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데스크 칼럼 l 푸른 잔디 위 주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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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희석 학보편집국장
  • 승인 2015.10.0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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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석 편집국장

승학캠퍼스 운동장 논란이 여전하다. 푸른 잔디에 그은 주차라인은 학생들을 울렸다. 혹자는 "학교에 커다란 중고차 매매 전시장이 생겼다"고 씁쓸하게 말한다. 대학당국은 학생들의 울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새 운동장을 만들어주고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건데, 무엇이 문제냐는 입장이다.

표면상 맞는 말이다. 운동장이 아예 사라진 게 아니라 위치를 옮겼을 뿐이다. 게다가 승학캠퍼스의 주차난은 고질병이었다. 학내 구성원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육환경을 관리하는 교직원들도 포함된다. 대학당국은 학내 구성원 일부의 불편을 해소해주고자 기존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바꾼 것뿐이다.

충분히 이해되는 이유다. 하지만 학생들이 분노한 건 이러한 일을 대학당국이 일방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 운동장 사용 여부는 학교 관계자들 간의 회의로 마무리됐다. 소위 말하는 '윗선'에서 결정한 셈이다. 학생들에게 "주차난이 심각해 어쩔 수 없이 운동장 개발 사업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주차장으로 사용한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면 분노가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새 운동장 지어줬으니 기존 운동장은 잊으라'는 대학당국의 얄팍한 조삼모사 전략은 잘 통할 것 같지 않다. 예술대학 뒤편에 마련된 새 운동장은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야 등장한다. 예술대 7층과 맞닿는 이곳은 그냥 예술대에 딸린 휴게공간 같기도 하다. 미식축구처럼 장비가 많이 필요한 운동을 할라치면 시작 전부터 하체가 단련된다. 또한, 산 중턱에 자리 잡은 탓에 시원하게 공을 뻥뻥 차지 못한다. 잘못하다가는 승학산이 공을 집어삼킬 것만 같다.

학생들은 후미지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운동장을 원하지 않는다. 운동장은 단순히 운동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대학교 운동장은 학생들 여럿이 둘러앉아 친구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인근 주민이 저녁에 가벼운 운동도 할 수 있는 일종의 '공공재'다. 그런 공공재를 주차비를 통한 학교의 수익 창출 공간으로 뒤바꾸는 건 대학교의 가치마저 흔드는 행위다.

이미 대학당국이 '개교 70주년 사업'을 구상 중인 마당에 사업 전면 중단까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진심으로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공사 전까지만이라도 기존 운동장을 학생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으로 남겨줘야 할 것이다.

현재 캠퍼스 중앙에 빼곡히 들어선 차들은 이곳이 대학교인지 오토 캠핑장인지 혼란스럽게 한다. 하루빨리 기존 운동장에서 공 차는 소리가 다시 들리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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