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레코드] 히피가 반전을 만났을 때
[시간을 달리는 레코드] 히피가 반전을 만났을 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3.03.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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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cking on Heaven's Door - 밥 딜런(Bob Dylan)
▲ 젊은 시절의 밥 딜런.

한 남자가 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른다. 노래는 전쟁에서 불구가 된 군인의 이야기다. 그는 꾸밈없는 목소리로 죽음을 앞둔 군인을 노래한다. "엄마 이 배지를 내게서 떼어주세요(Mama, take this badge off of me)." 전쟁에 참전하여 받은 영광은 이제 치욕이 되어 버렸다.

'히피(hippie)'는 1960~70년대 미국을 휩쓴 반문화운동이다. 히피는 철저히 개인적이고 소박한 모습으로 처음 등장했다. 당시 미국 청년들은 기성사회의 일정한 문화양식보다는 자아와 개성을 부각시키고 쾌락을 중시하는 새로운 가치질서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베트남전쟁 발발과 흑인 인권운동, 존 F. 케네디의 암살 등 사회적 문제와 결부되면서 히피는 미국 현대사를 규정하는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게 됐다.

20세기 중반, 세계는 그야말로 냉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서로 다른 경제체제로 대립하고 있었다. 양국이 상호 간 전쟁을 벌인 적은 없었지만, 대립하고 있는 다른 나라를 통해 대리전을 펼치는 중이었다. 한국전쟁도 바로 그 예가 될 수 있다.

베트남전쟁도 다르지 않았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이 프랑스를 물리치고 독립한 후, 소련과 중국의 영향으로 공산화되려 하자 당시 공산주의 팽창을 억제하는 데 열을 올리던 미국이 베트남 내정에 개입하게 된다. 점점 무력 충돌이 빈번하게 되자 미국은 베트남 통킹만에서 일어난 자국 구축함 매독스호 격침이 공산주의자들의 소행이라며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한다.(이후 '통킹만 사건'은 해군장교 엘스버그의 폭로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전쟁이 진행될수록 미국 시민들은 베트남전에 의문을 품게 됐고,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점점 미 전역으로 확대, 기성 사회통념과 대립하던 히피와 만나게 된다.

이러한 히피문화는 '우드스톡(Woodstock)'이라는 록 페스티벌에서 정점에 도달하게 된다. 히피 집단은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고 세계평화와 사랑, 그리고 자유를 모토로 했다. 그들에게 음악과 마약은 인종은 물론 문화나 계급의 차별 없이 모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평화로운 도구였다. 특히 그들은 포크와 록에 빠져 대규모 록 페스티벌을 열어 음악을 향유하고, 마리화나와 LSD 등의 마약을 즐겼다. 1969년에 열린 우드스톡에는 밥 말리, 비틀즈 등 히피들에게 광적인 사랑을 받았던 뮤지션들이 참가했으며 3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을 정도로 성황리에 개최됐다. 공연 기간 중에는 매일같이 밥 딜런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라고 따라 부르던 히피들의 노랫소리가 가득했다.

이따금 히피는 특이한 옷차림과 부스스한 머리 스타일, 그리고 그들이 복용했던 마약 때문에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적 안정이 보장된 일정한 삶의 양식을 거부하고, 개인주의와 인류애를 동시에 실현하려 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히피의 문화적 의미를 경시할 수 없다. "엄마, 제 총을 땅에 묻어주세요(Mama, put my guns in the ground)."라는 이 노래의 가사가 유독 마음에 걸리는 건 히피의 순수했던 반전정신이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한 현실 때문은 아닐까?

 

동아대학보 제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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