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문제가 전 사회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젊은 백수'는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으로도 종종 등장한다. <미스터 백>의 은하수(장나라)와 <지붕 뚫고 하이킥>의 황정음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들은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지고, 아르바이트로 억척스럽게 생계를 이어간다. 대학생들에게 '취업난', '취업전쟁', '청년실업'이란 단어는 이미 너무 많이 들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따분하다. 그럼에도 이런 단어들을 계속해서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올해 기준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16만 개 정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이는 매년 대학이 배출하는 50만 명에 달하는 졸업생 수의 반에도 못 미치는 양이다. 또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도 취업률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취업률은 사실상 구조조정의 주요 잣대다.
대학생 취업준비 현황 설문조사의 항목 작성을 위해 스펙 종류를 조사하면서, 취업을 하려는 학생들이 갖춰야 하는 조건이 너무나도 많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자격증과 어학점수 등 10개에 달하는 스펙을 항목에 넣으면서 혹시나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안타까웠다. 또 취업이 하나의 게임이라고 가정했을 때 유저가 스킬과 능력치를 통해 캐릭터의 가치를 판단하듯, 설문 대상자들이 자신의 스펙을 점수화하도록 만드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설문 작성과정은 힘들었지만 조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응답률이 저조할 것이라는 애초의 우려와는 달리, 설문지를 내밀자 학생들은 사뭇 진지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다. 설문지를 받아든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 또한 아날로그식 설문조사의 묘미였다.
하지만 회수한 일부 설문지에서 논의에 벗어난 의견과 욕설 등 진지하지 못한 답변들도 종종 보였던 것이 아쉬웠다면 아쉬운 점이다. 이번 설문 결과가 당장 해답을 던져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변화의 뿌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작은 의견 하나도 소중하다. 3·4학년 전부를 대상으로 조사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조사가 학생들이 취업 준비와 우리 대학의 취업지원시스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