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5월 9일, 주권 사망
<부고> 5월 9일, 주권 사망
  • 박현주 기자
  • 승인 2017.05.15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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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기자

 지난 5월 9일, 우리의 주권이 사망했다. '유권자는 투표할 때만 자유로운 주인이 되고, 투표가 끝나면 이전과 같이 노예가 된다'던 루소의 300년 케케묵은 말이 우리네 현실에 꼭 맞다. 집 근처 투표장으로 가 투표를 하는 동안만 우리의 권리를 실감했을 뿐, 대의민주주의 아래 우리의 주권은 새로운 대표자를 선출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10분 만에. 우리 모두는 노예가 됐다.

 촛불집회에서 그토록 많은 국민들이 외쳤던 건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의지였다. 국민의 주권을 상실시킨 정권에 주권을 외친 건, 소리 없는 아우성만큼이나 역설적이었다. 그러나 이루어졌다.
정권에 대한 권력 회수와 새로운 대선이. 부재를 통해 그 존재를 증명해낸 것이다.

 더 역설적인 건 '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수많은 목소리를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나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주어졌다는 '권리'는 내가 소수자일 때 도리어 나의 존재를 집어삼켜버린다. 수차례 이루어진 토론에서 장애인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후보일 당시에 문재인 대통령은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처럼 정치공학이 지배하는 선거판에는, 후보자들이 대변하겠다는 국민의 범주에 소수자들의 명부는 없다. 승자독식의 선거제에서 소수자를 대변하는 것은 표를 잃는다는 계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소수의 표를 잃는 것은 다수의 표를 얻기 위한 '큰 그림'이 된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는 약 250만 명이다. 성소수자 인구는 약 150만 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일상에서 장애인과 성소수자를 마주하기 어렵다. 그들은 늘 다수의 기호에 의해 존재를 부정 당한다. 혹은 존재를 숨긴다. 그래서 존재는 곧 권력이다. 선거가 끝난 10일 새벽, 대통령의 당선 확정과 동시에 분명해진 건, 민주주의의 꽃이라던 '선거'가 소수자들의 손에 권력을 쥐어주는 '주권행사의 장'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5월 9일, 우리의 주권이 사망했다. 특히 소수자들의 주권은 그 이전부터 없었던 지 오래다. 사회는 늘 소수에게 '나중에'라고 말해왔다. 소수자들의 권리는 언제쯤 '지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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