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소수자, 채식주의자를 아시나요?
식탁 위의 소수자, 채식주의자를 아시나요?
  • 박현주 기자
  • 승인 2017.10.10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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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부터 고기를 먹으면 자주 체했어요. 알레르기도 있었고요."
 돼지고기를 먹으면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는 문정혜(식품영양학 4) 학생은 폴로 채식을 한다.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정기 채식 모임에 참여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단순히 체질이나 기호, 종교의 문제뿐 아니라 동물권을 위해서 채식을 하는 사람도 많다.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기보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부산 비건 페미니스트 모임 '달래'에 참여하고 있는 종이별(가명) 씨는 "고기와 달걀, 우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방식으로 동물을 착취하고 죽이는지 알게 된 후 채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먹는 우유는 암소를 강간대(rape rack)라는 이름의 기구를 이용해 강제 임신을 시켜 짜낸 젖이다. 젖을 먹어야 할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끌려나가 도살당한다"며 "결국 암소의 삶은 평생 강제 임신과 송아지와의 생이별을 겪다 끝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채식연합은 현재 국내 채식인구를 총인구의 약 2%로 추산한다. 이는 100만 명이 넘는 수치다. 이 밖에 채식을 선호하는 인구는 20~3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 건강이나 다이어트뿐 아니라 동물보호나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 20대가 2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채식주의자의 소비 시장을 일컫는 '베지노믹스'의 규모 역시 채식인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채식 식품은 콩과 글루텐(밀)을 섞어 만든 '콩고기'다. 콩고기는 고기와 식감이 유사하다는 장점 덕에 불고기용과 볶음용, 탕수육용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콩 스테이크와 채식 만두, 채식 소시지, 채식 라면과 같은 가공식품 또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채식은 비단 음식의 영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비건이 추구하는 생활방식인 비거니즘(veganism)은 동물 학대와 관련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절 거부한다. 동물의 가죽이나 털로 만든 옷, 동물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화장품을 불매하는 등 철저한 동물 보호주의를 실천한다. 실제로 비건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비건패션'(폴리에스터를 이용한 인조 가죽, 아크릴로 만든 인조 모피 등 동물을 희생하지 않고 만든 의류)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종이별 씨는 "비건은 동물을 생명이 아닌 소모품으로써 도구화하고 착취하는 구조에 반대·거부하는 삶의 실천"이라며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완벽하게 채식을 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입고 먹는 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를 인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맛없는 채식은 가라!
채식의 유쾌한 반란

▲ (좌) 비건 크루즈 나이트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 (우) 파티에 선보인 음식 <노티 비건즈(Naughty Vegans) 제공>

 지난 8월 20일, 서울 강남구 잠원한강공원에서 '비건 크루즈 나이트 파티'가 열렸다. 채식과 동물 보호주의를 추구하는 모임 '오로지순하리'와 고려대 채식동아리 '뿌리:침'을 중심으로 한 '노티 비건즈(Naughty Vegans)'가 기획한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기존의 파티에서 으레 등장하곤 했던 고기, 유제품, 달걀로 만든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오직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바비큐와 파스타, 치킨, 아이스크림, 쿠키 등이 판매됐다.

 파티를 주최한 이혜수 씨는 "흔히 채식인은 금욕적이다, 차분하다, 잘 못 논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비채식인의 성격이 다양하듯 채식인도 각자 다른 성향을 가진다"며 "채식인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육류 중심적인 술자리 문화에서 스트레스받아 온 채식인들에게 자유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비채식인들에게도 채식의 장벽을 낮추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일에는 우리 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요리동아리인 '쿡짜(Cookzza)'에서도 채식요리를 만들고 체험하는 활동을 했다. 22명의 쿡짜 회원들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시금치 프리타타', '노오븐딸기케이크' 등을 만들었다. 쿡짜에서 활동 중인 문정혜 학생은 "채식이라고 하면 다이어트나 건강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종교나 체질 혹은 신념상의 이유로 채식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채식인들도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이 같은 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 (좌) 채식 요리에 도전한 요리동아리 쿡짜 회원들, (우) 쿡짜 회원들이 만든 채식 음식 <쿡짜(Cookzza) 제공>

 요리에 참여한 김지수(식품영양학 3) 학생은 "조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채식 요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신기했다. 특히 치즈를 이용한 요리를 만들며 다양한 채식에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편견은 넘치고 인프라는 부족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채식 식품과 식당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채식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국내 채식식당의 수는 300여 곳으로, 5년 전인 2012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지만 100만 명이 넘는 채식인구를 고려하면 적은 수치다. 종이별 씨는 "정말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삼각김밥, 컵라면은 고사하고 크래커에도 고기 분말이 함유되어있다"고 채식인프라의 열악함을 지적했다.

 또한 "채식을 하면 흔히 '사회성이 부족하다', '사회생활이 어렵겠다'는 말을 듣는다"며 "특히 단백질 섭취가 어려워서 올바른 식습관이 아니라는 지적을 많이 듣는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채식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존재한다. 채식을 하면 비타민B12, 철분과 칼슘, 필수아미노산, 엽산, 비타민D 등 인체에 필수적인 영양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의학적 견해도 있다. 그러나 채식을 권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베지닥터의 이의철 사무국장은 "채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편견이다. 오히려 채식이 암 예방과 스트레스, 성 호르몬 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동물성 식품을 식단에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콩이나 해산물 등 대체식품을 통해 각자가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hyunju009@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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