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4·19혁명 기념일, 이제는 관심 밖으로…
[학보]4·19혁명 기념일, 이제는 관심 밖으로…
  • 장소영
  • 승인 2010.06.07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종수정일 / 2009년 09월 11일

 




사진 : ▲ 지난해 4·19혁명 기념일을 맞아 고려대 총학생회가 주최한 '4·18 구국대행진'에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다.
<고대신문사 제공>

 

제49주년 4·19혁명 기념일을 13일 앞두고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기념식, 추모제, 마라톤 등 이날의 정신을 되새기는 행사들을 열 예정이지만 규모나 참여율이 예전 같지 않다. 4·19민주혁명회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4·19혁명 기념식의 참여인원이 대부분 공무원과 유족들뿐이며 더구나 기념식에 대한 시청의 예산이 줄어 홍보나 행사진행이 힘들다"고 말했다.

1960년 일어난 4·19혁명의 주체는 당시 대학생들이었다. 그렇다면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대학생들은 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무작위로 선정된 우리대학교 학생 20명에게 4·19혁명에 대해 물어본 결과 16명이 "이름만 안다" 혹은 "관심 없다"고 답했다. 송민석(경제학 4) 학생은 "4·19혁명은 과거의 일일뿐 현재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대학 학생들뿐만 아니다. 지난해 SBS 8시 뉴스에서 실시한 모 대학교 설문조사 결과 1/4이 넘는 학생들이 4·19혁명을 아예 모르고 있었고, '다시 4·19혁명 같은 상황이 오면 민주화를 위해 싸우겠냐'는 질문에도 51.6%의 학생들이 "그럴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다.

4·19혁명은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이 저지른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한 시위가 이뤄낸 혁명이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로 민중에 의해 정권이 교체된 데 의의를 두고 있는 역사적인 날이다. 이 밖에도 젊은 학생들이 주도한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사건인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등의 중심에는 대학생의 민주주의 의식이 새겨져 있다. 4·19민주혁명회 관계자는 "민주화의 뿌리가 되는 4·19혁명은 세계 최초의 학생 운동이며, 전국에서 희생된 약 200명의 학생들이 남긴 역사적 의미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화 관련 혁명이 일어나고 약 반세기가 지난 지금 대학생들의 모습은 어떨까. 우리대학에서는 지난 2007년 7월 승학캠퍼스 교수회관 진입로 옆 옹벽에 그려져 있는 6월 민주항쟁도의 존폐여부가 논란이 됐었다.<본지 제1052호 보도> 당시 총학생회는 미관상 등의 이유로 벽화 철거 의견을 냈으나 부산민족미술인협회 등 6개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그들은 "민주화에 대한 염원을 담은 동시에 민중미술로서 예술적인 사료 가치도 높은 그림을 왜 없애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주장하며 젊은 세대의 역사인식 결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또한 우리대학은 4·19의 의의를 알리는 교내 선전물 배포와 '4·19 정신 계승 마라톤 대회'를 2007년부터 중단했다. 2009학년도 총학생회 측은 "의식개혁은 개인적인 일"이라며 "현재 4·19혁명에 대한 행사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부산대 역시 매년 실시해 오던 '4·19 정신 계승 기념 마라톤'을 2006년부터 중단했으며, 본지 취재결과 경성대, 부경대, 부산교대 등 부산지역의 많은 대학들이 별다른 기념행사 계획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 일부는 "4·19혁명을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 않다"며 "예전에도 올해도 행사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이밖에 이화여대, 서강대 등 수도권 대학들도 행사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대와 고려대는 해마다 해오던 마라톤행사를 준비하고 있다〈사진〉. 작년에 이어 올해도 4·19혁명 기념일 하루 전날 '4·18 기념마라톤'을 준비 중인 고려대 총학생회 측은 "4·19혁명은 민주주의에 기여한 중요한 혁명"이라며 "앞으로도 행사를 열 예정이지만 고학년들의 참여도가 해마다 떨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리대학 염동현(금융학 3) 학생은 "매월 14일 밸런타인·화이트데이 같은 날은 잘 챙기면서 정작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날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대학생들이 먼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현재의 대학생들은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이룬 민주주의에 무임승차한 셈이다. 주어진 민주화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 과정을 잊는다면, 다시 그때와 같은 상황이 왔을 때 지금의 성과물들은 한꺼번에 없어질 수도 있다. 역사는 기억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지닌다.


권진아 기자
hakboja@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69호 (2009. 4. 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