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갈 곳이 있고, 집에 돌아와서 피곤해서 잠들 수 있는 이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갈 곳이 있고, 집에 돌아와서 피곤해서 잠들 수 있는 이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요."
  • 안다현 기자
  • 승인 2017.10.10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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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역 7번 출구 김종원 빅판

 가을 하늘이 맑은 날 아침, 기자는 빅판 김종원 씨를 만나기 위해 남포역 7번 출구로 향했다. 가는 길에 문득 빅돔 교육을 받을 당시 들었던 담당자의 말이 떠올랐다. 주거 취약계층인 빅판은 사회로 나갈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아 대중들과 어울리는 것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터뷰하기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기자가 대수롭지 않게 한 말에 빅판이 상처받으면 어쩌나, 내 말을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인터뷰에 응한 김종원 씨는 여느 시민과 다른 바 없었다. 쪽방에서 생활하는 그는 동구 쪽방 상담소 직원의 권유로 빅판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벌써 1년째 빅판 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의 얼굴은 행복해보였다.

 그는 빅판을 하면서 세상이 정말 따뜻한 곳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추운 겨울에 내복을 선물하는 손님, 잡지를 10권씩 사가는 손님, 남포동으로 수학여행을 와서 빅돔 활동을 하고 간 학생 등 잊지 못할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그중 김종원 씨가 가장 고맙게 여기는 손님은 '꾸준히 오는 손님'이라고 한다. "1년 반 정도 빅판을 하다 보니 단골도 생겼어요. 잡지를 사지 않아도, 지나가면서 날씨 얘기 같은 가벼운 안부 인사를 건넬 정도로 친분이 쌓인 사람들이 가장 기억이 나요."

 홈리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빅이슈와 빅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김종원 씨는 손님 이외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도 좋지 않은 시선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장사가 안되면 사람들이 저를 나쁘게 봐서 잡지를 안 사는 게 아닌가 걱정했었어요. 손님들끼리 '잡지를 사봤자 그 돈으로 술 사 먹겠지'라는 얘기를 나누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실제로는 빅이슈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가요. 좋은 잡지니까 사는 게 좋다고요. 자녀를 데리고 와서 빅이슈에 관해 설명해주고 잡지를 사는 부모도 있어요. 중학생들도 가끔 오는데, 돈 오천 원이 중학생에게는 큰돈임에도 불구하고 잡지를 사는 것을 보면 저도 번 돈을 절대 헛되게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돼요."

▲ <일러스트레이션=신예진 기자>

 무슨 질문이든 웃으며 성심성의껏 대답하는 김종원 씨. 그에게 빅판이 본인에게 정말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빅판 활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싶냐고 묻자 그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현재 내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는 것이 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과거에 술을 좋아해서 (알코올) 중독 수준이었어요. 빅판을 하면서 스스로 많이 바뀌었다고 느끼는데, 지금의 내 모습을 유지하면서 과거(알코올 중독)로 돌아가지 않는 것. 그게 지금 원하는 거예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갈 곳이 있고, 집에 돌아와서 피곤해서 잠들 수 있는 이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요." 김종원 씨에게도 임대주택 입주권이 몇 번 주어졌지만, 그는 매번 거절했다. 빅판 일을 하려면 빅이슈 카트를 끌고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해야 하는데, 선정되는 임대주택이 지하철역과 꽤 멀다는 것이 거절의 이유였다.

 김종원 씨는 대학생에게 항상 고마운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빅이슈의 소비자 90% 이상이 대학생이기 때문이다. 잡지를 사지 않더라도 인사를 건네는 대학생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다. "'풍요 속의 빈곤', '도시 속의 외로움'이란 말이 있듯이, 혼자 잡지를 팔고 있으면 투명인간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나가고 있는데, 열심히 인사를 외치는 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쳐버리면 왠지 공허함이 들어요. 그럴 때 대학생분들이 가볍게 답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내가 존재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잡지를 구매하지 않아도 인사라도 한 번씩 건네줬으면 좋겠어요."

 인터뷰가 끝난 후, 사무실로 가서 출근 준비를 할 것이라는 그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기자의 편견이 깨질 정도로 그의 생각과 고민은 깊었고, 그의 어휘와 단어선택에서는 삶의 연륜이 묻어났다. 이상적이기보다는 현실적인 꿈을 이루고자 하는 김종원 씨지만, 그의 웃음만큼은 이상적인 빅판의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의 미소에 화답해주기를 바라며 김종원 씨의 미래를 응원한다.

안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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