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 김보미
  • 승인 2016.06.0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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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내면보다 외모·배경이 중요한 사회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영화 <친구>(감독 곽경택, 2001) 속 담임선생님 역할을 맡은 김광규가 날린 유명한 대사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 중반, 부모의 직업이 곧 권력이고 촌지(정성을 드러내기 위해 주는 뇌물) 공세가 당연하던 때다. 부모의 학력이 높고 직업이 좋을수록, 촌지를 많이 줄수록 그 학생에 대한 대우는 좋아지는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대한 차별이 당연한 시대였다.

 그로부터 약 40년이 지난 지금 형태는 달라졌지만 세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너희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시냐'고. 부모의 직업, 학력부터 심한 경우 조부모의 직업까지, 기업은 지원자에게 불편한 정보를 요구한다. 이력서를 작성하던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은 '이런 것까지 적어야 하는 이유가 뭐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한다.

 우리 대학교 박기오(기계공학 3) 학생은 "3학년이라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 경험은 아직 없는데 선배들 이야기나 기사 내용을 보면 키, 몸무게를 쓰는 회사도 많이 봤고 부모님 직업도 많이 쓰더라"며 "회사는 능력을 보고 뽑는 자리인데 부모님 직업이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과 상관이 있나"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금수저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그런 것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면 결국 부모의 직업이 좋고 '빽'이 좋으면 취직도 쉽게 되는가 싶다"며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다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 김효진(경영학 4) 학생 또한 "면접 과정에서 개인의 인성과 능력에는 전혀 상관없는 부모님의 학력이나 직업에 대해 지나치게 물어보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며 "실제로 어느 기업 면접을 봤을 당시 면접관이 모든 지원자들에게 부모님의 직업에 대해 꼬리질문 형식으로 계속 물어봐서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키와 몸무게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를 기입하는 것은 사실상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며 "이것을 통해 구직자의 인성이나 역량을 평가할 수도 없을뿐더러 면접 시 선입견을 가질 수 있으므로 불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판 음서제, '그들만의 세상'

 지난 5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현대판 음서제(고려 시대 행해졌던 세습제도)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부 조사 결과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에 '아버지가 법무법인○○대표' 혹은 '할아버지가 전직 대법관'이라고 밝히며 부모나 친인척의 직업 및 신상정보를 거론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3년간 합격자 중 24명에 달한다.

 이 중에는 해당 로스쿨 입학 규정에 신상기재가 금지된 조항이 있었음에도 지원자가 이를 어기고 작성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원자들이 자소서에 신상을 쓰는 부정행위를 한 것이 인정되었음에도 '합격취소'는 되지 않았다. 자소서 외에도 여러 전형 요소가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신상 기재만으로는 부정합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박기오 학생은 "법을 교육하는 곳에서 이런 부정입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부모님의 배경을 보면서 입학시키겠다는 건 '있는 집안' 자식을 입학시키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효진 학생 또한 "그 무엇보다도 공정해야 할 법조인 선발제도에서 부정입학 사건이 발생하고 합격취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다"며 "이번 로스쿨 음서제 사건에 대해 일부의 일이라고 쉽게 외면하고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기업체에서도 개인의 능력이 아닌 부모의 능력으로 낙하산 취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분명한 부당행위"라며 "꿈을 위해 매 순간 피나는 노력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이상 희생양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부모의 학력·직업이
가정환경 평가 척도?

 취준생의 경우 부모의 직업에서부터 학력, 심한 경우 부모의 회사 이름이나 직급까지 적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한 인사 관리자는 "부모의 학력과 직업이 자식의 인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박기오 학생은 "최근 중국의 창고에 살던 청소부 어머니가 두 아들을 명문대에 보냈다는 기사를 봤다"며 "자식의 능력이나 인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의 인성이지 직업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효진 학생은 "가정환경이 개인의 인성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모님과 함께 살고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레 부모님의 가치관이 개인의 가치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학력과 직업이 한 개인과 그 가정환경을 평가하는 올바른 척도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간단한 가족소개라든지 집안의 생활신조 같은 부분이 오히려 가정환경을 평가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11조 2항'에 따르면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않으며, 어떤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또한 '고용정책 기본법 제1장 총칙 제7조 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2014.1.21. 개정)에 따라 근로자 채용 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해서는 안 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실제로 이에 따라 부모의 직업이나 학력, 취준생 본인의 출신, 키, 몸무게 등의 개인적인 정보나 신체조건 작성란은 사라지는 추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우리 대학을 졸업한 한 동문은 실제로 부모님의 직업으로 인한 차별을 목격했다. 친구와 같은 기업에 지원해 면접을 봤을 당시 일이다. "친구 부모님이 지원한 회사의 라이벌 회사 지점장으로 근무하고 계셨는데 친구에게 면접 내내 그 질문만 하더라"며 1차 면접 당시 면접관이 "부모님의 직업 또는 직장은 최종면접에서 탈락할 여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동문은 "결국 그 친구는 탈락하고 비슷한 역량을 지닌 나는 합격했다"며 "개인의 역량이나 적성에 관계없이 부모님의 직장으로 인해 탈락과 합격이 결정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 회사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가족관계나 인적사항을 최대한 줄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일부 대기업의 경우이고 나머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여전히 부모님의 연봉을 적는 등 집안 배경을 보려고 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런 문화 때문에 '수저론'이라는 말도 생겨나고 부의 대물림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능력"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고용노동부 청년기자 김민규 해외특파원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의 경우 △사진 △나이 △인종 △장애 △종교 △정치적 성향 △이성관 △결혼상태 등 차별이나 개인의 신념·취향이 드러나는 사항의 작성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사진의 경우 지원자의 이미지만으로 지원자를 판단하고 기회 자체를 박탈하거나 필터링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불법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취업사진'용 증명사진이 따로 있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취업사진의 경우 일반 증명사진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책정되며, 적게는 약 1만 원에서 많게는 약 8만 원까지 받는 곳도 있다.

 박기오 학생은 "직업에 따라 신체정보나 사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업이 있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직업도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 스튜어디스나 서비스업 같은 경우 아무래도 외모가 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 있어서는 채용을 할 때 키나 사진을 넣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서비스업이 아닌 일반 사무직이나 외모와 관련이 없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이나 키, 몸무게를 적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런 부분은 빨리 고쳐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반면 김효진 학생은 "외모를 중시하는 직무로는 보통 서비스직이 많은데, 특별히 외모가 뛰어난 직원이 더 서비스 정신이 좋고 외모가 좋지 않은 직원은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나라는 너무 외적인 부분을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레스토랑을 가거나 항공기에 탑승해보면 외모나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당당하게 일을 하고 있고,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도 그들의 외모로 서비스에 대한 만족을 평가하지는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개인의 능력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여러 기업체에서 스펙보다도 지원자의 직무능력과 역량 위주로 평가하기 위해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국가직무능력표준)를 기준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아직은 도입 단계지만 이 흐름이 안정화 된다면 개인의 신체정보와 이력서 사진 등의 불필요한 칸이 없어지는 날도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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