 후자는 그 반대다.

에드워드8세는 조지5세의 장남으로 훗날 국왕에 오를 왕세자였고, 전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하지만 1930년, 한 사교모임에서 월리스를 만난 후 그는 다른 삶의 길을 걸었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하지만 둘은 은밀한 사랑을 나눠야 했다. 당시 월리스가 유부녀였기 때문이다. 왕세자인 에드워드는 세간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끝내 두 사람의 은밀한 사랑은 만천하에 공개됐다. 이 사실은 당연히 왕실과 의회에도 전해졌다. 이에 에드워드는 조지5세에게 월리스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허락을 구했지만 조지5세는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출장을 갔다가 영국으로 돌아온 월리스의 남편도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에드워드와의 독대 후 그는 "에드워드가 월리스와 결혼하고 싶어했다"며 그 사실이 충격적이었지만 이혼에 동의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에드워드가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월리스는 그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만약 다른 고위층이 다가오면 그녀는 넘어갈 것"이라며 에드워드에게 자리를 지키는 게 나을 거라고 충고했다. 곧 월리스 부부는 이혼절차를 밟았다. 이러한 와중에 조지5세가 병으로 죽었다. 둘 사이의 장애물이 사라지자 월리스와 에드워드는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당시 수상인 스탠리 볼드윈은 신분이 낮은 이혼녀와의 결혼이 군주제의 고결함을 낮춘다고 반대했다. 이혼이 금지된 영국 국교회에서도 결혼을 반대했다. 에드워드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결혼 후에도 월리스의 신분이 유지되는 귀천상혼의 방법으로 월리스와 결혼하려고 했다. 하지만 반대가 사그라들지 않자 에드워드는 재위 기간을 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랑을 위해 퇴위했다. "나는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는 왕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없고 그 무거운 책임을 짊어질 수도 없음을 알았다"는 에드워드의 퇴위 연설에서 월리스를 향한 진심을 엿볼 수 있다.

양녕대군은 태종과 원경왕후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양녕대군은 왕세자였으나 서책을 멀리하고 여색을 가까이 했다. 어느 날, 양녕대군은 수하에게서 곽선의 첩인 어리가 아름답다는 얘기를 들었다. 실제로 어리는 양녕대군이 "머리에는 녹두분이 묻고 세수도 안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천상 미인이었다"고 회상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한다.

마음이 동한 양녕대군은 어리를 만나려 했으나 어리는 응하지 않았다. 어리를 만나기 위해 양녕대군은 그녀를 찾아갔고 어리는 신분 때문에 마지못해 양녕대군의 부름에 응했다. 두 사람은 오두막집에서 정을 통했다. 그리고 양녕대군은 어리를 궁으로 데려갔다.

궁으로 데려와서도 양녕대군은 어리에게 빠져있었다. 하지만 곧 그들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다른 사건을 취조하던 중 양녕대군이 어리를 취한 사실이 태종의 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태종은 크게 노해 어리를 내쫓고 양녕대군을 폐위시키려 했다. 하지만 주위에서 반대하고, 양녕대군이 방대한 양의 반성문을 제출하자 양녕대군은 세자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양녕대군은 자신의 장모에게 부탁해 어리를 다시 궁에 데려왔다. 하지만 어리가 임신을 하게 되자 궁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낳자 양녕대군은 다시 어리를 불렀다. 이 사실은 곧 태종의 귀에 들어갔고 어리는 쫓겨났다. 이에 분노한 양녕대군은 "한나라 고조가 산동에서 지낼 때 재물을 탐내고 색을 좋아했으나 마침내 천하를 평정했고, 진나라 왕인 광이 비록 어질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그가 즉위하자 몸이 위태롭고 나라가 망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태종에게 보내 어리를 쫓아낸 것의 부당함을 따졌다. 이 편지를 받은 태종은 크게 노해 양녕대군을 폐위하고 만다.

두 사랑은 각각 아름답고 비참하게 끝났다. 월리스와 에드워드는 에드워드가 퇴위한 후 프랑스로 망명해 평생을 함께 산다. 반면, 어리와 양녕대군은 어리가 먼저 죽으면서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두 사람은 광주로 함께 유배됐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양녕대군이 유배지에서 도망가 버린다. 신하들은 모든 책임을 어리에게 돌렸고 견디지 못한 어리는 자살했다.

그들의 사랑은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월리스와 에드워드의 사랑은 사랑 때문에 왕위를 포기한 세기의 로맨스로, 어리와 양녕대군의 사랑은 왕위에서 멀어짐과 동시에 끝도 비참했던 최악의 스캔들로 기억되고 있다. 두 이야기는 앞서 말한 것 같이 사랑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독자들도 사랑을 하고 있거나 앞으로 하게 될 것이다. 독자들의 사랑이 어떤 형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독자들 만큼은 월리스와 에드워드의 사랑이길 바란다.

※참고자료
〈Wallis and Edward〉, BBC, 2005 /
『조선왕조실록』, 국사편찬위원회 /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이수광, 200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