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커닝으로 몸살 앓는 대학가
[학보]커닝으로 몸살 앓는 대학가
  • 이성미
  • 승인 2010.11.12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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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법 다양해 감독관이 잡아내기 쉽지 않아

 


#박 아무개 학생은 지난 중간고사 기간 동안 투명 비닐 소재의 OHP필름에 시험범위를 정리한 후 이를 출력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시험을 치렀다. 거의 모든 시험을 같은 방법을 이용해 치렀지만 단 한 과목도 적발되지 않았다.

#공과대학 정 아무개 학생은 최신형 계산기에 시험 답안이나 공식을 미리 입력해두고 계산 하는 척하면서 입력한 자료를 보고 시험을 치렀다. 그러나 계산기가 꼭 필요한 과목의 특성상 사용제재도 불가피해 이를 적발해내는 감독관도 애를 먹고 있다.

#서울디지털대학(SDU) 강좌의 시험기간이면 우리 대학교 자유게시판은 시험 메이트를 구하는 글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렇게 모인 학생들은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답안을 공유한다.

시험기간만 되면 대학가가 부정행위(커닝)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중간고사 기간에도 일부 학생들의 커닝은 계속됐다. 쪽지에 적어 몰래 보는 고전적인 방법에서부터 최근에는 보다 정교한(?) 부정행위들이 난무하고 있어 학생들의 도덕적 결함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곽만연(윤리문화학) 교수는 "학생들의 주된 관심사인 장학금이나 취업관련 문제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기준이 성적이다"며 "성적지상주의 풍조가 만연한 사회 조건이 부정행위를 낳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또한 "부정행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결과 뿐 아니라 과정을 중요시하여야 하며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통해 '윤리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태도를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학부의 한 학생은 "한 교수님은 학생들을 믿고 시험 감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생들이 그 점을 악용해 부정행위를 했고 나 역시 학점을 받지 못할까봐 커닝을 했다"고 토로했다. 최영란(사학 1) 학생은 "뒤에 앉은 학생들이 답을 공유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는 경험을 밝히며 "열심히 공부한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고, 10분도 공부하지 않은 친구가 나보다 더 시험을 잘 쳐 억울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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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의 '재학생 수험규정'에는 여러 항목에 걸쳐 시험 부정행위에 관한 처벌 기준을 마련해놓고 있다. △대리수험·피 대리수험 또는 지정 시험장 이외에서 작성한 답안을 제출한 자는 1개월 이상 정학과  당해학기 시험 전 과목 성적 무효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종이 및 기타 개인 소지품에 준하는 곳에 사전 기록해 오는 행위를 한 자는 근신과 당해과목 성적 무효 △벽면·책상 위에 기록한 것을 통한 부정행위를 한 자는 당해과목 성적 무효가 그 내용이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김혜연(영어영문학 1) 학생은 "'재학생 수험규정'이라는 기준이 마련되어 있는지 몰랐다"며 "대부분의 학생들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커닝이 줄어들지 않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한 일부 학생들은 '학생 수 대비 시험 감독관의 수가 너무 적은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인문과학대학의 한 조교는 "충원 가능한 인원이 많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감독관이 1명 정도밖에 배치 될 수 없는 상황이다"며 "날이 갈수록 학생들의 부정행위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어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심각해지자 각 대학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강력한 처벌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인하대의 경우 몰래 커닝을 하다가 적발되면 학칙에 의거해 해당 과목 이후에 치르는 모든 시험과목에 대해서 F학점으로 처리하고 있다. 또한 단국대 일부 조교들은 OHP필름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기 전과 도중에 책상마다 일일이 휴대용 손전등을 비춰 확인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 개선 이전에 부정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학생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 대학 윤별 총학생회장은 "시험기간 중 도서관 자리에 지정석 스티커 배부를 하면서 부정행위를 근절하자는 내용도 함께 기재하고 있다"며 "학생회 측에서는 예방차원의 홍보가 최선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가톨릭대는 지난해 '대학생 학습윤리 가이드북'을 발간해 학생들에게 배부했다. 이 책은 교내시험 뿐만 아니라 과제물 작성과 제출, 협동학습 등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학습활동 중에 발생하는 비윤리적 행위들을 영역별로 정의하고 세분화 시키고 있다.

김영근(국어국문학 2) 학생은 "정직하게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은 커닝을 못해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으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시험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민경 기자
hakboarjmk@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83호(2010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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