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성범죄, 더 이상 남의 일 아니다
[학보]성범죄, 더 이상 남의 일 아니다
  • 장소영
  • 승인 2010.06.07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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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0년 04월 07일

 


지난 달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길태 사건'으로 성범죄의 잔혹함이 새삼 조명 받고 있다. 범행이 일어난 장소는 우리 대학교가 위치한 사하구와 멀지 않은 사상구였다. 김길태가 검거된 이후에도 주변 지역에서 모방범죄가 여러 번 일어났고, 부산시민들을 비롯해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2009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강간 범죄 사건은 4만 2,094건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전국의 경찰서에 성폭력사건을 전담하는 '여성청소년계'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강간 범죄 발생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자취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대학가는 쉽게 성범죄자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4년 전 전북대 한 여학생이 학과 동료들과 모임을 가진 뒤 새벽에 학교 앞에 위치한 자신의 원룸에 돌아간 후 연락이 끊기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를 성범죄 관련 실종사건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여대생들의 안전이 성범죄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데 우리 대학 주변 또한 인적이 드문 장소와 어두운 골목이 많다. 승학캠퍼스 사거리 안쪽으로 상가들이 밀집한 큰 골목에는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어도 작은 골목 안쪽까지는 빛이 들어오지 않고, 공사 중인 건물이 있거나 건물들이 밀착되어 있어 심하게 좁은 골목은 낮에도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둡다.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대학 승학캠퍼스 주변 원룸과 골목에서도 성범죄가 2건 일어났다. 모두 강간사건으로 우리 대학 여학생들이 피해자였다.

우리 대학 승학캠퍼스 앞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한 여학생은 "늦게 귀가할 때 주변에 사람이 없거나 골목이 어두우면 무섭긴 하지만, 내가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며  "만약 내가 성범죄의 피해자가 된다고 해도 조사 과정에서 받게 될 상처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신고가 망설여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들의 침묵은 또 다른 흉악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 실제로 일어나는 성범죄에 비해 경찰서에 접수된 성범죄 건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부산 '여성의 전화'에 따르면 한 달에 들어오는 100여 건의 성범죄 상담 건수 중, 당사자가 실제로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배은하 상담팀장은 "많은 여성이 자신의 인권에 대한 두려움과 수사 과정에서 제출해야 할 여러 가지 증거와 진술 등을 통해 받을 이중고 때문에 신고를 꺼려한다"고 설명했다.

사하경찰서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계 이영임 경장은 "골목마다 방범등과 CCTV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며 "인적이 드문 골목길은되도록 피하고 낯선 사람이 따라온다는 느낌을 받으면 사고방지를 위해 휴대전화로 주변인들에게 위치를 알려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성범죄 사건은 대질심문은 하지 않고 피해자의 인적사항은 철저히 보장해준다"며 "제2의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망설이지 말고 바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 박기범(경찰무도학) 교수는 "우리나라가 성범죄율이 높은 반면 신고율이 낮은 것은 우리 사회의 성 문화가 타인에 대해서는 결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고 우리의 의식구조에도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대학은 '2010 성희롱 방지 및 성매매 예방 교육 지침서'를 발간했다. 이 책에는 성희롱 등 남녀차별에 관한 유의사항과 성매매 방지법 등의 내용이 담겨 있으며 상반기와 하반기 연 2회 학교의 전 구성원에게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강나래 기자
hakboknr@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78호 (2010.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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