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OT, 지속적인 점검 필요하다
겨울방학 동안 춥고 조용했던 캠퍼스가 개학을 해 시끌벅적하고 활기가 넘친다. 특히 3월에는 그야말로 풋풋한 신입생들의 모습이 유난히 많이 보여 "역시 대학답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귀를 씻어야 할 이야기들이 들린다. 바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사례들이다.
올해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것은 서울 모 대학 학생들이 OT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몸으로 말해요'와 성적 용어를 연상시키는 '단어퀴즈' 등의 놀이를 해 신입생들의 반감을 산 일이었다. 이 대학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국 대부분 대학의 신입생 OT에서 이제는 접대문화에서도 자취를 감춰가는 옛 '밤 문화'의 단면들이 드러난 것이다.
2014년에 부산 모 대학 신입생들이 OT 행사를 하던 중 강당이 붕괴돼 9명이 숨진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제는 안전불감증에 도덕불감증까지 걱정해야할 판이다.
올해 각 대학에서 발생한 일들은 신입생 폭행, 술 강요, 성희롱 등으로 크게 요약되지만, 그 구체적 사례들은 열거하기에 너무나 민망한 것들이 많다. 한 신입생은 페이스북 익명게시판에 OT 경험담을 전하면서 "제 상식선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무나 충격이었다. 선배들이 시켜서 안 하기에는 눈치가 보였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모 교수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선후배간 첫 만남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음주를 권하거나 상명하복식으로 OT가 진행되고 있다면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설렘과 활기가 넘쳐야 할 3월의 대학 캠퍼스가 이처럼 일부 왜곡된 음주문화와 놀이문화가 악습처럼 이어짐에 따라 불쾌한 경험으로 힘들게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생들이 적지 않다. 끊이질 않는 이 같은 논란 때문에 자녀를 학교행사에 보내지 않으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으며,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당국들이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단과대학별, 학과별, 동아리별로도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어 사실상 근원적인 해결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학생들의 행사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우리 대학도 대책 마련을 하고 있겠지만, 다시 한 번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조해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