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영화관] 신이시여, 피에타!
[미술관 옆 영화관] 신이시여, 피에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3.04.02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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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

지난해 여름,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영화 <피에타>는 제69회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았다. 비정한 한 남자의 비극적 구원을 다룬 이 작품은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고, 김 감독은 황금사자상 수상자로 우뚝 섰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으로,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비탄에 잠겨 있는 모습을 묘사한 기독교 미술양식이다. 예로부터 수많은 예술가들이 각자의 표현양식으로 피에타를 제작했는데,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바티칸 성 피에트로 대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이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생전 4개의 피에타 조각상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 흰색 조각상은 예수의 시신을 끌어안고 슬픔을 억누르는 성모 마리아를 표현한 작품이다. 예수는 12명의 제자 중 하나인 유다의 배반으로 자신이 못 박힐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에 올라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을 맞게 된다. 성경에 따르면 성모 마리아가 아들의 시신을 품에 안아볼 기회가 있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켈란젤로는 실제 기록된 모습은 아니지만 현실을 초월한 어머니 마리아의 깊은 슬픔을 새겨 넣은 것이다.

매 작품마다 사회의 어둡고 암울한 면을 비춰 영상화했던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 조각상에 드러나는 깊은 모정을 통해 극단적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다루었다. 영화 <피에타>는 사채 청부업자 '강도'와 그를 찾아온 '엄마' 사이의 묘한 관계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잔인한 방법으로 채무자의 돈을 받아오는 강도는 엄마를 통해 조금씩 변화한다. 엄마의 실체와 강도와의 관계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영화는 우리에게 과연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엄마는 강도에 의해 아들을 잃은 피해자지만 한편으론 가해자다. 강도 역시 끔찍하게 채무자의 손과 발을 잘라 돈을 버는 가해자이지만 동시에 엄마에게 버림받고 악마가 된 피해자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는 제로섬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 누군가가 이득을 취하면 다른 누군가는 해를 입는다. 이익을 얻기 위해 우리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돈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포식자를 위해 식탁 위에 오르는 사육동물을 연상케 한다. 영화에 등장했던 닭, 토끼, 장어가 머리에서 맴도는 것은 그 때문일까?

"자네, 청계천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적 있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늙은 채무자가 말한다. 가득 들어선 집을 몰아내고 높다란 빌딩들이 들어설 청계천은 사람을 잡아먹고 덩치를 불리는 개미지옥과 같다. 우리 개미들은 자본주의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모두 크고 작은 죄를 저지르며 산다. 그래서 강도에게 쉽사리 돌을 던질 사람도 없다. 강도의 마지막 여정이 더욱 뜨거운 이유다.

 

동아대학보 제1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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