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타는 당신에게 봄나물 권해'봄'
봄 타는 당신에게 봄나물 권해'봄'
  • 김강민, 이유진 기자
  • 승인 2013.04.0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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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 삼랑진 만어산 중턱 밭모퉁이에서 쑥을 캐던 김두순(60) 씨는 말한다. "나른하고 기력없을 때 봄나물만한 기 있는교? 쑥 한 뭉티 넣고 팔팔 끓이가 무면 봄 타는 거 싹 날아가는 기라."

따뜻한 봄볕이 내리쬐자 땅 속에선 새순이 꿈틀거리며 돋아난다. 하지만 생명력이 넘치는 자연과 달리 우리의 몸은 축축 늘어지기만 한다. 사람들은 이를 '봄을 탄다'고 말하는데, 『동의보감』에서는 '춘삼월은 발진(發陣)이라 하여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삼라만상이 갑자기 기지개를 켜며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라 기력 소모가 크다'고 설명한다.

우리 대학교 전미라(식품영양학) 교수는 "춘곤증으로 대표되는 봄 타는 증상은 체내 에너지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며 "봄나물에는 비타민 B군이 풍부해 이를 해결할 수 있으므로, 봄 타는 이들에게 봄나물을 적극 권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봄 타는 사람에게 좋다는 봄나물. 봄을 이겨내고 싶다면 산과 들로 나물 캐러 떠나보는 게 어떨까. 그런데 떠나려 해도 대학생들은 봄나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가면 봄나물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먹기만 먹어 봤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뿐더러 봄나물 캐러 간 기억은 부모님 따라 갔던 유년시절 이후론 없을 테니까.

본지에서는 봄 타는 증상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요 봄나물 6가지를 선정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려 한다.
 

▲ 쑥.

□ 쑥 - 봄나물의 대표주자
쑥은 봄나물의 대표주자다. '7년된 병을 3년 묵은 쑥을 먹고 고쳤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몸에 좋은 나물이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애엽(艾葉)'이라 부르며 약재로도 사용할 정도다. 『동의보감』은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위장과 간장 그리고 신장의 기능을 보해준다'고 쑥을 설명한다.
쑥의 효능 중에서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바로 따뜻한 성질이다. 이는 신체대사를 촉진시켜 봄 타는 이들에게 좋을 뿐 아니라, 손발이 차가운 수족냉증 환자에게도 좋고 자궁을 따뜻하게 해주는 데 특효다. 생리통이 심한 여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코피가 날 때 생쑥을 비벼 콧구멍을 막거나 베인 상처에 쑥을 붙이면 곧 피가 멈출 뿐 아니라, 성인병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몸속에 있는 각종 중금속을 정화시키고 부족한 피를 보충해 혈액순환을 도와 나른한 몸에 생기를 돌게 해주기도 하니 쑥국 한 그릇 뚝딱하면 어느새 활기 넘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4월이 제철인 쑥은 양지바른 들판이나 논둑, 강둑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너무 큰 것은 맛이 없고 손가락 한 마디 반 정도 되는 통통한 것이 좋은 쑥이다.
 

▲ 냉이.

□ 냉이 - 흔하다고 무시하지 말라
이맘때쯤 들로 나가면 발에 채는 게 냉이다. 칼과 봉지를 들고 30분 정도 들에서 어슬렁거리면 봉지가 가득 찰 정도다. 그렇다고 냉이를 얕봐서는 안 된다. '월동한 냉이 뿌리는 인삼보다 명약'이라는 말도 있듯 냉이는 몸에 좋다.
봄 냉이에는 비타민이 많아 춘곤증을 몰아내는 데 좋을 뿐더러, 냉이에 특히 많은 비타민A는 간을 튼튼하게 해 학기 초 술자리가 잦은 학생들 해장국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또한 냉이 한 주먹이면 하루에 필요한 대부분의 비타민과 무기질 섭취가 가능하다.
냉이는 밭, 들, 강둑 등 양지 바른 곳이면 어디든 자란다. 게다가 무리를 이뤄 자생하기에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냉이는 특히 뿌리가 좋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4월엔 흰 냉이꽃이 피어 찾기가 더 쉽다.
 

▲ 달래

□ 달래 - 비타민C의 보고
한자로 소산(小蒜) 또는 야산(野蒜)이라 불리는 달래에는 비타민C와 칼슘이 풍부해서 봄타는 대표적 증상인 춘곤증과 식욕부진에 좋다. 또한 무기질과 비타민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어 빈혈을 없애주고 간장 작용을 돕는다. 게다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등 봄나물계의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다. 달래에 많이 함유돼 있는 비타민C를 온전히 섭취하기 위해서는 날것으로 먹는 게 좋다. 가열하면 비타민C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한편 달래는 그늘지고 습기가 많은 토양에서 잘 자란다. 따라서 계곡 바위 사이나 그늘진 대나무 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 고사리.

