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스크 칼럼ㅣ 사과받지 못한 국민, 용서받지 못할 권력
ㅣ데스크 칼럼ㅣ 사과받지 못한 국민, 용서받지 못할 권력
  • 임정서 기자
  • 승인 2016.11.14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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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서 편집국장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젊은이들에게 청와대나 국회의사당 견학은 흔하디흔한 코스다. 가방을 멘 아이들은 "이 곳이 바로 민주주의의 산실이자 삼권분립의 현장"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다. 빛나는 눈들은 신기한 듯 담벼락을 맴돈다. 하지만 최순실 씨의 죄목이 검증되면 머지않아 이 풍경을 보기 힘들 것이다. 그 대단해 보이는 건물이 사실은 인맥만 있으면 제집처럼 드나들 수 있으며, 온갖 지저분한 거래가 오가는 곳임이 드러났으니 말이다. 마치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국정원이 고작 '댓글부대'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배신감과 비슷하지 않을까.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국정농단'과는 별개의 의미로 청춘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청춘들은 자신이 민주주의 국가의 보통국민이라 믿었다. 권력가의 자녀가 세상을 주무르는 것은 이제 드라마에서조차 식상한 소재라 생각했지만, 이번 사건은 놀라움 이상의 충격을 안겼다. 한 종편채널 앵커의 표현을 빌리자면, 단순한 정치적 분노를 넘어 말로 하기 힘든 '자괴감'과 '상실감'에 물들었다. 다시 말해 한순간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한 기분, 그것만으로도 온 세대가 메가폰을 들고 거리로 나갈 이유는 충분하다.

 이 복잡한 사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며 불현듯 지난 9월 중순에 있었던 지방자치단체장 초청 특강이 떠올랐다. 대한민국이 여기고, 여기가 바로 세계라던 그 분은 물고기가 끊임없는 노력을 하면 어항에서 바다로 갈 수 있다고 했다. 특강이 끝나고 질의 시간에 한 학생이 "하지만 현재로선 어항의 종류가 처음부터 다르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그 역시 "힘들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내용이지만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것은, 그때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는 그 대답에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특강을 연다면 그 분이 과연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소속을 불문하고 이어지는 시국선언과 촛불시위는 얼어붙은 땅에 작은 위로와 숨결이 되고 있다. 우리 대학교 캠퍼스에서 이뤄진 교직원 및 학생들의 선언 또한 때 이른 추위를 잊게 하는 열기를 품고 있었다.
최순실 씨 사건 보도의 비중이나 온도차로 인해 언론불신이 최대치를 갱신했다는 등 여론이 심상찮다. 하지만 현장을 한 번이라도 목격했다면 매일 쏟아지는 시위보도가 선동이나 과장이 아님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가를 비롯한 시민연합의 외침이 비리사건마다 늘 있는 관행쯤으로 평가절하되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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