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멀어진 시대… 대학도서관, 변화의 전기 맞다
책과 멀어진 시대… 대학도서관, 변화의 전기 맞다
  • 강지윤 기자
  • 승인 2015.05.1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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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독서가라고 불리는 알베르토 망구엘은 자신의 책 『밤의 도서관』에서 "너그럽게도 책들은 내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고, 내게 온갖 깨달음을 줄 뿐"이라고 했다. 망구엘의 말처럼 책은 방대한 지식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대가 없이 인간의 물음에 묵묵히 답을 내어주고 있다.

문자와 종이가 발명되고 책이란 형태로 지식을 후대에 남길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행간의 의미를 곱씹으며 사고의 폭을 넓혔다. 위대한 선각자들은 후대를 위해 자신의 깨달음을 책으로 남겼고, 후대 사람들은 그들이 남긴 책을 통해 사유의 지평을 더욱 넓혀나갔다. 책이라는 지식의 보고는 끊임없이 늘어나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했다.

그렇다면 도서관은 세상의 지식을 보관하고 있는 창고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도서관 중에서도 대학도서관은 의미가 남다르다. 대학도서관은 지성의 요람이라 불리는 대학의 지식창고로서 기본이 되는 기관이자 대학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대학도서관은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간 대출권수 7.8권, 독서 외 방문목적 다양

지난 3월 5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펴낸 '2014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학도서관 416곳(4년제 대학 278곳, 전문대학 138곳)의 재학생 1인당 평균 대출 권수는 7.8권이다. 이는 2011년 10.3권을 시작으로 지난 3년간 계속해서 하락했다.

취업경쟁에 내몰린 대학생들에게 하루 종일 대학도서관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는 낭만을 즐기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강수림(국제관광학 3) 학생은 "짧은 글귀 위주의 쉬운 책을 읽는 등 독서를 하려 해도 대외활동, 시험공부 등 다른 할 일이 너무 많아 한 달에 1권 읽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중 71.5%는 독서가 사회생활과 학교생활에 도움('매우 도움 21.9%', '어느 정도 도움 49.6%')이 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학점, 토익성적, 자격증, 실무경력 등과 달리 독서는 측정할 수 있는 공식수단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도 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부담스러워 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우리 대학교 도서관에서는 학생들과 도서관이 친해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매월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도서관 이용교육은 각 단과대학별 맞춤 학술정보 활용 교육뿐만 아니라 △도서관 홈페이지 100% 활용법 △리포트 작성을 위한 학술정보 활용 △스마트폰으로 도서관 이용하기 등 다양한 주제의 교육으로 학생들의 효과적인 도서관 이용을 돕고 있다.

또한 △Book in 동아 도서관 대축제 △Living Library in 동아 △Book in 동아 문학기행단 등의 행사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교내 구성원의 기증 도서 판매 △주제별 테마도서 전시 △부민도서관 포토존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북적북적한 크리스마스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발걸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학술정보서비스1과 전혜영 팀장은 "우리 도서관에는 여러 형태의 자료뿐 아니라 정보활용 교육이나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도 있으므로,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갖고 혜택을 누리기 바란다"며 "대학도서관을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대학 생활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행태가 변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대학도서관 방문의 주목적이 독서였다면 현재 대학생들은 독서뿐만 아니라 △시험공부 △각종 스터디 활동 △공강 시 휴식 △리포트 작성 등으로 도서관 방문 목적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송해나(국어국문학 3) 학생은 "독서를 위해 도서관을 방문한 적은 별로 없고, 주로 공부를 하러 간다"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을 빌리거나 시험기간 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도서관에서 다양한 자료를 갖추고 있지만 학생들이 이를 이용하지 않거나 유용하다고 여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우리 대학 도서관이 실시한 '2014 도서관 학술자료 이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자료의 유용성에 대해 도서 273명(36%), 전자저널 232명(30.6%), 웹DB 255명(33.6%)은 '도움이 매우 많이 된다'고 응답한 비중이 많았다. 하지만 오디오북 348명(45.9%), 전자책 226명(29.8%)은 상대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고 응답한 사람이 많았다.

김화진(유전공학 4) 학생은 "전자책을 빌려본 적이 있는데 장소의 제약이 없어 편리했지만, 일반 도서에 비해 분야가 협소했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이어 "오디오북은 있는지 모르는 학생이 많다. 충분한 홍보가 이루어진다면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산 감축, 전자저널 구입비 인상

대학도서관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에서도 소외받고 있다. 특히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대학도서관은 줄곧 평가지표에서 제외됐고, 이는 대학도서관의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대학은 한정된 예산에서 정부 평가에 속하는 지표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가지표와 상관없는 부문은 소외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학술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대학도서관 자료구입비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자료구입비는 △전자자료구입비 △도서구입비 △연속간행물구입비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대학 전체 예산의 0.9%를 차지했던 대학도서관 자료구입비는 2013년부터 0.8%로 하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이영주 기자

우리 대학 도서관 자료구입비의 경우 2009년에는 우리 대학 총 예산 중 1.4%를 차지했던 것에 비해 지난해 자료구입비는 총 예산의 0.9%에 불과했다. 학술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우리 대학 총 예산은 약 258억 원으로 2009년 198억 원에서 60억 원가량 늘었지만 2014년 대학도서관 자료구입비는 약 23억 원으로 2009년 약 28억 원에 비하면 5억가량 예산이 줄어들었다. 우리 대학의 예산 규모는 증가했지만 대학도서관 자료구입비 비중은 도리어 감소한 것이다.

자료구입비 예산 감소 외에도 전자자료 가격이 인상되면서 대학도서관에서 학술자료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적인 학술출판사들이 독점 형태로 대학도서관에 무리한 가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학술출판사들은 전자저널을 묶어 패키지 형태로 판매를 해 대학도서관은 어쩔 수 없이 비싼 값을 주고 자료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세계 3대 학술출판사 중 하나인 '스프링거'는 대학도서관과의 1차 협상에서 저널 1,727종을 묶은 패키지 구독료를 3년간 매년 24%가량 인상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도서관에서는 "학술저널 자체가 독과점 품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자료구입비 예산 삭감과 전자자료 구독료 증가의 영향으로 우리 대학 도서관은 일부 전자자료와 학술지 구독을 중지했다. 도서관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전자저널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지만 예산 감소, 전자저널 구입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최신자료들을 구입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대학도서관진흥법 국회 통과

지난 3월 3일 대학도서관진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교육부장관이 대학도서관의 시설과 인력 및 도서관자료 등의 운영을 평가하고, 이를 대학도서관의 재정지원에 반영할 수 있다. 또한 5년마다 대학도서관진흥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 계획을 토대로 각 대학은 대학도서관 발전계획을 세워야한다. 이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도서관운영위원회가 총장직속 기구로 신설된다. 대학도서관진흥법은 올해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우리 대학 도서관에서는 "지금까지 자체적으로 도서관 발전계획을 수립했는데, 이 법이 시행되면 총장 직속으로 도서관운영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도서관 발전계획 수립에 관한 법적 기준을 제시하고 평가하는 강제성이 마련되는 데 의의가 있는 것 같다. 시행령이 만들어지면 법안에 맞춰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수업과 도서관이 잘 연계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며 "대학도서관의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학내 구성원의 애정어린 관심이 필요하다. 연구나 수업에서 도서관 자료활용은 물론,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 참고자료
동아대 <2014 도서관 학술자료 이용 현황 조사>,
한국교육학술정보원 <2014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
문화체육관광부 <201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알베르토 망구엘 『밤의 도서관』(세종서적,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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