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탈출기] "내 냉장고도 좀 부탁해~!"
[일상 탈출기] "내 냉장고도 좀 부탁해~!"
  • 김성환 기자
  • 승인 2015.06.01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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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클래스 체험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백종원을 보면 알 수 있듯 최근 입담 좋고 요리도 잘하는 남자가 각광 받고 있다. 요리를 잘하지 못하는 기자는 어머니께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널 데리고 살겠냐"는 말을 참 많이도 들었다. 잔소리에 지친 기자는 언젠가 요리도 살림도 능숙한 일등 신랑감이 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바쁜 일상 속에 작심삼일일 뿐이었다. '마음 따로 몸 따로'였던 요리배우기에 마침내 도전해봤다.

기자가 도움을 받은 곳은 연산동에 위치한 '수정쿡'이다. 회차별로 다른 메뉴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한다. 배우고 싶은 메뉴를 보고 날짜에 맞춰 참여하면 된다.

수강료는 1회 3만 원이고 실습을 원하면 1만 원이 추가된다. 실습을 한다면 자신이 만든 요리를 가져갈 도시락통 2개도 준비해야 한다.

처음 쿠킹클래스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걱정한 것은 성비였다. 수업의 특성상 여성이 많을 것으로 생각해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걱정을 품고 실습실에 들어섰을 때 남녀 성비가 비슷해 놀랐다. 요리에 대한 요즘 남성들의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라면과 계란 프라이 정도밖에 모르는 기자는 이번에 오징어냉라면과 마파두부덮밥에 도전했다. 먼저 선생님과 함께 레시피를 살펴봤다. 레시피 뿐 아니라 재밌는 지식도 많이 배웠다.

가령 탄수화물이 상한 것은 변패, 단백질이 상한 것은 부패, 기름이 상한 것은 산패라고 하는 것 등이었다. 레시피와 지식을 필기하다 고개를 드니 다른 수강생들도 진지하게 메모 중이었다. 모두 수험생 같은 진지한 태도였다.

수업이 끝나고 실습이 시작됐다. 선생님이 조리할 때는 참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하려니 막막했다. 우선 오징어냉라면의 소스부터 만들었다. 만든 소스를 재워두고 마파두부덮밥과 오징어냉라면 조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필요한 양의 양파, 대파, 마늘, 고추를 손질하는 내내 칼질이 서툴러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마음 같지 않은 칼솜씨가 부끄러웠다. 거기다 선생님이 지켜보니 긴장감이 배가돼 하지 않을 실수도 반복했다. 오징어냉라면과 마파두부덮밥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양파를 같은 방식으로만 썰다가 지적당했을 때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칼솜씨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두부, 숙주나물 등을 살짝 데쳐 건져야 했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잊고 있다가 끓는 것을 보고서야 허둥지둥 건져냈다. 모든 일이 실수투성이였다. 당황해서인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래도 모든 손질을 혼자 힘으로 해냈다는 점이 뿌듯했다.

뿌듯함도 잠시, 준비한 재료를 조리하기 시작했다. 손질한 모든 재료를 순서대로 넣어 조리해 마파두부덮밥과 오징어냉라면을 완성했다.〈왼쪽 사진〉 오후 7시부터 시작한 수업이 11시까지 이어졌다. 긴 수업이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힘든 줄도 몰랐다. 실습 전에 선생님이 만든 마파두부덮밥과 오징어냉라면을 맛봤었는데, 필자가 만든 요리에서도 비슷한 맛이 났다. 흘린 땀이 보람이 있었다는 안도감과 뿌듯함이 들었다.

4시간여의 수업이 끝나니 기자의 칼질도 처음과는 많이 달라진 게 느껴졌다. 처음부터 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냉장고 문을 열었다. 수업을 가기 전이나 돌아온 후나 똑같은 냉장고지만 뭔가 달라 보인다. 그래! 이제 나에게 냉장고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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