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대학문화 진단] 비뚤어진 대학생 술 문화 개선해야
[학보][대학문화 진단] 비뚤어진 대학생 술 문화 개선해야
  • 장소영
  • 승인 2010.06.07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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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9년 09월 11일

 
지난달 강릉의 모 대학교 신입생이 건물 8층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숨진 학생이 학과 신입생 환영회에서 동료들과 술자리 이후 만취한 상태에서 귀가하던 중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신입생에게 대학생활을 안내하기 위해 마련된 신입생 환영회가 지나친 음주로 인해 죽음의 의식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러한 사고소식은 올해뿐 아니라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대학교에서도 지난 2006년 경영대학 신입생이 동아리 MT에 갔다가 만취한 상태에서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우리대학 역시 음주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새 학기의 시작과 함께 각 학과별로 신입생 환영회나 개강총회를 알리는 자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모임장소가 '술집'이라는 것이다. 선·후배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신입생들에게 대학생활의 조언을 해주기 위해 마련되는 신입생 환영회가 기존의 목적은 잊은 채 '마시고 놀기'에 급급하다. 각 동아리들 역시 동아리의 설립취지를 알리기보다는 '술 사줄테니 들어오라'며 신입생 끌어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교 앞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술집, 밤 10시만 넘어도 곳곳에서 몸을 비틀거리며 고성방가를 하거나 쓰러져 있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부적절한 술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일부 학과에 국한된 사안이기는 하지만 선배가 후배에게 술을 강요하는 등 강압적인 술자리가 적지 않다.

인문과학대학의 채 모 학생은 "술을 마시기 싫었지만 선배들이 자꾸 권하는 터라 어쩔 수 없이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같은 학과의 박 모 학생은 "신입생 시절, 술을 전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배들이 계속해서 술을 강요해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는 다음날 수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공과대학의 이 모 학생은 "개강총회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머리가 어지러워 수업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사회과학대학의 윤 모 학생은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수업 내내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잤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비뚤어진 술 문화가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개선점은 없을까. 대구한의대는 올해부터 신학기 모든 행사에서 술을 금지하는 '무(無)알코올'을 선언했다. 또 계명대에서는 학생들이 절주동아리를 결성하여 신입생 환영회나 MT, 동아리 모집 행사 등 술자리 모임이 많은 곳을 찾아가 절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도 원주대와 경북과학대학은 2007년부터 신입생 환영행사에 술 반입 자체를 금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일부 대학가에서는 그릇된 '술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이색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매년 새 학기만 되면 고질적으로 등장하는 대학생 음주사고 소식.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술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김성언(국어국문학) 교수는 "대학가에서 선·후배 사이에 친목을 다지는 술자리는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술자리는 전통은 사라지고 표피만 남았다"며 "선배들이 자리를 만들되, 서로 간 정보공유, 진로상담 등 지성인의 통과의례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익한 자리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또 김 교수는 "'향음주례'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옛 선비들이 법도를 정해 술자리가 난(亂)해지지 않게 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인데, 오늘날에도 이 '향음주례'를 살리는 술자리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낯선 대학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신입생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술자리가 아니라 마음을 나눌 친구들과 학교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 줄 선배들이다.


윤성화 기자
hakboysh@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69호 (2009.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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