□ 고사리 - 편안한 장을 위하여
고사리는 땅에서 날 때부터 어두운 갈색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주로 식탁에서 접하는 고사리 색이 모두 그러하니까. 하지만 고사리는 태생적으로 초록 나물이다. 초록색 고사리는 쓴 맛이 강해 먹기 어렵다. 쓴 맛을 제거하기 위해 익히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색이 변하는 것이다.
고사리에는 섬유질이 많아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매일 화장실 가기 두려운 사람에게 적극 권한다. 또한 비타민 B2와 칼슘이 풍부해 채식 위주의 식단을 꾸리는 사람이라면 필수다. 하지만 남자는 고사리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한의서 '본초습유'에 따르면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양기가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양기라 함은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는 그것'을 말한다.
고사리는 번식력이 강해 어디든 잘 자라지만 주변에선 보기가 힘들다. 손 빠른 아주머니들이 끊어간 뒤라 그럴 것이다. 고사리를 특히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한두 해 전 산불 났던 곳이다. 재가 토양을 중성화시켜 이전보다 토양이 비옥해지는데, 이때 번식력이 왕성한 고사리가 그 자리를 누구보다 빨리 차지하기 때문이다.
 

▲ 두릅.

□ 두릅 - 남자한테 참 좋은데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사포닌'이라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강력한 항암물질이자 면역력을 증대시켜 주는 효능을 지닌 물질로, 그 몸에 좋다는 사포닌이 두릅에도 가득하다. 이로 인해 두릅은 '산채의 제왕'으로 꼽힌다. 또한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슘과 섬유질 함량이 높아 기력 회복에 특효라 할 수 있다.
쑥이 여성을 위한 나물이라면, 두릅은 남자에게 참 좋다. 정력과 신장 기능을 좋게 하는 효능이 있어 양기가 부족하거나 하체에 힘이 없을 때 효과가 좋다. 그러니까, 남자한테 참 좋다.
두릅나무를 만나긴 쉽지만 두릅순을 찾기는 쉽지 않다. 모두의 사랑의 받는 나물이기에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두릅나무는 가시나무와 비슷하게 생겨 겉모습만 봐서는 구분이 어렵다. 따라서 봄철 피어난 새싹을 보고 구별해야 한다.
갓 피어난 순일수록 쓴맛이 적고 담백하다. 두릅은 물에 데쳐 먹어야 영양이 파괴되지 않고 온전히 흡수된다.
 

▲ 미나리.

□ 미나리 - 몸 속 독소와의 이별
『동의보감』에선 미나리의 효능에 대해 '갈증을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해주며, 주독을 제거할 뿐 아니라 대·소장을 잘 통하게 한다. 특히 음주 후의 두통이나 구토에 좋다'고 설명한다. 현대 약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미나리는 비타민A, B1, B2, C가 다량으로 함유된 알칼리성 식품으로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줘 노화를 방지하며 혈액을 정화시키기도 한다.
최근 들어 미나리가 각광받는 이유는 미나리가 체내의 중금속을 배출해줄 뿐만 아니라 간 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방에서는 숙취가 심한 이들에게 생 미나리를 갈아 즙을 내 마시길 권한다. 더하여, 간 기능 향상은 피로해소에도 도움을 주니 잦은 음주와 바쁜 일정에 지친 사람에게 추천한다.
미나리는 습지에서 잘 자란다. 따라서 따뜻한 봄볕이 내리쬐는 이맘때쯤 맑은 개울가에서 볼 수 있다. 미나리도 번식력이 좋아 개울가를 따라 넓게 군락을 이루고 있으니 손쉽게 한 다발 채취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것 외에도 참나물, 산나물, 원추리, 비름나물, 방풍나물, 머위 등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봄나물 종류가 많다. 이들 대부분이 기력회복 작용을 하므로 봄 타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단, 식약청에서 "도시 하천변 봄나물은 중금속에 오염돼 있을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고, 작물을 재배 중인 논이나 밭 주변 봄나물은 농약에 노출되었을 우려가 있으니 피해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전한 바 있으니, 아무데서나 봄나물을 캐지 말자.

『동의보감』에 따르면 봄을 잘 보내려면 양생법을 잘 지켜야 봄을 잘 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양생법이란 쇠한 기력을 보충해 병을 예방한다는 의미인 '치어미병 (治於未病)'을 가리키는 말로, 기력회복을 위한 충분한 영양섭취와 따뜻한 봄 볕 쬐며 걷기 등을 가리킨다.

봄나물 채취하러 도시에서 조금 멀리 벗어나 공기 좋고 물 좋은 산촌까지 나서 보자. 좋은 봄나물도 캐고, 봄볕도 쬐고, 추억도 쌓을 수 있는 여행의 재미도 느낄 수 있으니 봄을 이겨내는 일석삼조의 시간이 될 것이다.

 

동아대학보 제1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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