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무책임을 책임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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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장윤 기자
  • 승인 2018.09.03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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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보호센터 봉사기
부산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기견들
부산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기견들

낮 최고기온이 30도가 넘은 말복(지난달 16일), 기자는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부산동물보호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부산시 서구와 중구에서 발견한 유기 동물 250여 마리를 보호 중이다.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장화와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보호소 안으로 들어갔다. 시설 안은 잘 정돈돼 있었지만 개가 짖는 소리 때문에 귀가 멍멍했고 분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탓에 몇몇은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기자는 분변을 치우러 큰 개들이 있는 1평 남짓한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경계심에 사납게 짖던 유기견들도 사람이 가까이 다가온 게 반가운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기자가 청소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청소를 하는 중에 옆에 있던 관리인이 갑자기 기자에게 소리쳤다. "잡아!" 아차, 청소를 할 때는 우리 출입문을 잠가야 하는데 깜빡 잊고 문을 잠그지 않은 것이다. 유기견 한 마리가 쏜살같이 보호소 안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다. 겨우 개를 안아 들자 낯선 사람의 손길에도 경계심 없이 기자를 바라본다.

 청소를 마치자 유기견들의 식사시간이다. 쉴 틈이 없다. 동물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안으로 들어가 그들의 밥그릇에 사료와 물을 가득 채워줬다. 밥그릇을 순식간에 비우고 있는 그들의 눈빛은 지치고 서글퍼 보였으며 새로운 주인을 찾길 원하는 것 같았다. 

 믹스견부터 래브라도 레트리버까지 다양한 품종들이 있었지만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이곳에 들어왔다. 진돗개 '진돌이'의 경우 교통사고를 당해 앞발을 심하게 다친 채 버려져 센터에 들어왔다. 그 뒤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수술비를 가까스로 마련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교통사고로 다친 후 유기된 진돗개 '진돌이'
교통사고로 다친 후 유기된 진돗개 '진돌이'

 봉사를 하는 와중에도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개들을 데려갔다. 한 타이어 가게 직원은 가게 앞에서 손님들을 반겨줄 개를 입양하고 싶다고 했다.

 한 독일인 모녀는 번역기를 사용하면서 여기로 들어온 푸들을 입양하길 원했다. 기자가 짧은 영어 실력으로 "이 푸들은 여기에 온지 이틀밖에 안 돼서 보호기간 10일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8일 뒤에 와야 한다"고 하자 실망한 표정으로 "그러면 잠시만 보고 갈게요"라고 했다.

"하루에도 3-5마리 정도 들어와. 요즘은 방학이라 학생들이 봉사를 많이 와서 괜찮지만 나중에는 일손이 많이 부족하지…" 

 관리인 이화남 씨는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었다. 항상 부족한 일손으로 골머리를 앓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기준으로 이곳에는 유기견과 유기묘를 합해 250여 마리의 유기 동물이 있다. 센터에는 매일 3~5마리 정도의 유기 동물이 들어온다.

 관리인 혼자서 300평 정도의 시설을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자원 봉사자를 상시로 구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방학기간이라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학생들이 많지만 나중에는 봉사자들이 줄어 관리인 혼자서 개집을 청소하고 먹이를 줄 때도 있다.

 센터는 봉사를 하러 온 학생으로 북적였다. 그중에는 단순히 봉사시간을 채우려는 목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정기적으로 봉사에 임하는 학생도 많았다. 부산진여고에 다니는 김효정 학생은 "수의사가 꿈인 친구랑 같이 봉사활동을 하다가 동물보호 동아리 ATP(Animal To People)를 만들게 됐다"며 "힘든 것도 많지만 동물을 좋아해서 보람을 느낀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계속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많은 버려진 생명들을 뒤로하고 나오면서 노동의 고단함과 인간으로서의 미안함이 교차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다. 대한민국 인구가 5,000만 명이니 한국인 5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누군가는 동물을 '반려자'로 여기는 반면, 누군가는 동물을 '애완용'으로 여긴다. 예쁘고 귀엽다는 이유로 입양하고, 늙고 병들었다는 이유로 유기한다. 때문에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해마다 동물유기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본 유기견 관련 기사의 베스트 댓글이 눈에 띈다.

"끝까지 책임질 수 없으면 애초에 키우지를 말던가···"

김장윤 기자
1801406@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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