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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안팎의 부지런한 개미들
박상은  |  eun0325@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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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07  12: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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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해보자. 어느 날 당신은 친구에게 연극표를 한 장 받았다. 친구는 '우리가 만든 연극이니 꼭 보러와'라고 말했다. 친구가 만들었다니, 당신은 꽃다발을 사 들고 연극을 보러 갔다. 연극의 제목은 <꿈 먹고 물 마시고>다. '친구는 어떤 역을 맡았을까'하고 상상한다. 그러나 연극이 끝날 때까지 친구는 나오지 않는다.

 연극의 꽃은 흔히들 배우라고 한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관객들이 볼 수 있는 '사람'은 배우뿐이다. 배우는 말로, 손짓과 발짓으로, 표정으로 관객을 연극 속으로 끌어들인다. 친구를 찾으면서도 당신은 연기자와 함께 울고 웃는다. 극예술연구회의 김한나 학생은 총 두 번의 배우 경험이 있다.

 "저희 중 연극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은 없어요. 그래도 학예회처럼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프로처럼 보이려고 노력해요. 연기는 발성과 몸짓이 중요해요. 관련 책도 계속 읽고, 선배님들이 오셔서 돕기도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아요." 대본엔 김한나 학생이 분석한 흔적이 빼곡했다. 대사를 호흡단위로 끊어 놓은 표시와 함께 무대에서의 동선, 행동과 시선 처리 등이 적혀있었다. 김한나 학생은 "배우와 무대 감독, 연출의 대본에 적힌 사항들은 각각 다르다"고 말했다.

   
▲ 연극 <꿈먹고 물마시고>의 한 장면, 뒤에 보이는 배경은 합판 대신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졌다.

 배우의 연기 연습은 연출이 총괄한다. 연출을 맡은 극예술연구회의 김명현 학생은 "일일이 연기를 지도하기보다는 배우가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배우들에게 대본을 보고 내용을 분석하거나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써오기 등의 활동을 요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만이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각자의 개성을 묶어 통일성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연출"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연출가는 무대 공연 전체를 지도하기 때문에 스태프 등 인원수에 민감하다. "일단 동아리 회원이 적었기 때문에 동아리의 존치 여부가 가장 걱정이었어요. 작품을 안 하면 동아리가 다시 없어질 것 같았어요." 올해는 극예술연구회가 부활한 지 2년째다. 하지만 지난 3월 공연 당시 공연에 참여하는 회원 수는 7명뿐이었다. "연극 동아리가 연극을 안 하면 존재의 의미가 없는 거니까 이를 악물고 했던 것 같다"고 김명현 학생은 말한다. 그래도 이때 버틴 것이 힘이 되어서일까. 현재 준비 중인 '9월 가을 워크숍' 공연의 준비인원은 17명 정도다.

 학기 초 7명으로 연극을 꾸려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연기와 메이크업, 무대 설치를 동시에 해야 했다. 따라서 극본을 고르는 데도 중요한 기준은 '4명의 배우로 공연할 수 있을 것인가'였다. 그래서 등장 인물이 4명인 이근삼 作 <꿈먹고 물 마시고>를 택했다. 김명현 학생은 "그래도 대학 연극이니까 아무 이야기나 하기보다 20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작품도 갓 상경한 지방 젊은이들이 서울 생활을 하면서 겪는 고통을 다룬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당신은 연극이 끝난 후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뭐야 너 안 나왔잖아.' 친구는 '무슨 소리야 나 무대 전반에 걸쳐서 출연했잖아'라고 답했다. 당신은 어리둥절했다. '난 너 못 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나 무대 감독이야'였다. 무대 감독은 연출가 밑에서 무대를 관리한다.

 "무대 감독하면 일반적으로 무대 세트와 무대 의상까지만 생각하지만, 무대 감독이 맡는 역할은 더 광범위하다. 조명과 음향도 무대감독의 일이다. 조명의 경우 밝기와 색, 타이밍 등을 정한다. 상연 도중에 조명을 조절하는 오퍼레이터와는 또 다른 역할"이라고 무대감독을 맡았던 백채영 학생은 말했다.

 무대감독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해 무대에 올릴 소품들을 넣어보고, 무대의 모습을 정한다. 보통 무대를 꾸미기 위해선 합판이 필요하다. 진행하다 보면 합판이 많이 들어가 10만 원 어치는 사게 된다. 학생들에겐 큰 돈이다. 방학 내내 연극준비 때문에 주말 아르바이트 정도밖에 하지 못한 그들이기에 더욱 부담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합판은 비싸니까 스티로폼으로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큰 스티로폼을 사 와서 페인트도 칠하고, 잘라서 조립했는데 이래선 안 되겠더라고요. 보수에 돈이 더 들고 무대 설치에도 고생해서. 다음엔 합판을 하나 사서 바퀴를 달고 계속 덧칠해 나가자고 했죠." 그런 것들이 교훈이 되고 추억이 되는 것 같다고 백채영 학생은 말했다.

 완성된 무대뿐 아니라 배우의 모습에서도 무대 감독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멀리서도 이목구비를 뚜렷하게 볼 수 있는 무대화장은 인력 부족으로 배우 본인이 했지만, 감독의 의도가 녹아있다. 무대 조명의 열기는 생각보다 뜨거워 일반 파운데이션을 쓰면 녹아버린다. 그래서 공연용 파운데이션을 쓰고, 음영 화장을 한다.

 

   
▲ 극예술연구회의 무대의상. 다이소 남방에 진시장에서 산 패치를 달아 경비원 옷으로 만들었다

 의상 역시 마찬가지다. 의상의 콘셉트를 연출과 함께 정하고 나면, 가장 먼저 집에서 그와 맞는 옷이나 장신구를 찾는다. 찾으면 그대로 쓰고, 찾지 못하면 사야 한다. 백채영 학생은 남포동의 '구제시장'과 범일동의 '부산진시장'에서 무대 소품을 찾는다. 구제시장 바닥에 널려 있는 이천 원, 오천 원짜리 옷들을 잘 살피면 알맞은 의상이 있거나 수선해서 쓸 만한 옷이 나온다. 그렇게 산 옷은 진시장에서 산 장식 재료들로 수선해 사용한다.

 당신은 뒤풀이를 간다는 친구와 헤어져 집에 돌아왔다. 문득 친구가 배우는 아니었지만, 친구의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에게 남은 연극에 대한 기억과 팸플릿, 책자는 기획의 산물이다.
정승아 학생은 "배우와 연출, 무대감독이 연극 내부에서 활동한다면 기획은 연극 외부에서 활동한다"며 "연극이 잘 진행되도록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기획"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극예술연구회의 기획자는 회장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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