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어머니는 MBC 라디오를 즐겨듣는다. 어머니는 집안일을 하실 때 늘 라디오를 켰고, 어머니의 영향으로 필자도 라디오를 즐겨들었다. 학창 시절 피곤에 찌든 필자를 깨우던 것은 <시선집중>을 진행했던 손석희 앵커의 목소리였고, 하교 후에는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하던 방송인 박경림 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었다. 최근까지도 어머니와 집안일을 할 때면 MBC 라디오를 듣곤 했다. 그런데 지금 본가의 라디오에서는 DJ멘트 없이 노래만 흘러나오고 있다.
공영방송 MBC와 KBS의 언론인들이 경영진의 사퇴와 방송 독립을 요구하며 지난달부터 총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MBC와 KBS의 라디오와 방송 프로그램들은 결방하거나 대체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다. 노조가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유는 그들이 이전 정부의 낙하산 인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취임 이후 부당해직, 부당징계 등을 일삼으며 국민의 공영방송을 특정 정권의 나팔수로 이용했다.
필자와 필자의 어머니를 포함해 MBC와 KBS의 프로그램을 즐겨 듣고 보던 시청자들은 잇따른 결방에 '불편'을 겪고 있다. 늘 듣던 라디오를 듣지 못하고, 늘 보던 프로그램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지금의 불편은 공영방송이 국민이 아닌 특정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될 때의 불편함보다는 훨씬 나은 것이 아닌가.
공영방송이 정상화되지 않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뉴스와 프로그램이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국민이다. 따라서 지금의 불편은 현재의 불공정한 방송 시스템을 타파하고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과도 같다.
스마트폰으로 기사와 댓글을 읽다보면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다. '기레기'라는 단어는 이미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쳤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MBC와 KBS 언론인들의 파업은 '기레기'로 남지 않겠다는 마지막 발악은 아닐까? 하루 빨리 공영방송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