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봄(春)
시를 봄(春)
  • 임성우 기자
  • 승인 2017.04.0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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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사월, 네 기자의 봄맞이

 '청춘(靑春)'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 시절을 의미한다. 학교 안팎으론 불미스러운 일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자연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올해도 어김없이 교정에 벚꽃을 어여쁘게 피웠다.

 청춘하면 사랑, 벚꽃, 축제, CC 등 온 갖 즐겁고 아름다운 단어가 생각난다. 그러나 2017년을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은 취업, 학점, 스펙 등에 묻혀 이런 단어들이 멀게만 느껴진다. 위로가 필요한 청춘들에게 마음을 달래줄 시집을 추천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 소개 할 시집은 두 권이다. 먼저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이해인, 열림원, 2015)이다. 필자는 시를 좋아한다. 짧아서가 아니라 짧아도 그 의미를 생각하면 소설책 한 권보다 오래 걸리기에 시집이 좋다. 아직 제대로 외우는 시 하나 없고, 읽고 나면 쉽게 잊어버리곤 하지만 활자 속에 살아있는 그 풍경이 좋다. 이해인 수녀의 시에는 바로 이러한 자연이 잘 담겨있다. 그리고 위로가 된다.

 그녀의 시 중 '편지쓰기'에서 '내 일생 동안 매일매일 편지를 썼으니'라는 구절처럼 그녀는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물에게 늘 말을 걸고 편지를 쓴다. 시를 읽고 있으면 부산 광안리 성베네딕도 수녀원에서 꽃과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말하는 화자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위로를 건네며 함께 기도하는 느낌이 든다.
이해인 수녀의 시 중 '삶과 시' 에서는 '시를 쓸 때는/아까운 말들도/곧잘 버리면서', '삶에선/작은 것도 버리지 못하는/나의 욕심이/부끄럽다'고 한다. 시는 뺄셈의 미학이다. 하지만 오늘날 청춘들은 '취업9종 세트'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스펙을 더하느라 바쁘다. 그녀는 더하기만 하는 청춘들에게 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소개할 시집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박준, 문학동네, 2012)이다. 박준의 시는 아프고 그립고 슬프다. 시인도 그가 지은 시도 서정적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 그의 시에는 '미인'이 자주 등장하는데, '곁에 없는 존재'이자 그리움과 사랑의 대상으로 그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첫 시집을 내며 그는 누나의 죽음을 경험했다. 시집에 등장하는 많은 미인들이 누나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그 때문일까. 하지만 미인이라는 존재는 모든 이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하는 그 누군가다.

 대한민국의 봄에는 대통령이 탄핵됐고, 세월호 참사를 겪었고, 3.1운동과 민주화 항쟁이 있었으며 지난봄, 우리 대학에선 젊은 교수를 떠나보냈다. 누가 봄은 탄생의 계절이라 했던가. 어쩌면 우리가 공유하는 봄날의 기억은 이별의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을 골랐다. 화자가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은 것'처럼 나도 떠나보낸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 싶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는 것처럼 소중한 이별 뒤에 새로운 만남을 준비해야 한다.

 시와 봄이 어울리는 이유는 청춘처럼 짧지만 청춘처럼 아름다운 까닭이다. 봄과 시처럼 짧은 청춘을 바삐 흘려보내는 요즘, 흐드러지는 벚꽃나무 아래에 앉아 기자가 추천한 시집을 천천히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임성우 기자
voiceactor@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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